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드레아 Oct 07. 2016

일본의 초등학생들

다름에 대해

유후인 상점거리에서


 키타큐슈가 서울이나 토쿄와 같은 대도시가 아니어서 그럴까.

동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참 순진하고 맑아 보인다.

산책을 나가면 모르는 어른인 나에게도

해맑게 인사를 한다.

그게 참 이쁘다.


 교복을 입은 채 자전거로 등교하는

중고등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 까만색이나 군청색에 하얀색이 매치된

교복들이라 언뜻 보면 촌스럽게도 보인다.

마치 우리나라의 수십 년 전 교복 패션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그 옷을 입고 학생들은 등하교를 하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이사해 온 후배 Z가 딸을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후 이따금 들려주는

일본의 학교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직 일어가 안 되는 어린 딸을 학교에 보내면서

후배 부부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막상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자

걱정했던 것만큼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친구들과 금세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친구에게 건네는

일본 초등학교 1학년생들의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 반에 너 같은 한국 친구가 있어서 참 좋아. ^^"


"왜 이제야 왔니? 더 빨리 왔으면 더 좋았겠다. "


"새 학교 생기더라도 전학가지 말고 우리랑 같이 학교 다니자. >.< "


 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배의 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낯선 나라의 낯선 학교.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또래들.

하지만 그 친구들이 해주었던 이런 말들을

곰곰이 되새기며

어린 딸은 낯설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긴린코 호수

 하루는 딸이 아침밥도 안 먹으며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더란다.

후배가 대체 뭘 하고 있나 봤더니, 딸은 레몬맛 캐러멜을 포장하고 있었다.

아마도 맛난 것을 학교의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학교를 갔다.


 준비한 선물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나눠줄 수 없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에게만 줄 수 있는 분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이 파한 후 하굣길에 조심스레

집에서 포장해온 레몬맛 캐러멜 사탕을 꺼내었다.


 주는 기쁨에 설레며 기대에 차서 선물을 몇몇 친구들에게 주었다.

일본 친구들은 무척 고마워했다고 한다. 외국에서 온 친구가

자기들을 위해서 이렇게 이쁜 선물을 준비한 것이 틀림없이

기쁘고 고마웠을 거다.


 아, 그런데 잠시 후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친구들이 고맙다고 하면서도 그 선물을

후배의 딸에게 다시 돌려주더라는 것이다.


 딸은 적잖이 당황했다.

호의를 가득 담아 준비한 선물을

친구들이 받지 않고 자기한테 돌려주다니.

말도 잘 못 알아듣겠고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마침 하굣길에 기다리던 엄마가 다가와서

친구들과 일어로 이야기를 나눠 주셨다.


"얘들아, 왜 선물을 받지 않고 돌려주는지 물어봐도 될까?"


"아, 정말 이쁘고 좋은 선물을 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학교 선생께서 학교에서는 절대 선물을

주고받지 말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인데요?"


"네, 집에 갈 때도 학교에 올 때도 친구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건 금지라고 말씀하셨어요."


 후배 부부가 나중에 선생님을 통해 안 사실은

아이들이 했던 말과 다르지 않았다.

학교나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일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마음처럼 선물을 모든 학생들이 다 준비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될 수 있으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고 했을 때

생기는 아이들 간의 상처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였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 우리나라 지인들과 중국인 아내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참 다르다 하는 반응들이었다.

어떤 분은 웃으면서 " 우리 같으면 몰래 받아먹어 버리고,

절대 선물 주고받지 않은 걸로 할 텐데 ㅎㅎㅎ " 하고 말했다.

나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느낌도 가졌다.


 어찌 되었건 선생님과 학교에서 시킨 일을

군소리 없이 따르는 일본의 아이들은 뭐랄까,

바보 같다는 생각보다는 참 착하구나, 참 순수하구나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 하나하나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하며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본의 교육방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직 뭐가 맞다 그르다 하는 생각은 아니다.

어떤 방식이든 보기에 따라 옳게 보이기도 하고 부족한 점이 발견되기도

하는 것 같다. 섣부른 판단은 가급적 자제하고 싶다.

아직 나는 일본 사회를 많은 부분에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다만 '다름'이라는 것에 대해

초등학생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뭇 신선한 느낌으로 다시 생각해 본다.


유후인 거리의 한 빵집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캐릭터들
유후인 긴린코 호수를 바라보는 소바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위도이자 경도인 그대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