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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Oct 02. 2016

어느 한가한 일요일 오후

키타큐슈 도도이치바와 북쪽 바닷가에서

도도이치바와 가든 앤츠


 오후 네 시 사십 분경

가족들과 함께 동네의 자그마한 농수산물 시장 '도도이치바'에 들렀습니다.


 가끔 들르는 곳인데 오늘은 물건을 보러 상점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오른쪽으로 길이 하나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가든 Ants'라고 입구에 적힌 팻말을 지나 오솔길을 걸어내려가니

정말 자그마한 정원이 나왔습니다.


도도이치바(키타큐슈 와카마츠에 있는 동네 농수산물 시장) 안의 가든 Ants


"이야, 이런 곳이 숨어 있었군."


작은 탄성을 외치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든을 둘러보았습니다.



 5시가 문 닫는 시간이라 그랬는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가든 왼편으로 등나무 잎들을 안은 나무 한 그루가 멋스럽게 서있었고 그 주위로 네댓 살에서 예닐곱 살 먹은 남녀 아이들이 즐겁게 몸놀이를 하고 있었죠.


 유모차에 앉아 있던 딸은 언니 오빠들의 뛰노는 모습을 관심 있게 바라보았습니다. 아마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따라나섰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가롭고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좋습니다. 왜 그런지 참 좋습니다.

여자들은 좀 더 도시적인 곳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도 처음엔 바다와 논밭이 군데군데 자리 잡은 이곳 키타큐슈에서의 생활을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뭐, 지금도 저만큼 이곳을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서도..



도도이치바 인근 북쪽 바닷가


 가족들이 장을 마쳤나 봅니다.

우리들은 시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아직 해가 떨어질 시간은 아니었지만, 구름에 살짝 가려진 태양은 구름에게 윤곽선을 그려 넣고 있었습니다.

태양색 사인펜으로 구름 윗부분에 선을 그려 넣은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하늘에 번개빛이 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연인들이 함께 종을 친다는 곳에서 가족들이 사진을 찍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찍고 싶은데 종 뒤로 한 커플이 바다를 보며 서 있네요.

우리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오른쪽으로 비켜 주시는 센스.


 사진을 찍으며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새 바다가 갈라지고 있었습니다.


 구름에 가렸던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비치더니

황금빛 레이저 광선을 굵게 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건 정말이지 바다를 두 동강 내려는 듯한 레이저 같이 보였습니다.


노을지는 하늘을 담을 때 들어가는 나뭇가지의 모습은 언제나 옳습니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아래쪽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곳엔 움푹 들어간 굴이 하나 있었고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지층 암벽이 오묘한 색깔을 띠며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암벽등반을 해본 적이 없는 제가 설정샷을 한 번 연출해 보았습니다.

북쪽 바닷가 아래로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와본 딸이

무척 신기한 듯 바다도 쳐다 보고 암벽도 쳐다보며

두리번두리번 세상을 담고 있었습니다.


 태양이 서서히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 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일요일도 천천히 저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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