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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Oct 20. 2016

내 딸들이 이렇게 길을 걸어갔으면

사랑하는 나의 딸 하은아, 청은아 아빠야.


 오늘은 날씨가 참 좋구나.

점심때 손님이 오셨다가 고쿠라역으로 가신다길래

아빠 후배랑 배웅해 드리고 오면서 역사 안에서

후배 아저씨랑 맛있는 중국 음식을 먹고 왔어.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가끔 이렇게 외출할 기회가

생기면 아빤 참 들뜨고 신나는구나.

손님 덕분에 기분전환도 하고

후배 아저씨랑 화창한 가을 날씨 즐기며

짧지만 좋은 시간 보냈구나.


나라 공원의 호숫가


 아빠는 3년 전에 직장을 옮기고 이곳에서

잘 적응했어. 아직 일본어가 서툴러 일을 할 때나

생활 속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아빤 그리 힘들지 않아.

한꺼번에 하려면 너무 힘들지만

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해결해가면

어떤 일도 처음에 느꼈던 어려움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단다.


 우리 하은이, 청은이도 살면서 하기 힘들고

벅차게 느껴지는 일들을 만나면,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서

하나씩 하나씩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 보렴.

그것이 공부가 됐든, 운동이 됐든,

친구하고의 일이 됐든 혹은

엄마 아빠와의 문제가 됐든,

돈과 관련된 문제가 됐든 말야.


나라 공원의 냇가


생각하기


 아빠가 20대였을 때 아빠의 학교 선배가 해준 말이 있어.


"무슨 일을 하든지 생각을 많이 해봐.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더 나은 무언가를 얻게 돼."


 아빤 처음에 이 선배 아저씨의 이야기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

'생각하기. 많이 생각하기'

이런 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거든.


 그런데 살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면서

점점 더 '생각하기'의 힘을 알게 되는 거 있지?


 학교에서 무슨 숙제를 내줄 때,

회사에서 어떤 자료를 만들어야 할 때,

여자 친구와 다투었을 때,

새로 산 전자기계를 사용하려고 할 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쓸 돈이 부족해서 고민이 될 때,

시험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 등등

생각하기 전에는 걱정이 앞서.

그런데 한꺼번에 해결하려 들지 않고

빙긋이 웃으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을 하기 시작하잖아?

그러면 신기하게 하나씩 잘 풀려.

생각하기 전에는 엄두도 안 나던 것들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정말 많은 것들이

스르르 풀려가는 걸 아빤 경험했단다.



성실함과 길찾기


 우리 큰 딸은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학교 다니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지 않을까.

아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힘들어하고 지쳐 있는 것 같아.


아빠가 직장을 옮겨 보고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그제서야 그 차이를 느끼게 되었어.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것은 너무도 이쁘고

보기 좋은데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 성실함의 열매를 즐기기 전에

이미 너무 힘들어하고

지쳐 있어 아빤 많이 안타깝구나.


사랑하는 아빠의 딸들아!


너희는 성실한 삶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너희 자신만의 길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만 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엉뚱한 길을 가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는 것 같아.


항상 내가 가려는 길이 어떤 길인지

그 길 끝에는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하면서 길을 걸어가렴.


길을 한참 걸어온 후에

내가 가야 하는 길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으면 돌아가는 길이

때론 너무 힘들고 지칠 수 있단다.



그렇지만 살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살다 보면 때론 길을 잘못 들어설 때도 있단다.

아빠도 그랬고 엄마도 그랬어.

그런 경험도 우리에게는 필요하단다.


하은아, 청은아!

아빠가 너희를 가슴 깊이 사랑해.

우리 딸들과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 보내고 싶구나.


지금은 아빠랑 이런 이야기 나누기 어렵지만

언젠가 너희들이 자라면

아빤 친구들과 수다를 떨 듯이

우리 딸들과 맛있는 수다를 나누며

좋은 시간 가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할게.


감사하며 그 시간을 기다릴게.


2016년 시월 어느 멋진 날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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