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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Nov 08. 2016

일곱 형제와 과부 이야기

 믿음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성당을 나갑니다.


 거기엔 키가 184cm쯤 되는 키가 크고 중저음의 낭랑한 목소리를 가진 신부님이 계십니다.


 일 년 정도 되었을까요. 이 신부님과 교유를 한 지가.


 신부님은 일본 사람이 아닙니다. 기대치 않게도 그는 한국에서 오신 한국인 신부입니다. 게다가 알고 지내다 보니 그와 동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주교 신부는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평생 독신으로 신을 섬기며 삶을 영위합니다.


 일주일을 보통 인간으로 살다가 주일이 되어 미사참례를 위해 성당에 가면 저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가능하면 앞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합니다. 십자가와 제대가 가까운 곳. 신부님의 말씀과 동작을 더 잘 듣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는 자식을 낳지 못한 일곱 형제와 과부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부활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물었다.
 " 선생님, 모세의 기록에 따르면 형이 자식이 없이 아내만 남겨두고 죽으면, 그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형을 위해 자식을 낳아 주라고 했습니다.
  일곱 형제가 있었습니다. 맏형이 결혼하고 자식이 없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둘째가 형수와 결혼했지만 역시 자식 없이 죽었습니다. 셋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곱 형제 모두가 자식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여자도 죽었습니다.
  그러면 다시 살아날 때, 그 여자는 일곱 형제 가운데 누구의 아내가 되겠습니까? 일곱 형제가 모두 그를 아내로 맞이했으니 말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길,
" 너희가 성경도 모르고 하느님의 능력도 몰라서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
사람들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날 때는 장가도 아니 가고 시집도 아니 갈 것이다. 그들은 마치 하늘에 있는 천사처럼 될 것이다.



 신부님은 이런 걱정이 필요 없으시겠지요. 독신으로 살다 세상을 떠날 테니까 말입니다.


 결혼이라는 건 무얼까요.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함께 평생을 살아가고. 아니, 살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니,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헤어지기도 합니다.


  결혼이라는 행위를 통해 소위 사회적으로 안정된 상태의 단란함과 행복함을 느끼기도 하며 우리는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느낌과 경험이 결코 더 적다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신부님의 삶과 나의 삶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나을까?


 매주 성당에 와서 동갑의 신부님을 바라보며 인간적인 비교를 하곤 합니다. 인간적으로 저 신부님의 삶과 나의 삶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나을까.


 지극히 어리석은 상상이자 질문이 될 수 있다 생각되기도 하지만 우습게도 신부님을 만나면 자주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마카베아서에 나오는 예수의 답이 어쩌면 결혼과 관계에 대한 저의 고정된 시각과 사고를 교정시켜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사처럼 된다면 우리는 서로를 속박하지 않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면서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엿보는 것입니다.


  조만간 신부님과 다시 저녁 약속을 잡아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눠 보아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노코노시마의 해질녘/ 카페/ 인가/ 꽃길


*후쿠오카 캐널시티 뒤편 운하변/길거리 콘서트/모모치 인공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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