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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Dec 14. 2015

습도 3

  98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그 시절 나는 병장이었다. 순찰 근무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텔레비전을 켰는데 낯익은 얼굴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데 1초 정도 걸렸을까.   


한 상 우 (예명 한재석)   


  그 선명한 쌍꺼풀의 크고 진한 눈매. 오뚝한 콧날. 날렵한 턱선. 다만 찰랑거리는 머릿결은 더 이상 그 옛날의 상우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3학년 4반. 거기엔 제법 잘 논다는 친구들이 포진해 있었다. 상우는 J와와 같은 반이었으며 친한 편이었고 J와 친했던 나는 상우와도 나름 가까운 사이였다고 기억한다


“상우야, 팔씨름 한 판 할까?”  

“너 되겠어? ㅋㅋ 좋다. 한 판 하자!”  


  상우와 나는 주로 팔씨름을 같이 하던 친구 사이였다. 키나 덩치는 상우가 나보다 조금 컸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상우가 나보다 힘이 셌던 것 같다. 그러나 일단 팔씨름에 돌입하면 상우가 나를 쉽게 이기지 못했다. 아니 순식간에 나의 승리로 끝나기도 했다. 물론 상우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나를 누르기도 했었다. 내가 이기는 경우는 거의 ‘순발력’ 덕분이었다. 심판이 시작 하자 말자 100m 스타트하듯 순간적인 힘을 발휘해 넘겨버리는 것이다.  

 

 내 마음을 뺏어봐. 98년 대히트를 쳤던 청춘 드라마. 여기서 그는 누드모델 겸 작곡가로 나왔다. 어린 시절의 다부지고 남자다운 타입에서 세련되고 부티나는 기생오라비 같은 모습으로 환골탈퇴하여.   


 이 4반 안에 S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나의 경쟁자였다.   


“너도 걔 좋아하냐? 근데 그거 아냐? 나도 걔 좋아한다.”  S가 어느 날 갑자기 말했다.


“오, 그래? 경쟁자가 생겼군.”  


  녀석은 고백을 하며 내 반응을 살폈다. 나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 친구는 내 얼굴에서 언짢은 기색을 발견했나 보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걱정 말라는 투의 뉘앙스로 말했던 것 같다. 아니, 왜? 얼굴 까만 여자애를 좋아하는 거야? 하얗고 이쁜 B, H, A, N, K, E 이런 애들도 많은데. 왜?    


  그리고 녀석은 성당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좋아할 기회가 생긴 걸까? 그 애가 그냥 멀리서 보기만 해도 남자들한테 인기가 있는 타입이었다는 말인가? 솔직히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애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매력을 알 수 있는 타입인데 말이야.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학교에도 성당에도 그 애를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많았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않아도 그 애는 그만큼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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