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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Dec 14. 2015

일본에서 만난 한국인 론딜 신부님

론딜 신부 1.

   

Caribbean. Antigua and Barbuda (앤티가 바부다)    


  수영을 좋아하는 그였다. 이 날도 어김없이 화창하고 건조한 카브리해 날씨는 상쾌하기 그지없었고 바다 수영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오늘은 인적이 드문 해안으로 접어드는 론딜.  

 

  수도회는 그를 카브리해 동북쪽의 작은 나라 앤티가 바부다로 보냈다. 1609년부터 공식 기록으로 선박 17척과 항공기 15대가 사라진 버뮤다 삼각지대가 이 작은 섬나라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처음 이 섬들을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는 이 나라는 주민 대다수가 흑인과 혼혈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캬! 이게 에메랄드빛이야? 아니면 사파이어 빛이야?”  


  론딜은 태양빛을 그토록 아름답고 눈부시게 반사하고 있는 청정의 바다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발가락 끝부터 담근 후 서서히 차오르는 바닷물은 기분좋은 시원함을 피부세포 하나하나에 안겨주고 있었다.   


“자, 오늘은 대략 두 시간 정도 헤엄쳐 볼까?”  


  시카고 시절 단련한 그의 수영 실력은 바다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파도가 일렁이고 있기는 하지만 해변가 가까이의 물은 수영하기에 어려운 물살이 아니었다.   


  “흠, 여긴 정말 사람이 안 보이는 호젓한 곳이로군. 아, 정말 지상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믿기지 않아..”  


  혼잣말을 하며 그는 여름이면 노상 물반사람반 돛대기 시장판이 되곤 하는 고국의 해변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입꼬리는 양옆으로 무조건반사인양 올라갔다.     



개요 

카리브해 동북단에 자리 잡고 있는 앤티가 섬, 바부다 섬, 레돈다 섬 등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이다. 이 중 앤티가 섬은 리와드 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남부에 화산지대가 펼쳐져 있다.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발견했고 1958년 서인도연방에 편입, 1967년 자치권을 획득하였다. 

1980년 총선거에서 그동안 독립운동을 지도해온 앤티가 노동당의 당수가 당선하였고 이듬해 11월에 완전 독립을 달성한다. 수도는 세인트존스이고 주민은 흑인과 혼혈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며 종교는 대부분 로마 가톨릭교회와 영국 성공회가 주요한 기독교이다. 사탕수수가 특산물이다.  


역사

1493년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 섬을 발견했다. 그 무렵에는 카리브 족들이 살고 있었는 데, 스페인

인들에게 살해당하거나, 히스파니올라 섬의 광산으로 끌려갔다.  1632년 영국의 정착자들이 앤티가 섬에 

식민지를 설립하였고, 바부다 섬과 레돈다 섬도 식민지로 삼았다. 모든 3개의 섬들이 앤티가 식민지로 알려졌다. 정착자들은 사탕수수 농장을 설립하여,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왔다. 

1833년에 노예제가 폐지되자, 영국인들이 섬을 떠나고 영국의 식민지로 유지되었다.  

1981년 11월 1일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하였다.    



론딜 신부 2.     


  지금 발 밑으로는 불가사리들이 보인다. 근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어림잡아 남자 어른 상체만 한 크기다. 만일 저 녀석들에게 공격성이 있다면 사람들이 맥없이 당할 것 같다는 공상을 해본다.   


  바다에 들어온 지 삼십여 분 정도 지났을까. 부력 때문에 그렇게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떠있을 수는 있었지만 왠지 몸이 자꾸 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 순간부터 팔다리를 이용해 해변가로 돌아가려고 헤엄을 시도했다.   


자유형 자세를 잡고 전진을 시작했다. 금세 발이 닿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터였다.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 헤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보았다. 아,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몇 미터는 앞으로 이동해 있을 줄 알았던 그의 위치는 오히려 해안에서 더 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은 더 무거운 유속에 실려 뒤로 뒤로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뿔싸! 여기 바다가 빠지고 있구나. 갑자기 공포가 온몸을 엄습했다.  


  론딜은 있는 힘을 다해 자유형으로 전방을 향해 헤엄을 쳤다. 이십 분 정도를 전력으로 헤엄쳤건만 몸은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에 있었고 한 순간이라도 동작을 멈추면 몸이 쑤욱쑤욱 뒤로 밀리는 것이었다.   


“Help Me!!!! Help Me!!!!”  


  그는 소리 질러 도움을 요청했다. 그 와중에 바닷물이 입속으로 들어와 물을 많이 들이켰다. 정신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차분함은  온데간데없고 이젠 오로지 생존을 생각할 뿐이었다.  


“살려주세요~~~~ 여기 좀 살려주세요~~~~~”  


  몸의 기운이 점점 빠져버려 헤엄을 칠 수가 없을 지경에 다다랐다. 아, 이렇게 죽는 건가… 어쩌다 이런 머나먼 곳에서 내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가족들의 모습도 휙휙 지나갔고 수도회 동기들의 얼굴도 마구 떠올랐다. 대학을 다니던 자신의 모습도.. 짧은 순간이었지만 밀도 높은 영상과 느낌들이 론딜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이미 발밑은 투명하지 않았고 수십 미터 깊이는 됨직해 보이는 어두운 바닷속이었다.   


 기력이 다하고 의식마저 혼미해지려는 찰나.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모를 이야기가 생각났다.   


배영을 하라!  


  물을 거슬러 헤엄치지 말고 물살에 몸을 맡긴 채 배영으로 떠있기만 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강한 유속을 뚫고 거슬러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렇게 빠져나가는 물살은 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고 원을 그리며 어디에선가 다시 돌아간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 것이다.   


  어차피 이판사판. 그는 몸을 반대로 돌려 하늘을 향한 채 물살과 함께 흘러 나갔다. 겁을 집어먹고 바닷물을 많이 먹어 속도 이상해졌지만, 힘을 쓰지 않은 채 누워서 둥둥 떠가니 아까보다는 정신이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느 순간 물살의 속도가 느려지는 걸 감지했다. 그리고 살짝 밑을 내려다보니 물속 빛깔도 짙은 남색에서 옅은  파란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지 않고 물살이 돌아나온 것이다.   


  몸을 다시 바로 해보니 벌써 바닥에 발이 닿을 만큼 해변에 다다랐다. 그런데 이곳은 아까 그가 수영을 시작한 해변이 아니었다. 모래사장이 있는 곳에서 들어왔는데 이곳은 온통 바위 투성이 해변이었다. 발바닥이 따가워 조심조심 걸어 뭍으로 나왔다.  


  갑자기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복받치는 설움과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이 한데 엉클어져 눈물과 함께 흘러내렸다.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쏟아지는 태양빛이 가득한 푸른 하늘은 변화가 없었다.   


  이구아나 두 마리가 허리를 곧추세운 채 론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이구아나가 마치 만나지는 못하지만 오랫동안 사귄 친구인 듯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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