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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Mar 20. 2017

카와치(河内) 저수지

자연속 딸과의 데이트


 아내에게 특명을 받다


 내일 부모님께서 오시기 전에 대청소를 해야 하니 딸을 데리고 어디 좀 나가서 놀다가 저녁까지 해결하고 오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작년 같았다면 아내의 이 특명이 상당히 무서웠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딸이 돌이 지난 후 손이 덜 가게 되어서인지 내가 이미 프로가 되어서인지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딸과의 데이트가 설레기까지 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딸아이와 낮잠까지 적당히 잔 후 우리는 출발했다.


 키타큐슈의 명소 혹은 나들이 코스 소책자를 보다가 예전에 방문했던 '카와치 화원'이 눈에 들어와 목적지로 정했다. 등나무꽃들이 보랏빛으로 황홀하게 흘러내리던 그곳의 추억을 떠올렸다. 어린 딸과는 처음으로 함께 하는 것이었다.


 약 19킬로미터 거리로 안내를 받고 차를 몰아 카와치로 향했다. 화원을 목적지로 삼았지만 카와치라는 곳이 실은 산중에 지어진 커다란 저수지였다. 화원으로 이르는 길은 이 저수지 둘레로 구비구비 휘돌아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풍경이 예사롭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헌데 막상 저수지를 거쳐 화원에 이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싹 말라버린 등나무 가지들 뿐이었다. 3월이라 꽃들이 피었겠거니 가볍게 생각하고 간 것인데 아직 시즌이 아니었던 거다.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를 몰고 오는 길에 만났던 저수지 풍경을 천천히 즐길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차를 댈 곳을 물색하다가 제대로 된 무료 주차장을 발견했다. 거기서 유모차에 딸을 태우고 저수지에 닿기까지 약 2분 소요. 게다가 그곳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저수지 둘레로 차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물가에 번듯한 산책로가 그림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처음엔 딸이 유모차에 탄 채 얌전히 저수지 풍광을 감상하는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10여 분 지나자 몸을 뒤트는 게 보였다. 자기도 차를 타고 오느라 좀이 쑤신 거였다. 결국 딸을 유모차에서 내려 걷게 했는데 최근 아주 좋아하는 유모차 밀기를 시켜 주었다. 아직 혼자서 균형을 잡고 서지는 못하지만 무언가에 의지하여 걷는 건 엄청 좋아라 하는 꼬맹이다.


 평지의 낮 기온이 16도에 달해 살짝 덥기까지 한 느낌이었던 반면,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카와치 저수지 근처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딸과 유모차를 함께 밀고 가다가 코너를 돌아서자 어떤 젊은 커플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는 인적이 없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두 사람은 방해받지 않고 낚시 데이트를 만끽하고 있었을 것이다. 살짝 미안한 생각이 들어 딸과 유모차를 미는 속도를 줄이고 사뿐사뿐 가급적 소음을 줄이며 연인을 지나쳐 가기로 했다.


 우리 동네 톤다 저수지도 참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차를 타고 약 40분 걸리는 이곳 카와치 저수지는 인적이 훨씬 드문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그윽함과 운치가 한결 나은 듯 느껴졌다.


 이런 숨겨진 보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노래 한 곡조 뽑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먼저 테스트로 소리를 한 번 내어 보았는데 저수지 둘레에 병풍처럼 둘러선 산 때문인지 울림이 기분 좋게 귓전을 때렸다.


 오늘도 어린 딸은 아무도 없는 저수지 산책길에 아빠와 함께 해 주었고, 1인 관객으로 아빠의 노래를 들어주고 있었다.


 훗날 나의 어린 딸은 그 순간을 어떤 모습으로 어떤 느낌으로 기억하게 될까.  


https://youtu.be/dhZwNtaAwuQ

저수지 풍경을 바라보며 노래 한 곡 읊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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