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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Mar 04. 2017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

아까 엄마 목소리 들어서 좋았어요.


엄마, 나 그냥 한국에 들어가서 살까?


방금 화장실에 들어갔다 왔어요.

변기 위에 앉아서 정면을 바라보니

크림색 벽지 위에 옅은 초록빛의 넝쿨이 그려져 있었어요.


그리고 그 벽지 화면에

왼쪽 위로 난 창에서 떨어지는 빛들이

비스듬히 드리워져 있네요.


창문 앞으로 싸리나무 같은 걸로 만들어진 발이 내려와 있어요.

햇볕이 그 사이로 스며들어 작은 일본식 화장실 공간을

은은하게 비춰 주어요.


그 은은한 빛을 느끼자

어린 시절 기억이 문득 떠올랐어요.


아마도 진해였을까요.

아니, 어쩌면 개봉동 아파트에 살 때인지도 모르겠어요.


거실에 카펫이 깔려 있고

어린 제가 거기에서 놀고 있어요.

집은 따스하고 아늑해요.

베란다 창문으로 따뜻한 햇살이 비쳐 들어

내가 놀고 있던 거실이 참 기분 좋게 보여요.


엄마는 부엌에서 밤을 찌고 있나 봐요.

나랑 동생이 밤을 엄청 잘 먹었지요.

손이 큰 엄마는 언제나 우리가 양껏

먹을 수 있게 많이 사주시곤 했어요.

사과도 그랬고, 곰형 제리도 그랬어요.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게 사주셨지요.

그리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음에도.


엄마?

저를 이렇게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해요.

저 마흔이 넘었어요.

그렇지만 엄마품이 가끔 그리워요.


제가 말은 안 했지만

한국에 출장 가서 가끔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으면

그건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선물해 주곤 해요.


엄마,

후회하진 않으세요?

나와 동생 그리고 아빠를 위해

그렇게 희생하고 힘들게 사신 거?


어쩌다 보니 제가 자꾸만

밖으로 나돌며 살게 되었어요.

비록 외국 치고는 멀지 않은 곳이라지만,

그래도 보고픈 엄마를 자주 못 봐서

죄송하고 아쉬워요.


엄마,

저 실은 생각이 많은 요즘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새벽에 자꾸 눈이 떠지곤 해요.


큰딸 생각도 자주 나요.

지금은 제 마음이 많이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그 아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저릿해요.


엄마는 제가 이러는 거 아시면

더 마음이 아프시겠죠.

그래서 엄마한테는 말 못해요.


엄마는 나보다 더 마음 아파하실 테니까...


사랑하는 나의 엄마.

엄마는 천사예요.

저도 우리 딸들에게 천사가 될 수 있을까요...


걱정하지 말아요 엄마.

잘 살고 있어요. 이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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