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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Mar 26. 2017

영화 '연애소설'

마음이 정화된다는 느낌?

지난주, 글을 쓰다가 갑자기 영화 '연애소설'이 생각났다.


오래전에 틀림없이 보았다는 기억은 있으나 내용이 어떠했는지 가물가물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그냥 그 영화가 다시 보고싶어졌다.


영화가 시작되었고 나는 금세 그 영화 속으로 흠뻑 빠져 들어갔다.


손예진, 차태현, 이은주, 문근영...


이 영화는 그 이름, '연애소설'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 아름다운 화면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맑은 배경음악, 소설의 주인공들이 책 밖으로 튀어나온 듯 연기하는 배우들.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전에 이 영화를 끝까지 봤던 게 맞는가 의아할 정도로 장면 장면들이 새로웠다. 기억이 조금 살아나는 장면들 - 특히 영화의 전반부 - 도 있었지만, 많은 장면들이 마치 영화를 처음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는 내 기억력의 한계일 테지만, 덕분에 나는 만나기 힘든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영화를 다시 한 편 감상할 수 있는 기쁨을 느꼈다.

손예진을 참 좋아했다.


그녀의 반달같이 웃는 깊고 사랑스런 눈웃음. 촉촉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 감수성을 자극하는 표정과 분위기. 수많은 작품들에서 그녀의 연기를 경험했다. 그리고 거의 매번 감탄하고 감탄했다.


지금까지 내 마음에 깊게 남아 있는 작품은 '연애시대'라는 드라마이다. 감우성과 호흡을 맞추었던 불후의 걸작이라 표현하고 싶다.


손예진은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때가 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도 영화 '연애소설'에서도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삶의 커다란 기쁨의 하나로 '노래'를 꼽는 나에게 그녀의 노래는 지나침 없는 순수함으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오늘 다시 듣게 된 연애소설 속의 노래 장면도 참 좋았다.

그녀는 들국화 원곡의 '내가 찾는 아이'를 불렀다. 사랑하는 동성 친구 경희(이은주 분)와 이성 친구 지환(차태현 분)을 생각하며 부르던 '내가 찾는 아이'. 바이브레이션 없이 그녀만의 서정적 감성이 젖어 있는 목소리로 부르는 그 노래가 마음을 짠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이은주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는 어떤 영화팬이라도 잠시 가슴 한끝이 찡한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 '연애소설' 속의 그녀는 새삼스러웠다. 그녀가 훌륭한 연기자였음을 모르지 않았으나 다시 한번 15년이 지난 영화를 보면서 이은주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세상과 이별을 한 지도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녀가 연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면 또 얼마나 우리들의 가슴과 머리에 깊이 박힐 명작들과 명연기들이 이어졌을지...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었던 나였으나 마음 한켠에서는 줄곧 연기자 '이은주'의 부재를 의식했던 것 같다.


연애소설 속에서 보이는 배우 이은주는 발랄하고 산뜻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에서 슬프고 처절하고 우울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정말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대단히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었다. 뭐랄까. 정말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여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영화는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오래간만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며 이 글을 쓴다.


그 초록빛의 순수와 사랑의 여운을 느끼면서 말이다.


차태현에 대해서 쓰지 않은 것은

그의 연기가 별로여서 라거나 그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저 밤이 너무 깊었고, 뭔가를 다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으로 글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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