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현 와키타(脇田)온천 마을
몇 번 왔으나 이 료칸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산책할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오늘은 일행과 떨어져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이 마을을 걷기로 했다.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니 해가 낮게 떨어져 논과 밭을 그리고 강줄기를, 나무와 꽃잎을,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을 기일게 비추고 있었다.
손님들과 함께 다니느라 평소처럼 운동화를 신지 못하고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어찌 나를 막을까. 그냥 양복에 구두인 채로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민가 사이로 난 작은 길을 거닐며 이곳의 집들과 조경을 구경하기도 하고 야생으로 핀 꽃들과 수풀을 차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렇게 서로 색이며 배치가 조화를 이루는지... 그냥 "좋다! 좋다!" 하며 걸었다.
그러다 좀 큰 개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물줄기를 가운데에 두고 양갈래로 난 길 중 하나를 택해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을 거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드문드문 사람이 보였지만 자기 집 뜰에 나와 있는 할머니 혹은 시내에 들렀다 돌아오는 차 몇 대가 전부였다.
온천을 포기하고 산책을 택한 나의 판단은 옳았다. 전에 이곳에 왔을 때 이미 온천은 몇 번이고 경험했던 터라 논밭을 지나 개천을 따라 걷고 싶을 뿐이었다.
터벅터벅 걸었다.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풍경을 사진 속에 담았고,
물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
언제고 다시 올 수 있는 곳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정말 언제나 다시 올까를 생각했다. 일본땅을 뜨게 되면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곳이라 해도 쉽게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다.
걷고 또 걷다가 꽤 먼 거리를 올랐다. 일행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었으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내 발걸음에 아쉬움이 진흙처럼 들러붙어 조금은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떠나는 자의 마음은 항상 이와 같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