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miya Park (夜宮公園) in Tobataku, Kitakyus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이곳을 다시 찾았다. 마침 날씨도 좋고 어디 가족과 함께 산책이라도 하고 싶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발길을 이곳으로 돌린 것이다. 두 달 전쯤 혼자서 막간을 이용해 처음 방문했던 요미야 공원. 나만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것을 가족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서 일본을 떠나기 전 다시 찾게 되었다.
마침 공원은 주말에 있을 축제 준비로 공원 곳곳에 임시 천막들이 세워지고 있었다. '마츠리'라고 불리는 일본 각 지방축제는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행사가 진행되고, 길거리 곳곳에는 우리나라의 장터와 같이 각종 먹거리와 놀이판이 벌어진다.
지난 4년 동안 아내와 나는 키타큐슈에 살면서 우리 동네와 인근 동네들에서 해마다 몇 차례씩 열리는 지역 축제에 참가해 그 들뜨고 북적북적한 분위기에 한껏 젖어들곤 했다. 비록 우리가 일본인은 아니지만, 일본에 살면서 이곳의 토속적인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는 데에 지방 축제, 마츠리가 큰 도움을 주었다.
요사이는 일본도 우리나라도 날씨가 꽤 좋아 지인들이 찍어 보내온 사진들 속 풍경이 참 이쁘다.
요미야 공원을 찾은 이날도 하늘은 정말 근사했다. 자주 느끼던 바이지만 키타큐슈시는 한적하면서도 도시의 편리한 조건들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살기 좋은 곳이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마다 자기가 사는 곳의 좋은 점들을 잘 알고 있고 애착이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얘기를 들으면 그 동네 혹은 나라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이 도시에 와서 산 지 4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키타큐슈라는 땅에 대해 결코 얕지 않은 애정을 간직하게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살았던 서울이며 중국 광저우와 같은 대도시와 사뭇 달랐던 소박한 도시 키타큐슈의 많은 모습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높은 건물들이 별로 없어서 푸른 하늘을 매일 볼 수 있었고, 집과 회사를 오가면서도 논밭을 지나고 공원과 저수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차로 조금만 가면 산이며 강이며 바다에 금세 닿을 수 있어 일상의 찌든 때를 자주 씻어낼 수 있었다.
아직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서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될지 모르겠으나, 어디를 가게 되든 큐슈의 북쪽 키타큐슈에서 4년 동안 내 눈과 내 마음에 담았던 아름다운 순간들이 오래도록 그리울 것 같다.
위의 글을 쓰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며칠 지나 글을 잇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유월 치고는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산책을 나섰다. 좀 뛰어볼까 하다가 길게 한적한 동네 풍경을 보고 싶고 해서 그냥 걸었다.
평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며 마을 골목과 근처의 개울 그리고 수풀 곁에서 걷고 있자니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비록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중요한 문제가 걸려 있는 때를 지나고 있기는 하나, 발에 닿는 땅의 기분좋은 촉감이 소중했고 푸른 하늘과 초록의 수풀로 하는 눈샤워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테니스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아침 산책이나 초저녁 걷기를 좀 더 자주 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걸 왜 그동안 자주 못했을까.
아직 가 보지 못한 일본의 수없이 많은 곳들이 못내 아쉽게 생각되지만 그간 내가 누렸던 우리 동네와 여러 출장지들의 아름답고 다양한 모습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요미야 공원 주소
1 Chome-1 Yomiya, Tobata-ku, Kitakyūshū-shi, Fukuoka-ken 804-0042 Ja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