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 년이던가.
이 거리를 떠난 지가.
애써 잊고 지냈던 공간을
우연한 약속으로 인해 다시 찾았다.
그런 약속을 하게 된 상대도
십 년 이상을 만나지 못했던 어릴 적 친구다.
그러나 이 공간에 그와의 추억은 없다.
친구와의 반갑지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비 오는 거리로 나섰다.
십 년이라는 세월은 이토록 짧은 것이었나.
마치 어디론가 한 일주일 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온 기분이 들 만큼
이곳의 공간 구석구석이 낯익게 느껴지는 것을...
기억을 떠 올리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노력했을 뿐,
뇌리에서 마음에서 떠난 적 없다고
공간이 내게 속삭이는 듯했다.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그 속삭임을 들을 때
순간 마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느꼈다.
어디에선가 가득 차 있던 감정의 봇물이
오감의 자극으로 둑을 터트리고
쏟아져 나오려 했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더 많이 걸을 수
있었을 텐데...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 걷지 않았고
내 가슴이 터질 시간이
다음으로 미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