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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Sep 02. 2017

집에서 집으로 오는 길


                  집에서 집으로 오는 길



[2017년 8월 31일 목요일]


왜 이렇게 다른지?


 한국의 집에서 오늘 일본의 집으로 돌아왔다.

키타큐슈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이십 분 정도를 왔다.  


 오는 길에 바깥 풍경을 유심히 살폈다.

이제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 풍경도 오랫동안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달랐다.


 생김새가 달랐고 그로 인해 분위기나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는 거였다.

지난 사 년 동안 수없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오가며 느꼈던 건데 오늘은 새삼 그 차이를 더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우선, 하늘과 구름 모양이 다르다.
또, 집과 건물의 모양새가 다르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다르다.
도로에서 차가 가는 방향은 반대다. 가끔 착각을 한다.
길거리 깔끔함의 색깔이 다르다. 우리나라도 많이 깨끗해졌는데 일본은 할 말을 잃는다.
사람들의 옷차림새가 다르고 머리 모양이 다르며 화장법이 다르다. 보면 안다.
해질 무렵 하늘그림이 다르고 늘어선 나무들의 맵시가 다르다. 그림이 다르게 나온다.
즐비한 간판들의 글씨도 물론 다르고 거리에서 들려오는 말도 당연히 다르다. 그래서 외국인 줄 느낀다.
시끄러움의 정도가 다르다. 평균적으로 조용한데 중소도시는 더 그렇다.


둘 다 내 집이다.


 이번엔 우리나라에서 삼 주 정도 있다가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 기간 동안 경상도와 전라도를 번갈아 여행하고 서울과 경기도에서 지냈다. 게다가 이제 정말 귀국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 한국의 집이 다시 내 집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오늘 키타큐슈 와카마츠 히비키노미나미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 보니 이곳도 여전히 내 집이었다!


 한국의 본가에서 삼 주를 있었더니 다시 예전처럼 집이라 느끼게 되었는데 오늘 막상 일본으로 돌아와서 보니 지난 사 년 동안 살았던 이 집도 내 집인 것이었다. 왜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어디 멀리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온 뒤에 사는 동네로 들어서면 무언가 모를 포근함과 안정감이 들면서 '아, 집에 왔다!' 하는 느낌이 드는 것.


 특별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든 외국이든 살고 있는 곳 하나가 진짜 집처럼 느껴지기 마련인데 오늘은 내 집이 각기 다른 나라에 하나씩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두 곳이 모두 내 집처럼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제 이 두 개의 집 가운데 하나는 희미해지겠지. 시간이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이 흘러갈수록.


 희미해지는 건 슬픈 일일까? 며칠 동안은 내 눈앞에 있으니 희미해지지 않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조금씩 선이 흐릿해지겠지. 사진을 많이 찍어 두었으니 내 기억은 연장되겠지만, 내 어릴 적 기억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진이나 말로 반복되지 않는 공간과 사람과 에피소드는 까마득하게 잊힐지도 모른다.  


거 구름이들, 차암 이쁘네~~




키타큐슈 와카마츠 카쿠엔 도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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