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드레아 Jan 04. 2018

뒷골이 좀 당깁니다

17년 몸 담았던 필드를 떠나 새 무대로


 새 회사에 출근한 지 이 주가 조금 넘어갑니다. 서류 전형과 두 번의 면접 그리고 과제물 제출을 거쳐 최종 합격 통보를 받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렸나 봅니다. 17년의 제 경력과 전혀 다른 분야로 오게 되었습니다. 종합상사와 메탈 원자재 가공 및 수출 업체에서 일해왔던 제가 교육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 오게 된 겁니다. 


 전에 다니던 종합상사는 여성 직원들의 비율이 매우 적었던 반면에 최근 제가 입사하게 된 회사는 분야의 특수성 때문인지 여성 근로자 수가 월등히 높습니다. 어찌나 똑 소리 나고 세련된 모습들인지 회사의 위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역시 남초 조직과 여초 조직의 느낌은 출근 첫날부터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아! 이렇게 일찍 퇴근해서 책상 앞에 앉아 마음 편히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진 지가 얼마만인지... 

 야근을 해서가 아니라 처음 들어간 조직이다 보니 입사 동기들 혹은 같은 소속의 동료들과의 모임이 꽤 있었습니다. 또한 귀국한 후 한동안 못 보던 지인들과 만나느라 귀가가 늦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일본의 한 중소기업에서 4년 반 정도 있으면서 '경쟁'이라는 분위기에서 좀 멀치감치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으로 돌아오자마자 그 잊혔던 느낌이 복원되는 것 같았습니다. 매일 촘촘히 짜인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교육 중간중간 수시로 퀴즈를 풀었으며 하루 일과를 마감할 때 필기시험을 보았습니다. 


 그럼 제가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겠다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네! 오랜만에 스트레스 제대로 받았고 중년에 접어들어 시험 보느라 진땀 좀 흘리긴 했습니다. 하지만 간만에 경험하는 이 타이트한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동안 큰 조직을 떠나 사람과 조직 사이의 치열한 경쟁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을 덜 느끼며 잘 있었기 때문일까요? 조금 더 있다 보면 싫어질까요? 


 어떻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력이 상이한 저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이 작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17년 동안 비슷한 일을 하다가 '교육 서비스'라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접하며 도전 의식이 생기고 흥미롭게 하루하루 배우는 중입니다. 



   참, 이 회사에 합격 통보를 받기 전까지 상당히 많은 회사의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네댓 개 이상의 헤드헌터 회사들을 통해 알아보기도 했고, 잡코리아/사람인/링트인 등 구직 사이트를 통해서도 수십 통의 이력서와 경력기술서 등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서류 전형은 통과할 거라 생각했던 수많은 회사에서 단 한 번의 연락도 받지 못하는 좌절감을 마흔 중반에 접어들어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아마 구직해 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 구직 중인 분들은 제 이야기가 어떤 걸 의미하는지 생생하게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서류 전형에 지원하고 또 지원하고 또 지원하며,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다 보면 몇 개월이 후딱 지나가 버립니다. 그나마도 미혼일 때는 경제적인 압박감이 덜하지만 부양해야 할 식솔들이 있다면 흘러가는 시간에 입이 바싹 타 들어갑니다. 


 지금 제가 느꼈던 것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너무 고되지 않기를 그리고 하루빨리 그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다만 그 어려운 시간도 틀림없이 우리 인생에서 어떤 특별한 의미와 역할이 있다는 진실을 점점 더 믿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려 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 인생의 트랙에서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꼭 지나가야 할 코스를 지나가고 있으며 그 페이스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뒷골이 좀 당깁니다. 잠이 조금 모자란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홀로 책상 앞에 앉아 두서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잠자리에 일찍 들어갑니다. 


 내일 아침에는 머리가 한결 맑아질 거라 기대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