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드레아 Feb 22. 2018

완벽한 공부법

공부법에 대한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읽고 나서 딸에게 권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책


 새로 출근한 회사에서 내 자리라고 준 책상 위에 책이 한 다발이었다. 교육 서비스 전문 회사여서인지 책 읽기를 권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갑자기 읽어야 하는 책 리스트가 정해지니 압박감이 느껴졌다. 몇 권의 책을 이리저리 훑어보다 쉽게 읽히는 ‘배려를 파는 가게’라는 책을 스윽스윽 읽어갔다. 매우 부담 없이 잘 넘어가길래 얼마 정도 읽다가 다른 책으로 넘어갔다.

 

 채도가 낮고 차분해 보이는 푸른 한지 빛깔의 책을 집어 들었다.


[ 완벽한 공부법 ]


지은이: 고영성 작가와 신영준 박사
펴낸 곳: (주)로크미디어
2017년   1월 6일 초판 1쇄 발행
2017년 10월 19일 초판 74쇄 발행


 어릴 때부터 퍽 자주 꿈꿔 왔던 소망 하나가 오랜만에 떠 올랐다.


 잘 때 머리맡에 공부해야 할 책들을 쌓아 올려 두면 자는 동안 그 속의 지식들이 내 머릿속으로 다 빨려 들어가는 소원. 나는 자고 일어나면 내일 시험 준비가 끝나 있다. 몇 년 동안 매일 책과 씨름하며 공부하지 않아도 내 머리는 필요한 지식이 충분히 쌓여 똑똑하고 지혜로운 어른이 되어 있다.


 아마 모르긴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슷한 소원 한 번쯤은 상상하고 꿈꾸지 않았을까.


[BHAG]
Big Hairy Audacious Goal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


 책은 여러 챕터에 걸쳐 하나의 주제별로 공부와 연관 지어 머리와 가슴에 팍팍 찔러 박히고 충격적으로 스며드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믿음, 메타인지(나 자신을 아는 것), 기억, 목표, 동기, 노력, 감정, 사회성, 몸, 환경, 창의성, 독서, 영어, 일 이런 식으로 풀어가고 있는데 매 주제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었다.


 가능하다면 책에 줄을 쫘악쫘악 긁어가며 읽는다. 게다가 책 내용에 마음에 들고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 나오면 책의 여백에 그 말들을 반복해서 적거나 내 경우와 연결 지어 무언가 끄적거리는 걸 좋아한다.  ‘완벽한 공부법’(이하 ‘완공’)도 공감도가 매우 높고 꼭 강조하고 싶은 내용들이 상당히 많아서 매우 ‘더럽게’ 책을 읽었다.


 저자는 무언가를 궁극적으로 이루기 위한 ‘장기 목표’를 세울 때 BHAG을 마음속에 그리라고 강조했다. 즉, 크고 위험하고 대담하고 매력적인 목표를 세우라는 것이다. BHAG은 수많은 사례들과 우리들 자신의 일생을 통해서도 증명되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이끌어 낸다.


 왜 그럴까? 어째서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가 사람을 뒤흔드는 걸까?


 그건 바로 이 크고 위험하고 대담하고 매력적인 목표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책을 읽으면서 아무 소리도 빛도 없는 가운데 나는 폭죽이 터지고 주변이 환해지며 마음이 들뜨고 갑자기 부자가 된 듯한 경험을 매우 여러 차례 경험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공부를 잘할 수 있게 해 주고, 인생에서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많은 이야기와 책들을 학교에서 그리고 졸업 후에도 듣고 보았다. 그런데 책 완공을 통해서 오랜만에 그 뜨거운 열정이 되살아났다. 한창 미래의 진로를 꿈꾸고 있는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아닌, 중년이 된 지금이라도 앞으로 살아갈 나날을, 또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고 인생의 크고 멋진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벅찬 느낌이 책을 읽는 동안 들었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는 동안 카톡으로 중간중간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큰딸에게 보냈다. 큰딸은 이제 중학생이 된다. 나에게도 매우 필요하고 절실한 책이지만, 앞으로 나보다 수십 년을 더 살아갈 딸에게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얼마나 깊고 강력하며 소중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소 파편적이긴 하지만 공감이 깊고 울림이 있었던 구절들을 소개해 본다.



[작은 성공이 이루어낸 큰 성과]


 (완공 중에서) 저자 신영준 박사가 싱가포르에서 박사 학위 공부를 할 때 '사가란'이라는 스리랑카 출신 1년 후배가 있었다. 그런데 지도 교수가 어느 날 사가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는 박사과정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

 사가란은 똑똑하고 실험도 잘하는 친구였지만 논문을 쓰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 실험하고 데이터를 뽑아내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어 논문까지 쓸 시간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신 박사 자신도 첫 논문을 쓸 때 사가란과 비슷한 처지였음을 생각하고 그를 위로하며 몇 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고 한다.

 "처음 논문을 쓸 때는 그 수준을 논하지 말고 우선 초안만이라도 완성하면 자신감이 붙는다. 따라서 첫 초고가 완성될 때까지는 집에도 가지 말고 실험도 멈추라."

 조언을 듣고 사가란은 3박 4일을 고생해서 인생 첫 논문 초고를 썼다. 아직도 질은 높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도 교수와 논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학원 입학 2년 반 만에 이루어낸 이 '작은 성공'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그는 이후에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해 학위를 받고 박사 후 과정까지 제대로 된 논문을 많이 썼고 지금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에서 책임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서점에서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를 구경하다가 이과 수학책의 두께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때 속으로 '아, 문과로 가야겠다!'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고등학교 진학 후 문과반으로 편성되었지만 문과라고 해서 수학을 안 할 수 없었다. 수학 성적이 입시에서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수학에 쏟는 시간이 다른 과목에 비해 월등히 많았지만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을 지나면서도 수학 성적은 원하는 만큼 나오질 않았고 늘 조바심을 느끼곤 했다. 시험에 맞추어 진도를 빼야 했기 때문에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쉽게 해답 풀이를 보고 이해하며 공부한 적이 많았다. 그러다가 수학을 잘 하는 친구들의 비법이 궁금해서 그들이 어떻게 수학 공부를 하는지 좀 알려 달라고 진지하게 도움을 청했다.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선행학습을 해서 잘 한 친구도 있었고, 엄청나게 과외를 해온 친구도 있었다. 교과서보다는 참고서와 수많은 문제를 풀어 실력을 키우는 친구도 있었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게 재미있어서 퀴즈처럼 푸는 부러운 친구도 있었다. 여러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몇 가지 시도해 봐야 할 방법이 생겼다. 그것은 1) 새로운 과정을 익힌 후 반드시 배운 내용을 소화할 기본적인 문제들을 꼭 풀어내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런 후에 2) 좀 더 난이도가 높은 응용문제를 풀어 봐야 하는데 최대한 정답풀이에 의존하지 않고 끝까지 스스로 풀어보는 시도였다.


  기본 문제를 풀어 보는 시간은 과정에서 배운 내용이 제대로 이해되고 소화되었는지 점검하기 위해 꼭 필요했고 대개는 방금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풀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해결했다. 또한 거기서 자신감이 생겼고 좀 더 어려운 단계의 문제에 도전하고픈 욕구가 일었다. 다음으로 응용문제. 그 전 습관을 버리고 이제부터는 한 문제에 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힘으로 풀어 보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좀 답답하고 공부할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풀 수 없을 것 같았던 문제들을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내 힘으로 풀어내는 기쁨과 성취감을 맛보자 상황은 반전됐다. 즉, 어려운 문제에 매달리고 어떻게든 끝까지 혼자 풀어 보고자 노력하고 결국 성공하는 경험들이 쌓이자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수학의 지존이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과목과 균형을 이룰 만큼 성적이 향상될 수 있었다. 수학을 포기하고 다른 과목에 더 투자해서 목표 점수를 얻고자 했던 친구들이 적지 않았지만 나는 작은 성공을 시작으로 수학이라는 과목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감사한 경험도 하게 되었다.



[뇌의 가소성]

 

 마흔 줄에 들어서면서 피부의 탄력도 줄고 운동을 하다가 다치는 일도 이삼십 대일 때보다 잦아졌다. 테니스를 정말 즐기는 데 최근 5년 상간을 두고 왼쪽과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각각 한 번씩 파열되는 아픔이 있었다. 얼마 전부터 왼쪽 어깨도 좀 쑤시고 목이나 허리가 더 자주 결리고 뻐근한 느낌이다. 나이가 드는 게다.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 이리라.

 

 이 책을 읽으며 또 반가웠던 것은 인간의 모든 신체가 나이가 들면서 퇴화하지만, 뇌만큼은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뇌는 부지런히 쓰면 쓸수록 신경 간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성장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뇌도, 지능도, 성격도, 그 어떤 것도 노력을 통해 바뀌고 성장한다고 믿는다면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이 얼마나 희망을 주는 메시지인가! 주름이 생기고 몸이 허약해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뇌는 나의 노력과 믿음에 따라 죽을 때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위로이자 힘이 될 것 같다.



[몰입, 행복과 공부를 모두 잡다]


(완공 중에서) 시카고 대학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다른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을 정도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푹 빠져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상태를 '플로우(flow)'라고 명명했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최적 경험에 빠져 있을 때를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느낌' 등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우리 단어는 '몰입'이다.

 몰입의 두 가지 큰 경험. 1) 시간 개념이 왜곡된다. 2) 자아에 대한 의식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몰입은 어떤 상황에서? 주어진 과제가 한 사람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때 몰입을 느낄 확률이 높다. 과제가 그 사람의 역량에 비해 쉽거나 어렵다면 우리는 지겨움 혹은 불안과 두려움을 각각 느끼데 되어 몰입할 수 없게 된다.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동생은 오랜 시간 공부를 하면서 이 '몰입'이라는 주제에 대해 꽤 여러 차례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곤 했다. 동생 역시 학문을 하는 입장이어서인지 어떻게 하면 같은 시간에 같은 노력을 들여 더 잘 공부하고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평생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오랜 시간 성당 연극반에서 연기를 하고, 드러머로 밴드 활동을 하는 등 대입 준비와 거리가 있는 과외 활동에 열심이었던 동생은 급기야 내신 성적의 반전을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후 검정고시로 고졸 학위를 취득한 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좀 늦었지만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대입 시험을 치를 때마다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며 답을 밀려 썼다든지, 맹장이 터졌다든지 하는 불운까지 겹치며 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그랬던 그가 일단 대학에 들어가자 공부에 불이 붙었고 마치 지나간 세월을 따라잡아야만 살 수 있는 것처럼 신들린 듯 학업에 매진했다.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는 수단의 성격이 강했지만, 대학에 들어간 그는 공부 자체에서 흥미를 많이 느꼈고, 특히 수학과 환경 공학 전공과목에 집중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서울대 모 교수께서 '몰입'에 대해 집필한 책을 읽고 깊이 공감했고 그것을 본인의 생활에 접목하며 체화시켰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무엇에 강하고 무엇이 부족하고 약한지 철저히 알았다. 1) 메타인지가 확실했던 것이다. 또한 과도한 욕심으로 단계를 뛰어넘기보다는 착실하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전략을 택했다. 2) 과제의 난이도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다.  이렇게 두 가지가 철저히 뒷받침된 학부 4년의 몰입을 통한 학업은 그를 8학기 내내 장학생으로 만들었고, 여세를 몰아 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까지 직행하게 했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과 자퇴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재수, 삼수, 사수를 하던 시절을 만회하고 말리라는 외침인 듯, 놀라운 의지와 노력 그리고 끈기로 일구어낸 성과였다.    


자기 자신의 실제 이야기로 마음을 울렸던
'신 박사의 통찰 & 고 작가의 심화'


 완공에서는 수많은 실험의 사례들이 나와 저자들이 주장하고 강조하는 생각들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제시되곤 한다. 실험군과 대조군이 확실하게 나오며 차이점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편 각 챕터 뒤에는 신영준 박사와 고영성 작가가 본인이 직접 경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주제와 연결된 생생한 증언을 한다. 각 장의 주제별 내용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렇게 저자들 스스로의 실제 경험이 녹아들어 간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으니 명저를 저술한 저자들과의 거리감이 많이 좁혀졌다. 마치 글자 속에 숨어 있던 지은이가 나에게 직접 사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더 인간적인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책이 전하는 메시지와 주장이 이성과 더불어 감성을 자극하며 실제로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화되는 것 같았다.     


 책 중반 '목표' 챕터 뒤에 고영성 작가의 '산티아고가 내게 준 선물'이라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고 작가의 평생 반려자가 되신 아내가 신혼여행으로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제안했는데 무려 800k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여정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 5km를 지나면서 몸의 이상을 느꼈고, 10km 지점에 왔을 때는 구토까지 나오며 고통을 느꼈다. 15km, 20km를 왔을 때 이미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첫날 이렇게 죽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고 숙소에서 짐을 풀고 샤워를 한 두 사람. 말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고 작가는 그녀가 '포기'라는 말을 할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몸 상태를 보면 포기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그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영성아, 우리 하루를 걷자. 800킬로미터를 생각하지 말고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만 생각하고 걸어 보자."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고, 그가 듣고 싶었던 말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는 어떤 '울림'이 있었고 그는 그녀의 결연한 눈빛과 함께 하고 싶었다.


 이렇게 그들은 33일 동안 하루 평균 24km를 걸어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던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정복하고야 말았다.


 고 작가는 말한다. 누군가 인생 최고의 선택을 물어본다면 첫째는 '그녀', 두 번째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고. 33일의 여행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산티아고가 그에게 준 선물은 너무 많지만, 무엇보다 목표를 어떻게 이루는지에 관한 해답을 줬다는 점에서 그 어떤 경험보다 그를 성장시켰다고 한다.


 이 장을 읽으면서 스스로 나의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는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여기에서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꿈과 목표에 대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고 작가와 아내 되신 분의 산티아고 순례의 길은 터무니없는 BHAG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원대한 목표를 세웠고 포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을 이겨내고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 목표를 끝내 이루었다. 그것은 단기 목표 세우기 혹은 목표 세분화였다. 800km는 애초에 그들의 체력이나 정신 상태로는 택도 없는 목표였다. 하지만 목표를 하루로 단축시켜 버리면서 그들의 심리적 부담은 훨씬 줄었고 하루를 단위로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보다 치밀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가자!


 우리에게 만일 누구에게 비웃음을 살까 봐 혹은 너무 커서 말하기 힘든 원대하고 높은 꿈이 있다면 그게 바로 저자의 800km 산티아고 순례 길과 같은 목표일 것이다. 몸이 허약해서 수영을 시작한 박태환의 세계 제패 , 시력이 나빠 테니스를 시작한 정현의 다시 쓰는 한국 테니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친구를 보며 자책했지만 그저 묵묵히 다작을 했던 이현세의 만화 인생, 여왕 김연아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인내의 피겨 이야기, 고졸 학력이지만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과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로 내로라하는 조직의 석박사들과 임원마저 능가했던 삼성 Y수석의 스토리 등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인 혹은 우리 주변 사람들 가운데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이들에게 있어서도 처음엔 그 성과가 너무도 멀고 높아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목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수많은 다른 이들처럼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까. 그 높은 산을 오르는 비법, 그 머나먼 길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방법을 말이다.  


 이 책은 주기를 두고 다시 읽어 보기로 했다. 일단 단기 기억에 저장해 놓았다가 일정 시간 이후에 다시 읽으면서 그때그때의 내 상황과 비교하며 적극적으로 다시 읽어내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나의 딸들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1년 후, 5년 후, 10년 후 엄청나게 달라질 것임을 확신한다.


 자, 이래도 안 읽겠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