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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Feb 04. 2016

노부부와 중년의 아들

어버이 살아실제...

  

 어제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어머니께서 갑자기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무시는 사이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친구는 미국에 살고 있다.  날벼락같은 기별을 받고 바로 비행기에 올랐지만 그는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 하지 못할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긴 시간 속에서 어머니 가시는 길을 지켜드리지 못한 아들은 어떤 심정일까. 아들도 아닌 내가 생각해도 비통하고 허망하기 그지없는 것을 당사자는 오죽할까 싶어 가슴이 죄어 온다.   


 죽음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음을 나이가 들수록 실감하게 된다. 불과 열흘 전 회사의 10년 젊은 후배가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그 충격과 슬픔이 떠나지 않은 지금 친구의 어머니께서 이렇게 갑작스레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런 생각은 더 강하게 내 마음을 치고 있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아들을 보시러 나의 부모님께서 삼 주 와 계시다 내일 떠나신다. 중년이 된 아들과 노년이 된 아버지 어머니는 실로 오래간만에 매일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어머니 손맛이 들어간 맛난 음식을 나누며 몇 시간이고 담소를 즐겼다.   


 대화의 주제는 새로운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을 걸쳐 무한 반복되는 것들도 많다. 사과대장에 똥싸배기로 불리던 나의 유아 시절, 대입에 실패하고 입시학원 시험마저 떨어졌을 때 함께 하늘이 무너져라 가라앉았던 모자의 모습, 동생의 고교 자퇴와 힘들게 버티던 다년간의 입시 생활 그리고 두 분의 힘겨운 뒷바라지, 수십 년 몸 바친 군에서 아쉽게 예편하신 후 체면을 버리고 당구장 사장으로 변신하셨던 아버지 – 그럴 수 있으셨던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은퇴 후 시험 준비를 하시고 공무원으로 변신하신 놀라운 아버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무섭게 학업에 매진하며 박사가 되기까지 거의 반 기적적인 성과를 이룬 남동생의 스토리, 청천벽력과도 같던 두 아들의 이혼과 풍비박산이 된 가정, 동서양사를 가로지르는 해박한 아버지의 역사 이야기, 두 분의 여행 이야기 등등. 노부모와 중년의 아들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즐겁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며 하는 말.  


“내일 우리 아부지 어무니 떠나시네.. ㅠ”  


“그러네. 우리 아들 밥 잘 챙겨 먹어. 엄마 아빠 없더라도.”  


 중년에 접어든 아들은 마치 어린 아들처럼 어린양을 한다. 어머니의 눈 속에 한없는 사랑과 자애가 담겨 있다.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100세가 넘도록 함께 해주세요 라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가까운 친구들 가운데 벌써 부모님을 여의 친구들이 제법 된다. 건강하신 두 부모님이 곁에 있는 나는 그 친구들이 안쓰럽다. 그리고 한편으로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어버이 살아실  섬기길 다하여라.  

지나간 후에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 송강 정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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