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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Jun 17. 2018

내 마음속의 대화

 1.


 잘 지내고 있니? 두 시간 넘게 잤으니 개운하지? 그래 이틀 동안 좀 무리해서 운동을 했으니 이렇게 좀 쉬는 게 좋아.


  주일이니까 미사 참례를 해야지. 그래, 저녁 6시 미사 잘 갔어. 미사가 끝나도 7시를 조금 넘길 뿐이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잖아.


 어디 좀 낯선 곳으로 향하고 싶었던 거지. 집 근처 말고 어디 다른 곳을 말야. 가방 속에 읽을 책 한 권과 인강 교재 하나 그리고 글쓰기용 키보드가 있구나.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아마 다 건드리지 못할 걸? 그래도 옵션이 있는 게 좋잖아.


 너 아까 자다가 일어날 즈음 표정이 왜 그랬어? 왜 갑자기 그렇게 가슴 미어지는 모습이 되었던 거야? 그래, 알 것도 같아. 네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 같아.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정해지지 않은 채 혼자 있는 시간은 늘 그래. 평소에 바빠서 이어가지 못하던 생각과 감정들이 스물스물 올라오곤 하잖아. 그 가운데에 어떤 특정 사람들을 떠 올리면 넌 순간 호흡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어.  


 J도 그중 한 사람이지. 녀석의 하얀 얼굴과 옅은 미소, 겸연쩍은 듯한 표정과 말투 다 뚜렷하고 선명해. 오래된 일이 아니니까. 너도 알고 있지. 네가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어. 그럼에도 넌 안타까워 하고 있다는 걸. 같이 있는 동안 더 살갑게 대해 주지 못해서, 희망 같은 무기를 좀 건네 주지 못해서 허탈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걸.


 사실 네가 마음을 쓰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아. 아마 네가 분신술을 쓸 수 있다면 넌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에게 네 마음을 나누어 주려고 할 거야.


 너무 욕심내지 말자. 너를 필요로 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있어. 너도 가끔 반성하잖아. 분배에 실패하는 너 자신에 대해서 말야. 알아, 노력하고 있다는 거. 노력.. 노력... 노력...   글쎄....


 2.


   오늘은 조금 갈등을 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누군가와 차 한 잔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성당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는데 오늘 친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만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지인들을 떠 올렸지요. 한 사람, 또 한 사람...


 연락을 자꾸 하려는 내 손을 막았습니다. 몇 시간 사이에 대여섯 번은 막았을 겁니다. 일요일 저녁 차분한 그 시간을 나누고픈 마음은 작지 않았지만, 혼자서 그 시간을 보내며 더 깊고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이 더 강했습니다.


 가본 적이 없는 동네로 향했습니다. 도심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였어요. 정문으로 들어설 때는 매우 한산해 보였는데 길을 따라 운동장으로 들어서 보니 트랙을 따라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스탠드에도 친구나 가족 혹은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혼자였습니다.


 캠퍼스 길가 수풀 사이에 놓인 야외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저무는 하루를 배경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오늘 나는 혼자였지만, 그 풍경만으로도 나쁘지 않더군요. 가까운 어느 날 나도 마음 통하는 누군가와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가는 하늘 밑에서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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