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19년 만에 회사를 만들어 독립하게 되었다. 샐러리맨에서 독립 사업가로 전향하면서 내게 영향을 준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한국 사람들이 더 많지만, 오랜 세월 트레이딩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외국인 가운데서도 롤모델이 몇몇 생겼다. 오늘 아침 A4 용지를 사러 나갔다가 모닝커피를 하며 몇 달 만에 통화를 하게 된 알리 코셰쉬는 나에게 그런 인생의 멘토라 할 수 있겠다.
철강/비철 원자재 비즈니스로 독립 트레이딩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두어 달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그에게 내 신상의 변화를 알리고 싶었다. 왓츠앱의 마지막 기록을 보니 내가 아직 홍콩에 있을 때 나누었던 대화가 마지막이었다. 넉 달 전쯤에 나눈 대화는 내가 홍콩으로 가게 되었고 나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교육 프랜차이즈 업계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이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화를 걸지 않고 문자로 근황을 알렸다. 몇 개의 문장으로 나누어 문자를 보내면서 홍콩에서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간단히 소식을 알리고자 했다. 문자를 보내는 도중에 갑자기 화면에 '읽음 표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회신이 왔다.
"Hi, Brother. You keep surprising me with your goals! "
당연한 반응이었다. 홍콩에 간 일도, 무역하던 사람이 교육 프랜차이즈 일을 하게 된 것도 너무 생소하고 예상치 못한 행로였는데 그 소식을 전한 지 몇 달 뒤에 이렇게 다시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하게 되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알렸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시각으로 아침 8시라면 이란 시각으로 새벽 세 시기 때문에 간단히 문자를 보낸 것인데, 그는 지금 캐나다 동부에 있다는 회신이 왔다. 그러면 대략 오후 7시 정도기 때문에 통화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SNS 무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잠시 울리기가 무섭게 15년 지기 이란 친구는 환대와 기쁜 에너지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 주었다.
잠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화가 오가자 그는 내 진로의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So did the Japanese supplier asked you first for the business? Or Did you try to find the company to ask it to give you the agentship of the supplier's export business?
그는 일본 회사가 나를 먼저 찾았는지, 아니면 내쪽에서 먼저 그 회사에 요청을 해서 독립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계기로 갑자기 홍콩의 교육회사를 그만두고 일본 원자재 공급선의 수출 판권을 얻어 그 회사의 해외 수출 Agent로 일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했는데, 바로 내가 그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스토리였다.
미래소년 코난을 연상케 하는 어제 한낮 원주의 하늘
[2017년 여름 어느 날, 일본 키타큐슈]
" 전무님, 제가 이제 일본을 떠나게 돼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비록 일본을 떠나지만 혹시라도 지금 수출하고 계신 철스크랩을 다른 데 판매하고 싶으신 계획이 생기면 저를 찾아 주십시오. 한국, 대만, 베트남, 중국, 인도까지 바이어와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니 귀사의 물건을 충분히 판매할 수 있습니다. " 내가 말했다.
" 아쉽네요. 앤디 씨. 아무쪼록 앞으로 하시는 일이 잘 되시길 빌어요. 우리가 만일 앞으로 현재 판매하는 라인 이외의 루트가 필요하면 앤디 씨에게 부탁할게요. 건강히 잘 지내시고요. " 원자재 회사의 임원이 대답했다.
2년 전 일본의 원자재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는 근처에 있던 동종 업계의 오너 경영자 한 분을 찾아 작별인사를 하러 갔다. 그분과의 인연은 내가 근무하던 키타큐슈의 회사와 물류 거래를 하면서 시작되었는데, 당시에 그는 사정이 있어 트럭 운전을 하고 있었다. 수출입 업무를 하던 나와는 사실 일적으로 엮일 일이 없었지만, 자주 우리 회사를 오가던 그와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고 이따금 식사를 나누며 좋은 관계를 이어갔다. 험한 트럭 운전을 하며 고생을 몇 년 하다가, 내가 일본 회사를 그만두기 얼마 전에 지금의 회사 임원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한 기약 없는 부탁을 하고 헤어진 것이다.
[2019년 겨울 어느 일요일, 홍콩]
홍콩의 한 유력한 유치원 사업가 M 여사가 교육계 인사들을 초청해 새로운 유치원의 개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일요일이었지만 행사에 초대받았기 때문에 동료들과 함께 규모가 제법 큰 그 호화로운 유치원 내부를 살필 수 있었다. 길고 넓은 부지에 교실이 대략 15개 이상, 중심부에 큰 무대와 객석을 보유하고 있었다. 높이 올리기보다는 2층 이하로 지은 건물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생활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 신호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홍콩에서 거의 쓰지 않던 라인으로 들어온 전화였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분의 이름이 화면에 떴다. 두 해 전을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던 키타큐슈의 전무님 이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