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화가 나고 미움이 컸다
그토록 미움이 깊었지만
돌이켜 보면 딱 일 년 동안만 그러했다
감정과 에너지가 폭발하던
그 젊고 어린 나이의 일 년
그 뒤로 따라온 25년의 세월은
미움이 사라지고
애틋한 우정이 서서히 깊어지기만 했다
서로가 나눌 수 있는 아픔이 있었기 때문일까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조금씩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어린 시절을 공유한 우리가
그리움을 안고 서로 멀리 떨어져 살다
이따금 만나 특별할 것 없는 안부를 나누며
요란하지 않은 위안을 느끼기 때문일까
술은 없었다
곰탕 두 그릇을 함께 했고
커피와 담담한 수다가 있었으며
석촌호수의 젖은 호변을 나란히 걸었다
다시 만나려면
해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리 늦지 않은 저녁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졌다
다시 만날 날까지 서로 건강하기를 빌어 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