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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Aug 13. 2019

화창한 날의 연인

비가 한바탕 쏟아진 다음날

하늘은 더 파랗고 구름은 더 하얗구나.

햇살은 따갑게 내리쬐고 있지만

하늘과 구름을 보니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점심을 먹고 터벅터벅 뜨거운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둘 다 모자를 쓴 젊은 커플이 보였다.

남자가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뒷모습만 보이는 여자는 두 손으로

남자의 양 옆구리께 옷섶을 쥐고 있었다.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그들 옆을 지나칠 터였다.


남의 일에 관여할 바 아니지마는

여자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드디어 그들 바로 옆을 지나치는 순간.

재빨리 여자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아!

후....


여자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고 있었다.

남자의 양옆 허리 윗부분을 각각 양 손으로 부여쥔 채

시뻘게진 눈으로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목격한 장면은 일초 혹은 이초의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이 뜨겁고 화창한 8월의 여름 한낮에

이 젊은 커플에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남자는 냉정한 인간일까.

여자의 눈물에도 흔들리지 않는 유형의 남자인가.

아니, 여자가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이 커플의 사랑은 언밸런스.

어쩌면 남자의 사랑은 이미 식어버렸을는지도.


가슴이 저릿해 온다.

그 언젠가 나 자신이 나의 사람에게 저질렀던

잔인함과 냉정함.

아프고 후회스럽던 기억이

툭 치고 올라왔다

다시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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