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창업자 레이 크록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P. 153 - <사업을 한다는 것> 본문 중에서 발췌 -
나는 매일 아침 차를 몰고 데스플레인스로 가서 개장을 도왔다. 환경미화원이 나와 같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달리 할 일이 없을 때는 그를 도왔다. 좋은 양복을 입고 있을 때도 걸레를 들고 화장실 치우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물품을 주문하고 음식을 계속 만들어내는 데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에드 맥러키가 그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참고하도록 상세한 지시 사항을 적어두었다. 에드는 아침 10시경 나와서 11시에 매장의 문을 열었다. 나는 그가 오기 전에 가게에 차를 두고 서너 블록을 걸어서 노스웨스턴 역으로 갔다. 시카고행 7시 57분 급행열차를 타고 9시가 되기 전에 프린스캐슬 사무실에 도착했다.
철스크랩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에이전트로 일하며 바쁠 때는 엄청나게 바쁘지만, 회사에 몸이 얽매어 있는 게 아니라서 무언가 다른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의 유연성이 생겼다. 홍콩에서 교육 프랜차이즈 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학원을 하나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작년 구월 경 지인으로부터 한 영어 프랜차이즈 학원을 소개받고 시월에 열렸던 설명회에 참석했다. 학원을 열기로 결심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설명회가 끝날 무렵 나는 이미 이 브랜드로 가맹계약을 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원자재 무역 비즈니스를 하면서 동시에 학원을 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프랜차이즈 사업치고 가맹비가 적게 들어간다는 거였다. 내로라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 등의 가맹비는 수천 만원에서 수 억에 달하기 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나 교육 프랜차이즈 사업은 대개 천만 원 미만에서 해결된다고 했기 때문에 언뜻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학원을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가맹비가 비교적 적게 들어가서 가볍게 보고 덤벼들었다가 꽤나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육 비즈니스 쪽이 아무래도 경기에 덜 민감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점이다. 평생 샐러리맨으로 나름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다가 개인 사업으로 독립을 했기 때문에 이왕이면 수입 측면에서 기복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을 벌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황에도 교육산업은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여러 가지 데이터와 정보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선호도 역시 영어 학원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종합상사에서 야근과 술로 찌들던 때에 다 때려치우고 영어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사원 대리 시절이 있었다. 영어를 좋아했고,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삶을 소중한 추억으로 담고 있었다. 영어 선생님이 되지 못했지만, 학원을 열어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훌륭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월에 설명회에 참석하고, 12월에 원장단 교육에 참석 가맹계약을 완료한 이후 일상의 리듬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다소 여유가 있었던 나의 생활은 점점 더 빠듯하고 팍팍해졌다. 철스크랩 무역일로 밥을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을 느끼지 않았던 나의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라졌다 다시 켜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엑셀로 수입과 지출 내역을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 어디서 돈을 만들고, 어디에 돈을 써야 하는지 거의 매일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렇게 기록하지 않고서는 수많은 항목들을 그냥 머리로 기억하고 집행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빼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제때 돈을 지불하지 못하는 부도 상태가 될 소지가 높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월별로 수입지출 내역에 대해 기록하고 향후 예정 사항을 기록하면서 스트레스가 점점 가중되어갔다. 돈이 모자란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어디서 돈을 빌리고 융통해야 하는지가 매일매일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되었다.
언젠가 브런치 작가님 한 분의 글을 읽고, 맥도널드 프랜차이즈 창시자, 레이 크록의 <사업을 한다는 것>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무려 60~70년 전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비즈니스 이야기였으나 왠지 크록이 이야기하는 비즈니스 체험담이 전혀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와 미시간 혹은 시카고의 케케묵은 1950년대 이야기들이 오히려 2019년, 2020년을 비즈니스맨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매우 공감을 주었고, 위로가 되었으며, 어떻게 일을 해나가야 할지 영감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 153쪽에 씌어 있는 맥도널드 프랜차이즈 초창기 레이 크록의 일상을 보면, 마치 무역을 하면서 영어 학원을 준비하는 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록은 원래 종이컵 사업을 크게 벌이고 있었고, 멀티믹서 기계를 전국에 판매하는 자기 비즈니스를 하고 있던 사람이다. 그러다 우연히 캘리포니아의 한 조용한 마을에서 맥도널드 형제가 하는 햄버거 가게를 만나게 된 후, 이것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러나 자기가 원래 하던 사업을 접고 이 새로운 사업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를 유지한 채 프랜차이즈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에 도전했다. 사업의 규모에서 보면 그의 이야기를 조그만 구멍가게와 같은 내 무역과 학원 창업에 비할 수야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래 하던 비즈니스를 포기하지 않고,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를 동시에 추구하는 상황에 있어서 만큼은 크록과 내가 다르지 않고, 그의 케케묵은 기록과 이야기들이 나에게 작지 않은 통찰력과 지혜를 제시해 주고 있음을 깨달으며 책을 읽고 있다.
떨린다. 이 새로운 길을 걸어가며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떤 사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버겁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도 적지 않다. 어쩌면 내 능력 이상으로 일을 벌이고 그것을 감당하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면서도, 이 길이 잘못되지 않았으며, 이대로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느끼는 건 왜일까.
너무 일찍 나가떨어지지 말자.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