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채워진다
사람 만나기를 즐겨하고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나는
변하고 있다
알람에 눈을 뜨고
간단히 씻는다
바쁜 나날에 하지 못하던
아침 기도를 하고
성서를 읽기도 한다
사과 한 개를 네 쪽으로 잘라
아몬드나 호두와 곁들여
아침으로 먹는다
톡으로 들어온 여러 방들을
드나들며 세상 소식을 접한다
때론 이른 아침부터 불이 나는
톡방에서 안부로 시작해
세상 모든 이야기까지 나아간다
그렇게도 잘 마시지 않던 물을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데워
따뜻하게 마신다
하루 0.7리터 이상 마시는 일이
전에는 좀처럼 없었는데 이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즈음
습관이 되었다
두 달 가까이 이렇게 해 보니
체중이 4킬로 정도 줄었다
혼자 일하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책을 읽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산책을 하고
만남 대신 문자로 안부를 전하고
영상통화를 한다
꼭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꼭 만나야 하는 시간만큼만 내고
다시 혼자의 공간으로 돌아온다
문득 내 일상이
수도자의 삶을 조금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무척 단순해진 삶이
나에게 꼭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비어가던 내가
안으로부터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