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담장에 가려진 카페
제가 사무실이 있기는 한데,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카페에서 일할 때가 많습니다. 특별히 대단하고 이쁜 카페만을 찾아다니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일하는 기분은 대개 근사합니다. 조금씩 그 흔적을 남겨 보려고 해요. ^^
수서역 근방에 '교수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교수님들만 사는 곳인가 했었는데,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일의 특성상 어떤 특정한 곳에 정기적으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와 해외 거래처들과 전화와 이메일 교신이 주를 이루고 있어 사무실에 있지 않고 이왕이면 한적한 카페 같은 곳을 찾아 일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교수마을의 한 파스타집엘 몇 번 다니면서 찾은 자그마한 카페가 이곳이었다. 차로 지나면서 '카페자곡'이라는 글씨는 자주 봤는데 문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질 않았다. 어느 날 차를 근처에 주차하고 발로 찾아가 보니, 자그마한 연립주택 1층에 소담히 자리 잡고 있는 카페의 작은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 카페는 바깥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데 이곳은 연립주택의 경계를 이루는 담장 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 도로에서는 카페 안을 볼 수 없었다.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몇몇 테이블에 사람들이 한가로이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남들처럼 카페 바깥쪽의 뜰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원이 있는 안쪽에 자리 잡았다. 프랜차이지 커피숍들은 대개 전원을 여기저기 마련해 두는 곳이 많은데, 개인 직영 카페들은 생각보다 전원 연결이 쉽지가 않아서, 제한이 좀 있다.
노란 불빛과 미색의 인테리어. 마스크만 벗고 일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그런 날이 언제쯤 다시 올까. 한적한 카페에서 마스크를 벗고 바쁘지만 여유로운 척하며 일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