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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Oct 03. 2021

백운호수의 추억

 한때는 평생을 같이 일하고 같은 동네에서 살 줄 알았던 친척 동생이 있다. 녀석은 나와 이종사촌지간이지만 아버지가 외국인이라서 국적이 달랐다. 나이차가 커서 그저 어린 동생으로만 알고 지내다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관계가 좀 복잡해졌다. 그가 오너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와 일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의 일이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그에게 한국인 여자 친구가 생겼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소개로 처음 둘이 만났을 적엔 여자 친구가 고등학생이었고 남녀 사이로 만난 건 아니라고 했다. 한국에서 외롭게 지내던 터라 아는 사람이 한국어도 배우고 가끔 만나 말동무하라고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빌려 소개해 주었다고 한다.


 그 여자 친구가 이젠 동생과 혼인해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두고 잘 살고 있는 제수씨다. 동생과 제수씨를 처음 만난 곳이 백운호수의 어느 카페였다. 큼지막한 눈망울에 하얀 피부를 한 고운 아가씨였다. 동생의 눈엔 그녀를 향한 사랑스러움이 가득했고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질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몇 년 전 그 회사를 떠나면서 나와 동생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물론 균열은 떠나기 전에 생겼고, 그 간극을 메우지 못한 나는 상처를 입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도 나의 떠남은 작지 않은 생채기를 남긴 것 같다.


 안 좋았던 기억이 희미해지길 바라고 있다. 맨 인 블랙에서 요원들이 쓰던 번쩍 기계를 한 번 쏘이면 어떨까. 아무 걱정 없이 좋아하던 농구를 같이 하던 형과 동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우야, 형이 미안하다.

 너와 제수씨 그리고 네 조카들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하고 있단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어느 날 다시 만나는 날이 오면 우리 담담한 마음으로 서로 마주하자꾸나. 씨익 한 번 웃고 땀방울 날리며 농구나 한 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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