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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Oct 19. 2021

송도 바다쏭 카페

 아직은 좀 젊은 나이에 퇴직한 친구가 송도에 살고 있다. 서울 동쪽에서 평일에 가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거리지만, 문득 그가 보고 싶어 어느 날 한 약속대로 차를 몰고 왔다.


 미리 약속하지 않고 아침에 톡을 보내 점심 같이 먹자고 말했는데 다행히 좋다고 한다. 내비와 웹사이트로 가볍게 검색해 카페를 하나 찾았다.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블로그 글을 보고 재지 않고 그냥 그곳으로 향했다.


 카페 이름을 보고 바다를 생각했는데 보이는 풍경을 보니 갯벌처럼 물이 빠져 있다. 황량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주변에 막힌 곳이 없고 탁 트인 것이 나쁘지 않다. 주차도 널찍하니 무료다.


 맛있는 빵들을 같이 제공하는 카페인데 요새 여기저기 카페를 다녀보면 이렇게 베이커리를 같이 하는 카페들이 제법 많이 있다. 열심히 빵을 디스플레이하는 한 직원에게 이곳이 직영인지 프랜차이즈인지 물었다. 성남인가 분당에 한 군데 더 있다는데 아직 프랜차이즈는 아닌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보통 아침 일찍 오기 때문에 거의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첫 손님일 때가 많다. 천장도 높고 큰 규모의 공간이라 답답하지 않다. 다 빈자리라 1층과 2층을 천천히 살펴 전원이 곁에 있는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테니스하다 다친 귀가 석 달이 지나도록 낫지를 않는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귀 안에서 울려 멍멍하다. 누구는 나이가 들어 한 번 다치면 쉽게 낫지 않으니 다치지 않도록 더 조심하라고 조언해 준다. 조금 씁쓸하지만 귀담아듣는다.


 오늘은 카페에서 일하면서 읽으려고 책을 세 권 가져왔다. 평소 읽던 책 두 권에 역사서 하나를 곁들였다. 어제저녁부터 갑자기 역사의 사건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 집에 두고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을 집어 온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다녔는데 갑작스러운 추위로 옷차림이 바뀌었다. 여름 장면에서 겨울 장면으로 점프해 들어온 느낌이다. 여름철 옷입기보다 불편한 감은 있지만, 스산해진 날씨는 또 머리를 맑게 해 주며 뭔가 추억이 깃든 설렘을 느끼게 한다.


 조금 있으면 사회 초년 시절부터 함께 했던 친구와 만난다.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물었지만, 만나는  꽤 오랜만이다. 홍콩에서 일할 때 이 친구와 통화하며 귀국해서 독립하는 일에 대해 상의했었다. 그 전쟁 같았던 홍콩에서의 기억이 떠 오른다. 내 마음은 이미 홍콩을 떠나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친구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친구도 아마 갈등하면서 올해 회사를 떠난 듯하다. 한동안 쉬고 싶다고 했고, 지금 그렇게 잘 쉬고 있는 중이다. 무얼 하며 잘 쉬고 있는지 있다 물어볼 것이다. 머리가 아주 좋은 이 친구가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바라보며 걸어가려 하는지 궁금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 맑은 가을 하루가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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