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한 운동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몸 곳곳에 안 좋은 곳, 아픈 곳이 생겨난다. 계단을 오를 때, 왼쪽 무릎이 시큰거린다. 오른팔을 들어 올리면서 어떤 특정 각도에서 통증을 느낀다. 지난겨울 복식 테니스를 하다가 파트너가 서브한 공에 왼쪽 귀를 맞아 청력이 손상되었다.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더 안 들리게 되었고, 카페나 식당과 같이 사람이 많고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면 소리가 울려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무리한 테니스 운동량으로 왼쪽 허벅지 뒤편이 곧 늘어날 듯 아슬아슬하다. 오른쪽 손목의 스냅을 많이 쓰는 서비스는 손목에 무리를 많이 가한다. 손목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온다. 늘 테니스 동호인들이 회전근개가 파열되었다는 둥, 오십견이 와서 어깨가 안 올라간다는 둥 하는 말을 할 때마다 나와는 그닥 상관없는 일로 여겼지만, 지금 내 오른쪽 어깨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왼쪽 어깨마저 아플 때가 있다.
늘 내 재정상태와 나이를 연결시켜 생각한다. 그리고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떠 올리며, 앞으로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가늠해 보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을 보면서 이마의 주름이 어떠한지 살핀다. 머리숱은 더 듬성해지지 않았는지 가까이 들여다본다. 잦은 야외 운동으로 얼굴에 생겨난 반점이나 검버섯 따위를 찾는다. 안경을 낀 채 스마트폰의 글씨를 읽어내고 있음에 안도하지만, 눈과 폰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진다. 거리를 좁히면 글자가 겹쳐진 것처럼 번진다.
서로의 입장 차이로 빚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의 갈등. 점점 더 그 갈등을 대하는 게 싫어진다.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조금 양보하면 갈등을 피하기 쉽다. 그러나 일적인 관계에서는 '양보'가 곧 금전적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조금 손해 보는 일은 그나마 마음이 편하지만, 나의 이해와 양보가 내 비즈니스 파트너 회사의 손해로 이어지는 상황이 힘들다. 그때 나의 이해와 양보는 미덕이 아니라, 책임감 없음이나 소통능력 부족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반대로 내 파트너의 지나친 요청이나 바람으로 거래 상대방을 압박할 때 피치 못하게 직면하는 다툼 또한 지긋지긋하리만치 싫다.
이런 게 나이들어가는 모습이겠다. 태풍 '난마돌'로 뉴스가 시끄럽고 아침까지만 해도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더니, 웬걸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가을가을하다. 다만 바람은 아직 가로수를 흔들어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