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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Nov 04. 2022

큰아버지

 큰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목욕을 하시던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왔다고 한다. 오늘 참석했던 입관식에서 쪽빛 두루마기를 입고 누우신 당신의 모습이 내가 생전에 기억하게 될 마지막 모습이 되리라. 


 아버지의 3남 4녀 형제자매 가운데 이제 아버지와 막내 고모만 남게 되었다. 요 몇 년 사이에 대부분 유명을 달리하셨다. 


 입관식에서 막내 고모는 돌아가신 큰아버지를 마지막으로 어루만지며 말씀하셨다.

"오빠, 이제 평안하게 지내. (울먹) 근데 막내 오빠는 데려가지 마. 더 오래 나랑 살다 가게 해 줘. (울먹) 이제 막내 오빠랑 나만 남았어. 데려가지 마... "


 아버지는 생전 가장 가까웠던 바로 위 형을 잃으셨다. 세 살 차이의 형. 친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하고, 아버지는 망연자실 허공을 쳐다보셨다고 한다. 그런 후 당신은 소리 내어 통곡하셨다고 들었다. 몇 년 사이에 큰 누나와 작은 누나, 큰 형과 손아래 여동생을 차례로 잃으셨다. 그리고 오늘 바로 위 형을 떠나보내신 거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모와 형제자매 그리고 벗들이 하나씩 떠난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찾아올 죽음임을 잘 알고 있다.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상처도 있다. 아버지의 상실감을 헤아려 보려 하나, 어찌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은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 몸에 들어갔던 힘들이 빠지고, 경직되어 있던 나의 마음이 풀어지곤 한다. 시간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그때 다시 각인하곤 한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떠 올린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허무하게 생은 마감할 수 있다.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한 채 말이다. 


 남아 있는 시간을 어디에 쓸지 순서를 바꾼다. 금세 또 잊기 전에 순서를 기억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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