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칸센 열차 안에서 브런치를 생각하다
나고야 근처에 위치한 豊橋 토요하시라는 곳으로 출장을 왔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반 년이 되어간다. 이제 거의 매일 브런치를 먹고 있다. 왜냐하면 이 브런치가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분들이 만오천 명쯤 될까? 글을 읽는 분들은 그 열 배인 십오만 명쯤 될까?
글을 올리면 감사하게도 댓글도 달리고 라이크 하트를 받았다는 소식도 울린다. 또 황송하게도 내 글을 구독해 주신다는 알림도 이따금 받는다.
그 가운데 지인들도 더러 있지만 생면부지의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이름도 얼굴도 아무런 배경도 몰랐던 이들과의 소통이 놀라우리만치 깊고 강렬한 느낌을 주곤 한다.
아마도 이들은 읽기와 쓰기 가운데 최소한 어느 한 가지는 좋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일까. 그래서 서로 통하는 데가 있어서이기 때문일까.
다른 분들의 글을 읽다가 공감하여 댓글을 종종 남긴다. 그러면 대부분 그 작가님이 회신 댓글을 남겨 주곤 한다. 때로는 내 댓글을 올리자마자 때로는 며칠 후에.
이 특별한 공간에서의 대화는 생각보다 마음을 울린다. 비록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떤 가까운 지인 못지않게 나의 안쪽을 들여다 보아준다. 진심을 담아서.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성격도 글쓰는 스타일도 살아온 역사도 제각각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냥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속의 이야기를 말해 준다.
여기가 아니라면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 이런 3차원을 뛰어넘는 공간이 아니라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과 경험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나를 맞이한다.
내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은 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이미 나는 책을 낸 것이나 다름없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오히려 책이라는 일방적인 전달 매개체와 달리 작가와 독자가 실시간으로 서로를 읽고 감정과 느낌을 나눌 수 있다.
지금 브런치는 일종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와 읽기 그리고 새로운 모습의 소통이 이곳에서 이루어고 있다. 기존의 페북이나 블로그 그리고 각종 메신저 형식의 SNS와는 많이 다른 세계가 창조된 것이다. 차별화가 확실히 된 공간임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브런치를 3.5차원의 공간이라 명명한다.
사람들과의 대화 혹은 수다를 좋아하는 나는 페북이나 밴드 혹은 카톡/라인과 같은 SNS를 통해 지인들과 글과 사진을 통해 채팅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브런치가 이들과 차별점을 갖는 것은 진득한 내면의 이야기를 올려놓고 지인이 아니었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동시에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블로그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찾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브런치처럼, 배경이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동시에 이토록 다양한 글을 올리고 글을 올리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보게 되지는 않는다. 브런치는 내게 그리고 브런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하나의 새로운 스페이스이며 세계가 되었다.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3차원 공간과 내 상상이 구속 없이 자유롭게 구현되는 4차원 공간 사이에 브런치라는 새로운 세계가 들어섰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3.5차원의 세계라 명명하기로 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처음 이 플랫폼을 생각하고 구체화시킨 사람들이 누구일까?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나는 새삼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매일 다양하고 맛있는 브런치를 먹을 수 있게 해 준 그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이제는 나와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이 새로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가겠노라 생각해 본다.
신칸센이 (키타큐슈시) 고쿠라 역에 도착하고 있다. 기차 여행은 역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일은 또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또 어떤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