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時の流れに身を任せ)

내 인생의 노래 (35)

by 두기노

어떤 노래는 계절을 타고,

어떤 노래는 기억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어떤 노래는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말없이 곁에 머문다.


등려군이 부른 「時の流れに身をまかせ」는

내게 그런 노래다.

직역하면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낙담하거나 체념한 듯 받아들이는 어감이지만,

사실은 다정함 속에 스며있는

결연함을 담은 문장같다고 할까.


가사 속 ‘당신’은 분명 사랑하는 연인이다.

“もしもあなたと逢えずにいたら…”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나는 무엇이 되었을까,

그런 질문이 이어진다.


하지만 가끔씩 나는, 이 노래 속 ‘당신’을 사람 대신

‘삶’이나 ‘일’로 바꿔 불러본다.


만약 지금의 삶이나 일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만약 지금의 이 길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나는 조금 더 편했을까, 아니면 더 불안했을까.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 헤엄치되,

물살의 방향을 거스르지는 않는 태도에 가깝다.


커리어의 성패나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지금 내가 몰입하고 있는 이 순간의 가치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장인(匠人)의 고백처럼 들린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억지로 노를 젓기보다,

때로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내가 가야 할 길에

온전히 나를 물들이는 것.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내 삶에 대한 지독한 신뢰이자 헌신이다.


더 잘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 나를 맡겨보라고.

그 흐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그 과정에서 내가 '나다운' 색깔과 향기로 물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인생은 우리가 붙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으로 흘러가야 하는 여행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되새겨 본다.


원곡을 부른 가수는

영어이름 Teresa Teng의 일본식 발음 テレサ・テン으로 활동했던 등려군(鄧麗君)이었다.


이 노래는 1980년대 일본에서 크게 사랑받았고,

그녀의 고향인 대만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곡이다.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던 그녀가

43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지 30년이 훌쩍 지났다.


국경을 넘어, 언어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닿던 목소리.

여러 곡으로 내 삶의 한 시절을 함께해 주었던 그녀가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그래서 오늘따라 더 아쉽게 남는다.


https://youtu.be/sYf-BBF7Qpc?si=9cziTDLA22ivGGqB

등녀군의 일본어 원곡

https://youtu.be/zuCZPUxWiVg?si=WqYUuyBsrbB5pTow

대만의 자우림이라고 할 수 있는 SodaGreen(蘇打綠)이 커버한 곡 (我只在乎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