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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기노 Oct 21. 2023

교토 단풍여행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은 가을을 위하여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단풍 시즌에 맞춰 다녀왔던 교토. 대략 11월 20일 전후로 맞추면 단풍절정 시즌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단풍의 종류에 따라 교토 내에서도 절정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작 올해는 일본에서 근무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 무렵에 출장 등이 잡혀있어 아쉽지만 교토로의 단풍 유람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벚꽃 피는 봄에 가든 단풍 보러 가을에 가든 교토를 여행할 때, 내 경우엔 두 개의 큰 동선을 중심에 놓고 여행계획을 세운다.


첫 번째는, 가와라마치역에서 버스로 은각사로 이동한 후, 거기서부터 철학의 길을 지나 난젠지까지 가서 가와라마치 방면으로 걸어서 돌아오거나, 니넨자카-산넨자카 지나 청수사(기요미즈데라)까지 보고 오는 코스. 이 루트에서는 단풍만 놓고 보면 에이칸도가 압도적으로 멋지다. 그만큼 입장료 비싸고, 관광객 특히 중국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는 점은 미리 감안할 팔요가 있다.


두 번째는, 아라시야마역에서 도케츠교 지나 텐류지와 치쿠린(대나무숲)을 여유 있게 보고 죠잣코지(상적광사) 등 주변까지 걸어서 둘러보는 코스. 여기에 봄에는 아라시야마에서 버스로 이동해 니난지와 료안지를 함께 둘러보는 코스를 넣으면 가볍게 2만보 이상 걷는 코스 완성이다.


벚꽃 필 때의 교토도 무척 아름답지만, 단풍이 물든 교토를 조금 더 좋아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단풍과 함께 행복한 고독감을 마음껏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 다 혼자 간 것은 아니어서 외롭고 쓸쓸할 일은 없었지만, 낙엽을 줍고 풍경을 바라보거나 저무는 가을 길을 걷다 보면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느낌이 좋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삶의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한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은’ 그런 여행을 원한다면 교토를 강력히 추천한다.

류시화 님의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라는 내겐 바이블 같은 책이 있는데, 이 책에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 일컬어지는 하이쿠가 해설과 함께 집대성되어 있다. 교토에 갈 때는 가을을 주제로 한 하이쿠 한두 편 정도라도 찾아서 읽어 보면 여행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주제넘게 생각해 본다.

바람에게 물으라
어느 것이 먼저 지는지
나뭇잎 중에
風に聞けいずれか先に散る木の葉
/ 나츠메소세키 (夏目漱石)
그대를 보내고
생각나는 일 있어
모기장 안에서 운다
君を送りて思ふことあり蚊帳に泣く
/ 마사오카시키 (正岡子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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