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노래 3
테두리
이 노래를 처음 어떻게 접했는지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나온 지 얼마 안 될 때 라디오 어딘가에서 들었던 기억만 난다. 언제부터인가 내게는 회식하고 집에 갈 때나 어딘지 마음이 헛헛할 때마다 찾아 듣게 되는 노래가 되었다.
듣다 보면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인 것 같기도 하고, 처음부터 이루어지지 못할 외사랑의 안타까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어쩌면 난, 가끔씩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나 자신의 모습을 이 노래를 들으며 떠 올렸는지도 모른다.
사실 ‘백아(白兒 Baek-A)’라는 이쁜 예명의 싱어송라이터 가수가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나이가 20대 초중반이었음을 알고 경악했다. 웬만한 인생의 질곡과 애환의 강물을 지나지 않고 어떻게 이런 ‘감성쩌는’ 가사를 쓸 수 있을까. ‘젋음=얕음’이라는 꼰대적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노래는 가사 한 줄 한 줄이 시와 같다.
내 오늘도 그댈 담을 말이 없는걸
뜸을 들이다 그댈 추억하오
늦은 밤 꺼내서 미안해
누구를 위한 그 사랑 노래를
꽃 남방 정든 훈장을 쥐고
세상에 그대 젊음이 울리면 난
기억을 잃고 다시 태어난대도
머무르고 싶다 떼를 써요
빛에 테두리를 그리고
주위를 맴도는 난
그 달이 될게요
내 맘은 무뎌지지 않으니
익숙해지지만 말아주시오
깊어질수록 슬피 운 것도 아닌
부슬비처럼 나 살아갈 테요
빛에 테두리를 그리고
주위를 맴도는 난 그
그 달이 될게요
나 비록 그대의 사랑이 될 순 없지만
감히 그대 없던 세상을 떠올리느니
사랑이 아니길
어리숙한 마음 정리하지 못한
어울리지 않는 마음 달고
그댈 바라볼 내가 밉소
왜 나는 마음마저도 노력하고
깊어진 내 맘만 초라해지는 걸
내 오늘도 그댈 담을 말이 없는걸
추억하는 것에도 뜸을 들이고 그 조차도 늦은 밤 꺼내서 미안해하며 빛을 따라 주위를 맴도는 달이 되겠다고 한다. 한 번씩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너무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라고, 깊은 슬픔이 아닌 부슬비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음마저도 노력하는 본인이 초라해지기도 한단다.
막막한 외로움과 안타까운 그리움을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고 애틋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해서는 안 될 사랑을 해 버린, 그 조차 완전히 잊지 못하는 스스로를 원망하며 그 사람을 담을 말이 없다고 한다.
가사만 놓고 보면 시시껄렁한 유행가 같지만 통속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노래의 매력이다. 솔직히 가사를 뜯어보기 전에는 이런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같은 내용이 들어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문어체 표현과 곡의 선율이 너무 매치가 잘 되다 보니 가수가 전하려는 감성이 오롯이 느껴지고 여운이 오래 남는 노래인 것 같다.
지금까지 아마 수백 번 이상 들은 노래이지만,
언제 들어도 지겹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기에
가끔씩 내 고단한 삶에 따뜻한 위로를 주기에
감히 또 다른 인생 명곡으로 선정해 봤다.
백아라는 멋진 가수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 사랑을 받는 좋은 곡을 많이 만들고 더 왕성한 활동을 했으면 한다.
https://youtu.be/R8axRrFIsFI?si=G2KsYECneIifqV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