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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기노 Oct 15. 2023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달빛이 내 마음을 보여주네 (내 인생의 노래 5)

사는 게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마음속 어딘가 구멍이 나 있을 때 귀갓길에 또는 저녁 먹고 동네산책하며 무심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달빛에게 가만히 물어본다. 나 잘하고 있나고.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냐고.


지나간 일들이 생각나고 누군가 그리워질 때도 달에게 말을 걸어 본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부끄러웠던 순간들. 아프고 쓰라렸던, 아쉽고 안타까웠던 수많은 기억들. 그 와중에 생각나는 사람들. 생각의 시냇물이 강물이 되고 바다로 흘러갈 때도 달빛은 그저 조용히 나를 비춰 준다.


자연현상이 언제나 그렇듯이, 달이 기울고 차오르는 사이클은 그야말로 우리네 인생과 같다. 지나고 보면 무심히 지나가는 과정일 뿐인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한탄과 후회와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고 있는가. 매일매일 뜨거운 태양처럼 살다 보니 별것 아닌 일들에도 일희일비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달빛은 내게 속삭인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말라고.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이 노래는 1977년 대만출신의 중국가수 등려군(鄧麗君)이 불러 유명해졌지만, 그녀 이전에 원곡을 부른 가수는 따로 있었다. 우리에게는 장만옥과 여명 주연의 아련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 ‘첨밀밀(1996)‘ OST에 삽입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해 홍콩에서 1년간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같이 일했던 홍콩 토박이나 중국계 말레이시아 친구들과 친해진 계기중 하나가 이 노래였다. 내가 “the moon represents my heart”라는 뜻의 중국 노래를 좋아한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 노래 한 소절을 부르며 반가워하곤 했다. 중국과 관련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노래이자 다 같이 가라오케에 가면 누군가는 한번 부르던 노래이기도 하다.


비록 해석된 가사만 놓고 보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한 노래라고 할 수 있지만, 멜로디를 통해 전해지는 ‘저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한다 ‘는 그 느낌에는 온전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기분 좋게 술 한잔 할 때나 무겁지 않은 상념에 빠져 있을 때, 기대와 설렘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계획할 때에도 내 기분을 쉽게 침범하지 않고 조용히 함께 해주는 노래이다. 또한 달의 기운과 달빛의 위로를 받아 마음의 헛헛함을 채우고 하루를 살아갈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 것처럼 고마운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많은 중국이나 홍콩가수들이 커버를 하였고 국내에서도 화교출신인 주현미씨가 열린음악회 등에서 가끔씩 불렀다. 연주곡으로도 많은 버전이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케니지(Kenny G)의 색소폰 연주와 집시 기타 일인자인 박주원의 연주를 특히 좋아한다.

https://youtu.be/7f_slBm2AGE?si=4_bw2WZ2xNmVks3G

https://youtu.be/IwGjTa_PZ4c?si=Y9aAWLh-q5eq2tww

사실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은 등려군이 부른 노래로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장국영이 부른 버전을 더 좋아한다. 생각이 많아져서 마음을 챙겨야 할 때 그리고 1년에 한 번 장국영의 기일에는, 그가 1997년 신년음악회 같은 행사에서 부른 이 콘서트 영상을 챙겨 보곤 한다. 그나마 깨끗한 버전을 찾다 보니 아래 영상에는 편집이 되어 버렸지만, 원래 버전에는 콘서트에 관객으로 와 있는 어머니에게 노래 부르기 전에 농담조로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멋있는 아들을 낳으셨어요? (Mommy, how diid you give birth to such a cute and gorgeous son?)“ 그러면서 오늘 이 노래를 어머니에게 바친다라고 하는 장면은 노래를 듣기 전부터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어디에나 계실 법한 우리네 촌스러운 어머니가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곤 한다. 그날 밤 장국영은 세상을 비추는 달빛을 봤을까. 혹시 달을 보며 무슨 생각은 했을까. 문득 궁금해지며, 다시 한번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남자 배우중 한 명인 그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https://youtu.be/5G5YIfBHSXQ?si=DRbPkXOVN-Zonb8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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