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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 Apr 19. 2017

4월 19일의 기분

개가 한시도 쉬지 않고 손을 핥는다. 손을 피하면 발을, 발을 피하면 발목을 핥는다. 계속 피하니 허벅다리 위에 머리를 얹고 얇은 잠옷 바지를 꿀이라도 묻혀둔냥 핥아댄다. 아직 개의 침이 덜 마른 손으로 개의 눈에 길게 늘어진 까만 눈곱을 떼어낸다. 다른 손으론 개의 미간께를 살금살금 쓰다 듬는다. 내가 너의 미간에 난 털을 만질 때 네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벌써 생각나지 않는다. 앞 발로 내 손을 툭툭 치는 것은 잡으려고일까, 치우려고일까. 너는 나보다 50년은 먼저 죽을 텐데. 큰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랑한다 속삭여 줄 너 없이 나는 누구에게 내 정수리를 내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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