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한시도 쉬지 않고 손을 핥는다. 손을 피하면 발을, 발을 피하면 발목을 핥는다. 계속 피하니 허벅다리 위에 머리를 얹고 얇은 잠옷 바지를 꿀이라도 묻혀둔냥 핥아댄다. 아직 개의 침이 덜 마른 손으로 개의 눈에 길게 늘어진 까만 눈곱을 떼어낸다. 다른 손으론 개의 미간께를 살금살금 쓰다 듬는다. 내가 너의 미간에 난 털을 만질 때 네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벌써 생각나지 않는다. 앞 발로 내 손을 툭툭 치는 것은 잡으려고일까, 치우려고일까. 너는 나보다 50년은 먼저 죽을 텐데. 큰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랑한다 속삭여 줄 너 없이 나는 누구에게 내 정수리를 내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