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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어앤디어 Sep 29. 2024

시간이 지나면 진짜 내가 보일까?


이십 대 초반, 자퇴를 해야 할지 편입을 해야 할지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 결국 졸업 후,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의 건강 문제와 개인적인 사정이 겹쳐 시간이 지체되었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을 때야 비로소 목표를 설정하게 되었다.


대학 시절, 나는 본가에서 멀리 떨어져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그때 룸메이트였던 친구들과 지금도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 그중 한 친구는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주고, 언제나 나를 지지해 주며 힘든 일이나 고민이 있을 때마다 아낌없이 조언을 해준다. 반면,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이다. 오랜만에 이 친구들을 종로3가역 7번 출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만나 근황을 나누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어."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나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점차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되었다. 가족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고, 나의 학비와 생활비는 부모님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일은 예술가가 되는 것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면서 그 꿈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 친구는 내 고민을 듣고 잠시 생각한 후 이렇게 말했다.


"그럼, 네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둘 중 하나라도 명확하면 방향이 좀 더 확실해질 수 있어."

나는 재능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시기를 기억한다. 특히 예술에 대한 꿈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


"맞아. 하지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잖아."


"네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적어보면 좋을 것 같아. 그런 다음 그 안에서 잘하는 것도 찾아보면 좋고. 좋아하는 것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니까,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봐. 나는 요즘 취미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있어.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하면 나도 모르게 실력이 늘더라고. 그래서 너도 좋아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해 보면 좋겠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브랜딩이나 소셜 미디어 관리 같은 분야를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방법도 좋은 것 같아. 나도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겠어."


그때, 또 다른 친구가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다른 친구가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직무 전환을 생각하고 있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 광고 만드는 일이 좋더라. 그래서 생각 중이야."


"그럼, 해보는 거야. 해보면, 네가 어떤 걸 더 좋아하는지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네가 잘하는 것도 발견할 수 있을 거고."


친구의 말에 나도 용기를 얻었다. 이력서를 작성하고 면접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마다 친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고마워. 이야기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


혼자서는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지지해 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과 함께 했었기에 가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친구들과 몰래 배달 음식을 시켜 먹던 때였다. 기숙사에서는 외부 음식을 반입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그 규칙을 깨고 싶었다. 그래서 배달 앱을 이용해 피자, 치킨, 떡볶이 등을 시켰다. 배달원이 도착할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음식을 받아서 방 안으로 숨겼다. 친구들과 모여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그 순간은 정말 행복했다. 음식을 먹고 나면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웃음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또 하나의 추억은 친구들과 함께 드라마와 예능을 보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매주 정해진 드라마를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에피소드에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선 함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결국, 개인적인 과업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포기는 나에게 힘든 결정이었다. 내가 붙잡고 있는 모든 것들이다. 오랜 시간 동안 나와 함께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한 사람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며 가족을 부양하기로 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항상 "가족이 우선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꿈을 잠시 접어두었다. 반면, 어떤 이는 자신의 꿈을 좇아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한 사람은 "내 꿈을 이루지 않으면 나 자신을 잃을 것 같다"며 가족과의 거리를 감수하기로 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인생의 한 시점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으며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싶은지를 고민하게 된다. 현재 나는 그 중요한 시점에 있다. 주변의 조언과 압박 속에서 내가 원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느낌이었다. 나를 초조하고 피곤하게 했던 모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진짜 나란, 실패와 고민 속에서도 내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이다.

현재의 나는 내 상태에 만족한다.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부끄럽지도 않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쉬면서 들었던 이야기들은 내 마음속에 많은 혼란을 일으켰다. "계속 쉬면 취업이 안 된다." "모든 것에는 타이밍이 있다." "빨리 아무 데나 들어가서 경력이라도 쌓아라."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조종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마음만 커져갔다.


사실, 모든 시작은 포기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현재의 리듬을 깨고, 나의 초라한 상태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안정된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설 때는 기존의 마음을 과감히 탈피할 각오가 필요했다. 다행히도,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취준생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나 혼자만의 기행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해 주었다. 자기 효능감이 떨어져 있지만, 나는 취업의 벽을 하나씩 허물어가며 자신감을 되찾고 싶다. 마치 안개 낀 산길을 오르는 듯한 도전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나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둘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대표적인 예가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있거나 내 꿈을 저는 대신 안정적이고 보수가 좋은 직업을 택하는 수없는 가장들의 경우다. 반면 자신의 꿈, 명예, 쟁취하느라 바빠 가족들하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못 보내는 사람도 있다. 혹은 성공을 위해 결혼하지 않는 성인도 꿈을 택한 것이라볼 수 있다. 나는 어떤 경우 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독립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포기하더라도 인생 전체를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쏟아부어야 한다. 그 과정이 나쁘다고 해서 결과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나쁜 과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좋은 과정이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인생은 마치 긴 레이스와 같다. 넘어지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지만, 결승선에 도착할 때까지 나를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생겼다. 또한 지금은 힘든 시간이지만, 나는 언젠가 다시 뛰어오를 날을 꼭 맞이할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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