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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연 Oct 26. 2019

잘 모르겠습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소수의견에 대한 시선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배심원들을 향한  판사의 충고와 함께 시작한다. 


배심원들이 맡은 사건은 17살의 소년이 아버지의 심장에 칼을 꽂은 살인 사건으로, 증인이 둘이나 있고 결정적인 증거가 있음으로 확실치 않은 알리바이를 가진 소년이 범인으로 확실시되는 사건이었다. 


소년의 담당 변호사마저 소년이 유죄일 것이라 생각해 변호를 반쯤 포기했다.


배심원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배심원들은 대기실로 들어온 뒤 투표를 진행했고 소년이 유죄라는 것에 11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한 명의 배심원만이 무죄라고 말했다.


모두 의아해했고, 왜 소년이 무죄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전부 유죄라고 하니 나까지 손을 들면 이 애는 그냥 죽게 될 것 아닙니까?"


모두가 쉽게 얻은 증언과 증거로 한 소년을 사형대 위로 세웠다. 


하지만 8번 배심원은 만약이라는 의문을 제기하였고 이를 통해 감춰진 진실을 볼 수 있었다.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그는 11명의 눈초리를 받아내야 했다. 


하지만 소년이 유죄라고 단정 짓던 배심원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증언에 허점들이 드러나자 11대 1에서, 10대 2로, 9대 3으로... 소년이 살인을 한 게 아니다는 8번 배심원의 발언은 힘을 얻어가고 결국 끝까지 유죄를 주장하던 배심원 마저 무죄라며 절규한다.



그는 끝까지 소년이 유죄임을 고수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말에 이미 무너진 증거와 증언을 붙들고 늘어지며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이 배심원이 무죄라며 절규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데, 여기서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주목해야 한다. 



이 시선 속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소년이 무죄임을 확신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압박의 눈빛... 결국 소년이 유죄임을 주장하던 그는 굴복했다. 




사실 소년이 범인인지 아닌지, 유죄인지 무죄인지 영화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배심원들의 의견은 무죄로 전달되었다는 것만 남는다.


-소년이 범인일까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뿐이다. 


무책임한 말이 아니다. 확신할 수 없는 없다면, 의심을 품어야 하고, 그 의심이 의문을 낳고... 그렇게 꼬리를 물고 결국 진실로 다가갈 것이다. 


그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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