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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연 Feb 24. 2024

나의 글은 뉘앙스만 남긴다.

페르소나가 나쁜 건 아닌데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글쓰기 모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


 페르소나(Persona)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 벗었다 하는 가면을 말한다.
 이후, 라틴어로 섞이며 심리학 용어가 되어 사람(Person)/인격,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 되고
현대에 이르러 통상적으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가면"을 의미하게 되었다.

 뭐, 영화계에선 어떤 감독이 자신의 분신 혹은 상징처럼 애정하는 배우를 뜻하지만 일상에서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들을 땐 '콘셉트'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페르소나를 모르는 사람이 위에 설명한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나무위키 긁어서 설명해 놓고 잘난 체는..."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부분 "오, 그렇군" 하고 넘어간 뒤 다음에 이 용어가 나온다면 "콘셉트를 말하는 건가"할 것이다.

우리는 뉘앙스를 기억하기 때문에 그렇다.


내 글의 피드백을 들으며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나 역시 '오, 그렇군요'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전체적인 피드백에서 그 단어 하나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분의 이야기가 이해 안 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한 달에 두 번, 글쓰기 모임을 나갈 때면 '어린 나이에 비해 성숙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페르소나를 썼다.

글을 쓸 때 '최대한 객관적으로, 핵심만 써야지' 생각하니 시원한 결론이 나오지 않아 나의 글은 뉘앙스만 점철된 글이 되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몰랐고, 지금도 모르겠다.


아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무한한 우주와 같은 인터넷 세상을 떠돌게 될 내가 쓴 글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나의 표현을 남기기 두렵다.


'나'는 계속 변하고 '세상'도 계속 변해, 멈춘 건 글뿐이니.


타인이 나의 글을 보고 어떤 뉘앙스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사실 기억조차 할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의 노트 속 나의 글이 옮겨 적어졌으면 좋겠어서.

멀리, 오래 누군가의 마음에 남았으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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