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 비판이 되지 않길
글을 쓴다는 건 성실함의 증빙이다.
여기에 더해, 타인이 보는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감 있어 보인다.
타인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주길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았다.
글쓰기 모임의 목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참석하는 사람과 타인에게 자신의 글을 평가받기 위해 참석하는 사람.
참고로 나는 후자이다.
누군가는 조언과 첨언을 금하라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자신의 습작시 비평을 부탁한다.
릴케는 편지에 이렇게 답한다.
사실 나는 당신의 작품을 평가할 입장이 못 됩니다. 비평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비평만큼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없고요. 비평은 어떤 방향으로 가든 결국 오해로 끝나고 마니까요. 사람들은 모든 것을 이해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은 설명할 수 없어요.
이렇게 편지 서문을 시작한 릴케는 카푸스에게 조언을 아꼈을까?
당신이 내게 부탁을 했으니 감히 말하겠습니다. 그 모든 걸 그만두십시오. 당신은 온통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밖에서 당신에게 조언하고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그렇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당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세요. 당신이 글을 쓰도록 만드는 근본이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릴케는 카푸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생각이다. 릴케는 카푸스에게 비판하지 않으며 조언을 건넨다. 가장 흔한 소재인 '사랑'에 관한 시를 쓰는 걸 멈추라는 첨언도 곁들여서.
이처럼 길을 잃지 않게 잡아주는 이 또한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조언과 첨언은 언제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