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뛰어노는걸 좋아했던 나와 두살 터울의 남동생에게 부모님께서는 언제나 자전거를 사주셨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 함은, 동네에 자전거도둑은 왜그리 많은지 한 2-3년 타다보면 자전거를 잃어버려 엄마는 간수를 잘 해야한다며 혼내시고는 이내 새 자전거를 사주셨다.
아직도 생각난다. 집 근처 넓은 주차장 공터에서 남동생이 나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줄 때가. 한 두번 넘어지고선 바로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우고 그 이후로는 한번도 넘어지거나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곧잘 탄다고 볼 수 있겠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하계 인턴이 끝나고 인턴에서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을 때, 그리고 마지막 학기가 남았고 다른 회사 지원을 위해 자소서를 써야하는 시기였다. '두 달간 인턴 생활도 나쁘지 않게 한 것 같고, 마지막 면접도 자신감있고 무탈하게 잘 한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만약 떨어지면...'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들어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밥벌어먹고 살 생각만 하면 뜨겁고 답답한 한숨이 나오던 때였다.
그 여름에서 가을이 넘어가던 때, 한참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렸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간단한 생수를 담은 가방을 메고 내가 갈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한강의 컴컴한 강물을 보며 달렸다. 그 때 얼굴과 몸으로 맞는 강바람은 정말 시원해서, 숨을 들이키면 뜨겁고 답답한 그 한숨이 사라지고 상쾌함만 내 폐를 채우는 느낌이었다. 이 장면과 느낌은 내가 언제나 일상에서 벗어나 한 구간 쉬어가고 싶을때마다 떠올리는 광경 중 하나이다.
이후 취직하여 약 4년 간 신나게 회사를 다니다가, 얼마 전 자전거를 한 대 사서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사자마자 온천천을 달리는데 '아, 맞아. This is EXACTLY what I have been loved!'
여름밤의 냄새, 시원한 바람, 도시의 활력! 여름밤은 좋아하는 사람과 산책을 하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서 맥주를 함께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하고싶은 그런 두근거림이 묻어나는 냄새가 난다. 그 냄새를 크게 들이키며 달릴 때 그 기분좋은 시원함으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답답한 사람은 잠깐이라도 그 뜨겁고 답답한 마음을 식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달큰한 여름밤엔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