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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ar Havana Jun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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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의 즐거움

26살에 취직을 했다. 사무실에 업무용 차로 회색 (즉, 도장을 하지 않은) 아반떼 두 대가 있었다. 보통 차가 없는 어린 사원들을 위해서 선배들은 자차로 외근을 나가고 업무용 차는 우리 몫이었지만 난 그때 운전을 할 줄 몰라서 우리 선배만 줄곧 업무용 차를 운전했다.


"면허는 있니?" "네, 있는데 너무 어릴적에 따서..." 하는 대화 이후부터는 줄곧 선배가 차로 데려다줬고, 일정이 안맞으면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업무를 했다. 버스 안 사람들에게 치이고 지하철의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사무실에 복귀하면 녹초가 돼서 믹스커피를 타먹고 과자를 흡입하며 떨어진 당을 보충했다.


그러던 어느날 장마가 끝난 뒤 땡볕이 내리는 한 여름에 길을 걷다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을 느끼며 발바닥부터 서서히 익어갈때쯤, 창문도 안 연채 무심고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를 보고 '이렇게는 못 살겠다!! 자동차엔 에어컨이 있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도로연수 선생님이신 이모로부터 주말 두어시간 공짜 교습, 주중에 선배의 생명의 위협을 가하며(?) 함께한 몇 번의 도로 주행, 잠 자기전에 누워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도로를 주행하고 다시 복귀하여 주차하는 운전 시뮬레이션 여러번 끝에 나는 운전하는 '감' 을 깨닫고는 빠르게 운전이 익숙해졌다.


운전은 생각보다 쉬웠다. 앞 차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변경할 땐 깜빡이를 켜고 적당한 타이밍에 들어가는 것. 주차 또한 백미러를 통해 바닥에 그려진 주차선을 보고 차를 맞춰서 바르게 넣는 것. 그러나 머리로 하는 이해를 넘어서서 몸이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은 시외지역으로의 잦은 출장과 운전이 타 도시에 비해 녹록치않기로 유명하다는 부산이라는 지역의 특성(?) 또한 작용했을 것이다.


내 인생은 자동차를 운전하기 전과 후로 나뉠만큼 그 임팩트가 컸다. 주말만 되면 어디를 드라이브가볼까 하며 지도 어플을 켜서 그 낯선 도시를 방문해야하는 이유를 굳이 찾아내 몇 시간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운전을 했다. 가서는 슬쩍 한 번 둘러보고 밥한끼 먹고 오는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인 일정이지만 그 낯선 도시를 향해 달려가는게 좋았다.


두어해 전 여름엔 휴가로 전라도 투어를 했었다. 부산에서 출발해 88 고속도로를 타고 여수, 구례, 순천, 광주, 담양을 돌았다. 게스트하우스 침대에 누워 창문 밖 나이 어린 친구들의 술게임 소리를 들으며 '저것들 썸타네, 썸 타'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이 유명한 식당들과 좋은 카페에 들러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운전을 할 줄 몰랐다면 그러한 추억은 없었을 것이다.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물리적 범위가 이전보다 훨씬 많이 넓어진다. 최소한 내가 두 다리로 딛고, 일상을 보내는 이 도시를 넘어서서 말이다.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삶의 저변이 넓어진다'. 이로 인해 일상의 색깔이 다채로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사람, 면허만 있는 사람들에게 운전 배우는 것을 꼭 권유하고싶다. 요새는 자차가 없어도 쏘카나 그린카처럼 저렴하고 간편하게 차를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주말에 훌쩍 바다를 보러 가는 것, '다음에 가봐야지' 하고 점찍어둔 인근 맛집을 가는 것, 뭉게뭉게 피어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달리는 것, 그 즐거운 일상을 권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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