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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ar Havana Jul 26. 2016

난 취미왕이 될거야

끈기가 없는 그녀의 취미 편력사

입사 후 첫 부서를 부산으로 발령받았다. 근무하고싶은 도시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부산에서 근무해보고 싶습니다!" 라고 했고, 흔쾌히 받아들여주셔서 그렇게 바다의 도시, 낭만의 도시 부산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부산은 정말 재미있는 곳이라 외지인의 눈에서 본 4년간의 부산은 조만간 다른 포스트에서 다뤄야 할 주제인 것 같고, 어쨌든 부산은 정말 정말 좋은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도 친구도 없는 도시의 저녁은 때로 심심했다. 그 때부터였을까? 나의 취미 편력이 시작되었던 것은...


2013년 - 2016년 부산 생활 기간의 나의 취미생활


코딩 독학

'역시 미래를 대비하려면 코딩을 할 줄 알아야지!' 하는 청운의 꿈을 품고 맥 프로를 구입하여 코딩을 독학하려고 끄적대보았으나 실패. 이것은 너무 어렵다. 아무래도 학원을 다녀야겠다.


마라톤 (러닝)

언젠가 광안대교 위를 달리는 마라톤 행사의 광고를 보고, '역시 부산에 왔으면 광안대교 한 번 달려줘야하는거 아이가' 하는 생각으로 마라톤을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원체 뛰는걸 싫어하고 지구력이 딸려 그간 한 번도 시도도 안해봤으나 그 해 가을 광안대교를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봄부터 회사 지하1층 헬스장에서 열심히 트레드밀을 달렸다. 결과적으로는 부산일보 주관 마라톤, 에너자이저 주관 나이트레이스까지 두 개의 마라톤을 참가하면서 나름의 성취감을 느꼈다.


우쿨렐레 연주

악기 한 가지쯤은 배워보고싶다는 생각에, 원래는 어렸을 적 배웠던 피아노가 생각이 나 고민끝에 회사 앞 작은 피아노학원에 들어갔다. 용기를 내어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계세요? 거기 누구 안계세요?' 라는 말만 몇 번 하고 이내 포기하고 돌아섰다. 이후 우쿨렐레를 한 번 배워보고싶어 경성대에 가서 구매 후 강습을 등록, 한 달간 강습을 받고 이후 주말과 저녁을 이용해 틈틈이 집에서 연습을 했다. 당시 구매한 우쿨렐레는 KONA 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우쿨렐레로 비싸지 않은 가격에 귀여운 헤드 디자인을 가진 합리적인 우쿨렐레였다. 지금도 가끔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띵가띵가 치면서 논다.


DIY 명화그리기

그림을 배워보고싶은데 엄두가 안나 일단 쉬운것부터 시작하자는 의미로 11번가에서 파는 DIY 명화그리기 키트를 구매했다. 그려진 선에 맞춰 유화 물감으로 색칠을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취미인데, 시간 소요가 많고 그림이 복잡하면 색칠에도 디테일이 필요해 많은 품이 소요된다. 그러나 완성작은 매우 뿌듯하며 꽤 퀄리티가 좋다. (색칠만 하니까...!)


드로잉클래스 다니기

그러나 DIY 명화그리기로 채워지지 않는 나의 그림에 대한 갈망으로, 간단한 스케치와 색연필 채색을 배우는 주말 드로잉클럽을 등록했다. 내가 다닌 곳은 서교동에 위치한 드로잉클럽이며, 저렴한 비용이나 선생님이 꼼꼼하게 설명과 지도를 해주시고, 같이 수강하는 학생들과 그린 그림을 공유할 수 있는 아주 즐거운 클래스였다. 보통 2시간 수업이 진행되는데, 매 주 주제가 달라지고 간단한 소품이나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린다. 약 세 달간 다니고 휴가로 잠정 중단한 상태이지만 다시 등록하여 그림으로 몰입하는 일요일 오후를 보낼 예정이다.


영어공부

더 나은 영어실력을 위해 예전에 공부했던 TOEFL 교재를 다시 구매하여 한 챕터씩 풀어보았다. 역시 그 때의 괴로웠던 기억이 나 진도가 잘 안나갔다.


중국어 공부

뭐 엄청 잘하는건 아니나 그래도 지금 수준의 영어로는 여행가서 밥사먹고 돌아다니는데는 무리가 없어, '역시 그 다음은 중국어겠지!' 하는 또 한 번의 청운의 꿈을 안고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저렴한 비용과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구몬 중국어를 선택했다. 월 31,000원에 교재를 매주 가져다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나같이 게으른 직장인들에게는 진도율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어를 원어민 발음으로 바로바로 읽어주는 리딩 펜이 있어서 매우 편리하게 공부할 수 있다. 목표 수준은 중국 가서 밥 시켜먹고 맥주 시켜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


주말 인근 도시 드라이브

진주, 거제, 통영, 창원, 기장, 경주 등을 다녀왔다. 보통 쏘카를 대여하여 당일치기로 다녀왔으며 주요 미션은 가서 점심 겸 저녁 한 끼 먹고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역시 도착하는 것보다는 가는 길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노래를 듣는 그 시간이 즐겁다. 나의 쏘카 페이보릿 카는 아반떼와 미니이다.


독서

독서는 위에 열거한 활동 중 가장 끈임없이 진행되는 취미 생활이다. 아무래도 주말에 서울-부산을 왔다갔다 하는 시간동안 독서만한 활동이 없다. 그간 교양서적을 읽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소설을 많이 못 읽었는데, 소설을 좋아하는 명석한 후배를 만나 본격적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김영하, 정유정, 김연수 등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


자전거타기

원체 자전거를 좋아해 어렸을적부터 자전거를 탔다. 부산에 내려와서는 못 타다가, 얼마전에 자전거를 한 대 구매하였다. 브롬톤 Brompton 이라는 영국 자전거인데, 아주 컴팩트하게 접을 수 있다는 점과 예쁜 디자인에 끌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매했다. (이제까지 내가 구매한 물건 중 가장 비싼 물건이다....!) 보통 부산시민공원 주변과 광안리, 온천천 등지 라이딩을 하고있다.


이렇게 나열해서 보니 꽤 많은 것 같다. 왜이렇게 끈기가 없냐, 라는 타박에는 끈기는 없어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것을 머뭇거리지 않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 하며 반박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것들을 도전해볼 생각이다 : 주짓수, 수영, 피아노 배우기, 동영상 편집, 맥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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