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는 12개의 계절을 가졌다...?

by Jane


추웠던 겨울이 가고, 조지아에도 봄이 왔다.

추위에 아주 아주 취약한 나에겐 타주/한국에 비해 매우 마일드한 조지아의 겨울도 꽤나 매섭고 힘들게 느껴지곤 한다.


아직은 기온이 오락가락 하지만 평균적으로 기온이 많이 올라가 따뜻해졌고, 이제 제법 어디든 눈을 돌리면 나무에 새 순이 돋고, 꽃들이 만발한걸 쉽게 볼 수 있는 걸 보니 완연한 봄이다.


올해는 내가 조지아에서 맞이하는 4번째 봄이다.

이쯤 되니 요 시기에 나타나는 악명 높은 녀석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그 녀석은 바로 꽃가루!


여기에 사는 꽃가루 알러지가 심한 사람들은 알러지 시즌이 시작되기 2주 전부터 Claritin, Allegra, Zyrtec과 같은 시즈널 알러지 약을 사서 미리 복용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꽃가루는 그만큼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봄에 날리는 꽃가루는 바깥에 세워둔 차를 아주 단 시간에 온통 노랗게 뒤덮고, 비라도 온 후에 바닥을 보면 고여있는 물마다 노랗게 떠있는 꽃가루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 봄의 불청객은 "꽃가루쯤이야 별 것 아니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나를 비웃듯, 봄이 되면 슬그머니 찾아와 내 눈과 기관지를 괴롭히곤 한다.


다행히 나는 시즈널 알러지가 심하지는 않은 편이라 알러지약을 복용하면 금방 괜찮아지곤 하지만 그래도 봄만 되면 나도 모르게 찾아오며, 감기 같은 증상을 동반하는 이 알러지 증상은 4년째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조지아의 계절은 참 유별나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과는 조금 다르게 아주 변덕스럽다. 얼마 전 남편이 공유해 준 SNS에서 떠도는 조지아의 12개 시즌을 본 적 있다. 조지아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12개로 나눠둔 차트였다. 그 차트에 따르면 지금 현재 꽃가루가 마구마구 날리는 현재는 아직 진짜 봄이 오기 전, The Pollening 시즌이란다.

조지아의 계절은 이렇다.

겨울(Winter)이 가고 봄(Fool's Spring)이오나 싶더니, 다시 한 겨울처럼 추워지는 두 번째 겨울(Second Winter)이 온다. 그 후에 다시 이번엔 진짜 봄인가 싶게 따뜻해졌다가(Spring of Deception) 다시 추워진다(Third Winter).


나도 조지아에 온 첫 해에는 얼추 따뜻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겨울 이불을 모두 정리하고 가벼운 봄 이불을 꺼냈다가 다시 너무 추워져서 겨울 이불을 주섬 주섬 꺼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교회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해 주시길 5월은 돼야 겨울 이불 정리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니 맞는 말씀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겨울이 지나면 지금, 이 시즌! 꽃가루가 함박눈처럼 펑펑 날리는 The Pollening 시즌이 온다. 무시무시한 꽃가루가 얼추 지나가면 정말로 봄(Actual Spring)이 찾아온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딸기를 따러 가기도 하고, 꽃을 보러 가기도 하고 봄놀이를 즐긴다.



그 후에는 여름(Summer)이 찾아오는데 이건 진짜 여름이 아니다. 견딜만한 더위가 지나면 무시무시한 더위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치열한 진짜 여름이다. 차트에서는 이 시즌을 Hell's Front Porch라고 적어놨는데, 개인적으로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는 나는 이 시기가 마냥 힘들기만 하진 않지만 확실히 무더운 건 사실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미국은 한국보다 걸어 다닐 일이 별로 없어서 무더운 여름에도 차로 이동하고 시원한 건물 안에 있다 보면 그리 힘들게 이 시기를 지나지는 않는 것 같다.


그 후에는 가을(False Fall)이 찾아온다. 살짝 아침 공기가 선선해지는 시기다. 하지만 이때 더위가 물러갔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Second Summer 기간에는 다시 더워진다. 나는 이렇게 긴 여름이 있는 조지아의 계절이 너무 좋다. 그리고 나서야 Actual Fall, 진짜 가을이 찾아온다. 이 시기에는 단풍을 보러 산으로 가기도 하고 선선한 공기를 맞으며 야외 운동하기도 딱 좋은 날씨다. 물론 한 여름을 사랑하는 나에겐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슬퍼지긴 하지만..


이렇게 가을을 지나다 보면 겨울이 오고, 그리 매섭지 않은 겨울을 나다 보면 봄이 온다.


우스갯소리로 만들어 놓은 거겠지만 저 12개의 계절은 조지아의 시즌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다. 이렇게 다이내믹한 계절들이 조지아에서의 삶을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계절은 다이내믹하지만 온도의 변화는 비교적 그리 크지 않아서 옷을 살 때 수고로움은 좀 덜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꽃가루가 날리는 이 시즌이 지나가고 나면 여름이 올 것이다. 올여름도 아마 무덥겠지만 이번 여름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한 껏 기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