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月, 딜레마에 봉착하다

상해, 그 겨울바람이 분다.

by 아씨

마지막 이별 식탁, 그 후

요란하고 또 조용한 각기 다른 이별식탁이 한 달여 지나간 후로 상해의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었다. 가을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이곳에 오래 살았던 언니, 오빠들은 나에게 하나같이 '겨울'을 경고했다. 중국은 대체로 한국과 달리 실내 난방 시설이 없는데, 상해는 그중에서도 더 열악한 곳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밖이 더 따뜻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수업도 없는데 마냥 밖을 나돌 수 없으니, 방에 있긴 있으나 나의 모양새가 지금 생각해도 웃기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선 집에서 갑갑하여 얇은 바지에 수면 양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인데, 수면 양말을 세 개씩 신고 상의는 긴팔 2장에 스웨터와 잠바 가끔은 그 위에 패딩까지.


하루는 자다 한밤중에 깨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자연스럽게 돌아누우려던 중 옷을 너무 껴입어 제대로 돌아 눕지 못해 잠에서 깬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한 밤중에 어찌나 오래 웃었는지, 천둥번개가 쳐도 도통 깨지 않는 내가 공중에 팔을 허우적거리다 깨는 모양새가 완전 코미디였으니 말이다.



이사, 3동 302호 D방.

새 방 마련의 꿈, 드디어 실현되다!

학기가 끝나기 전 기숙사 관리 직원이 찾아와 새 기숙사가 보수 중에 있다. 아시아 청소년 교류 숙사인데, 아시아 유학생 중에서 장학생을 우선순위로 이사를 하게 해 준다고. 깨끗하게 새 시설이 들어온다며 이사를 권유, 재촉하는 직원의 말에 일단 신청을 해두었는데. 입주 날이 다가왔다! 아파트 분양 행사처럼 뽑기로 순서를 뽑아 방을 정하게 되었는데, 나 역시 큰 A, B방이 탐 난 것은 사실이나 먼저 1층이 아니었으면 했고, 룸메이트 중에 일본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 그리하여, 나의 선택은 역시나 D방, 3동 3층의 D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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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부터 책상, 옷장까지 모두 새 것이었고 시설은 역시나 깨끗했다. 그러나 옮긴 짐이 문제였다. 짐이 많아도 너무 많았고, 내 성격은 피곤하여 이것을 하루 만에 정리해야 했으니. 길고 긴 정리가 남아있었다.

욕실엔 샤워 커튼과 턱이 생겨 물난리에서 해방되었고 공동공간에는 긴 수납장도 생겼다. 무엇보다 각 호실에 전자레인지가! 이제 햇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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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자체 BGM 러브하우스를 흥얼거려야 했다. 아침 일찍 시작한 이사였는데 해가 지고 깜깜해져서야 끝이 났다.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 나는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첫 끼를 챙겨 먹었고, 피곤에 찌든 몸을 새 침대에 눕혀 다음 날 정오까지 숙면을 취하였다. ( 새 기숙사엔 무려 암막커튼이 있었다 )



겨울의 딜레마

난 겨울보다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단순히 추우면 껴 입으면 되는데 더우면 어찌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땀이 나고 덥기 시작하면 어떤 일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방학에 이 문장은 제대로 바뀌었다. 나는 겨울이 싫어졌다. 단지 추워서는 아니었다.


찬 바람이 불 때쯤 귀국 준비를 하는 한국 학생들은 저마다 다음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당장 휴학과 복학부터 기숙사나 자취방 문제까지. 거기에 각종 시험에 자격증 그리고 남들 다한다는 그 '취업준비'.

마냥 상해 생활의 단 꿈에 빠져있던 나는 귀국 계획이 없는데도 따라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일단 꿈을 찾아 행복을 찾아 패기 있게 이곳으로 왔으나, 다시 또 두 계절 뒤면 나도 돌아가야 했다. 먼 이야기가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괜히 머리가 복잡해지고 마침 모두 귀국 한 덕에 캠퍼스는 텅텅. 점차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 상해의 겨울 제 2막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