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자고 일어나 커튼도 제대로 못 걷고 졸린 눈을 비볐다.
나는 원래 '새나라의 어린이 패턴'. 즉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쪽에 속했고, 그것을 선호했다. 늦은 밤 깜깜함 보다는 새벽녘 어스름을 더 좋아하는 나였으니까.
이런 나의 고정화된 패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있던 수업은 방학으로 사라졌고, 친구들과 즐기던 만찬도 귀국으로 사라졌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비슷한 패턴을 유지 중이었으니 우린 눈 뜨고 첫 끼를 브런치로 간단히 때우기 위해 만나거나, 오후 내 뒹굴거리다 늦게 만큼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모였다. 그것도 아니면 저녁때만큼 '오늘 얼마큼 추웠고 누구의 하루가 더 지루했는가.'를 토론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그로 인해 나의 패턴은 더욱더 부엉이스러워졌다. 매일 새벽 2시, 3시가 되도록 잠을 자지 못했고 따라서 아침엔 10시가 넘어야 눈을 떴다. 패턴을 바꿔보려고 강제로 기상해보기도 했으나 지나친 낮잠, 하루 종일 멍 때리기 등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다.
이사를 하고 쾌적하고 더 조용해진 ( 3층의 전망은 앞에 건물이 없어 탁 트였고, 너무 좋았다 ) 방으로 인해 향수병 따위도 오다 말았다. 그러나 익숙한 것이 못내 조금 그립긴 하였다. 이를테면 노트북 모니터의 20배쯤 되는 큰 TV, 바닥에서 자도 좋으니 넓고 두꺼운 이불 ( 난 한겨울을 가을 이불로 연명하고 있었으니 ), 압력 밥솥에서 지은 잡곡밥과 엄마표 나물 반찬. 자주 보던 친구들과 한국 영화관. 이곳에서도 나름 잘 먹고는 있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계속 생각나는 먹고 싶은 음식 10가지.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고,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하루아침, 아니 낮. 아침은 꿈속에서 먹었을 테고 일단 눈 뜨면 뜨거운 차나 커피부터 내렸다. 컵을 손에 쥐고 암막 커튼을 걷고 나서 불현듯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비행기표를 알아보았다. 한국에 가야겠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수면 패턴을 바꾸는 거보다 조금 더 움직임이 큰 그런 파장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한국행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