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조급함

by 단아

예민함과 조급함은 사촌인가. 아니다. 거의 쌍둥이라고 봐도 무방할 거다. 한 주 넘게 조급함에 시달렸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휘몰아쳤다. 그냥 그런 시기구나 아는 건 늘 지나간 이후다. 게다가 조급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을 읽어도 튕겨나가고, 글 쓰는 건 언감생심. 이유가 없진 않았다. 전세 재계약까지 1년이 채 안 남은 상황. 대출 상품 변경, 부쩍 오른 전셋값, 한다고 했으나 상승 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미미한 자산. 또다시 자본주의의 매서움이 다가온다. 팀 hsp가 제일 싫어하는 건 뭐다? 바로 딱! 해결되지 않는 것. 조급증이 도진다. 도대체 언제까지 얼마나 해야 하나? 한다고 되긴 할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숨 막히고 숨 막혔다.


흔하고 뻔한 패턴이다. 가만히 앉아 안절부절 우왕좌왕하다 보면 불쾌의 끝을 맛보는 것은 덤. 언젠가 읽었던 책의 구절이 떠오른다. '상상과 수동성이 위기감을 키우기 때문이다.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면 사람은 언제나 최악의 상태를 상상하곤 한다.' 상상과 수동성이라. 딱 맞는 표현이다. 머리만 복잡하고 무거웠으니까. 아무래도 당위 병이 도진 거 같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얼른 해치워야만 하고,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되는, 텁텁하기 그지없는 당위에 갇혀버린 거다. 대문자 P의 영혼이 죽어갈 수밖에. 차분하게 머리 굴려보자. 사실 오른 가격에 전세 재계약한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미 무너진 것처럼 느낀다. 왜 그럴까?


예민인들은 자극에 민감하고 스트레스에 잘 휘둘린다. 신경생리적 측면에서 뇌가 자극을 깊게 처리하기 때문인데, 필연적으로 불확실함이나 기다림 자체를 힘들게 여기게 된다. 이는 불편함을 일으키는 것을 당장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로 연결되어 조급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 작은 것 하나만 불편해도 안절부절못하며 빨리 치워버리려 파르르 하는 행태가 바로 그려진다. 바로 지금의 내 모습. 이런 상태가 계속됐다간 쇠해버릴 거 같으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음 챙김 하기엔 호전적인 상태이니 논리적 반박을 시도해야지. 실제로 큰 일어나는가? (no). 내가 생각하는 큰 일이란 무엇인가?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불편한 것). 큰 일어난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정도의 고통은 아니겠네? (yes)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yes). 머리 싸매고 걱정하면 해결되는가?(no) 그럼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 (yes).


놀랍게도 논박을 적어가는 와중에 살짝 차분해졌다. 실체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서일 거다. 사람의 뇌는 놀랄 만큼 고기능인데 묘하게 허술한 구석이 있다. 명확한 이유 없이도 끊임없이 불안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눈으로 확인하거나 입으로 뱉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조급함이라는 감각 때문에 힘들다면 오감을 활용해서 잠재워버리는 거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다. 특히 가시 돋은 상태에서 마음 챙김이 잘 안 먹히는 나와 동류의 사람들에게 효과적일 듯싶다.


하지만 조급함을 영영 잠재울 순 없다. 조급함은 잠들지 않을 거다. 예민+조급을 한 세트라고 여기는 게 좋겠다. 어쩔 수 없으니, 최대한 대응하는 수밖에. 아마 내일도 모레도 조급증이 올라올 일 투성이일 거다. 하지만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명상하고, 운동하고,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감각 자극을 활용하는 것 중 어떤 방법이어도 좋다. 카드 패를 여러 개 들고 있으니 그때 그때 필요한 걸 꺼내 쓰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팀 hsp, 오늘도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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