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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Dec 21. 2015

엄마와 딸들의 성장통 여행

-  엄마도 너희들도 함께 성장해 가는 여행에 관한 프롤로그 -

독일 중남부에 아름다운 고성가도와 로만틱 가도가 시작되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세계 최대의 프레스코화를 자랑하는 레지던츠 궁전이 있고

강변을 따라 드넓은 포도밭이 있고 , 그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너무나 아름다워 늘 사람들로 북적댄다.

호리병 같은 독특한 와인병에 담긴 질 좋은 와인을 만나볼 수 있는 곳.

마리엔 요새에서 바라 본 강을 끼고 있는 도시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현실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도시

이 도시의 멋에 취해 오래도록 지내며  '진혼미사곡'을  작곡한 모차르트가 인생 말년을 머무른 곳

취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면 이 곳에 태어나고 싶다던  헤르만 헤세가 사랑했던 도시.


그곳은 뷔르츠부르크(Würzburg)!

그랬다.


우리도 알테 마인교를 건너가며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흉내 냈다.

이탈리아 본고장 맛과 똑같다는 젤라토를 이곳 사람들처럼 먹어보기도 했다.

황혼 녘 빛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포도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시 보기 힘든 인류의 귀중한 세계문화유산인 레지던츠 궁을 부지런히 돌며 감탄하기도 했다.

행여 놓칠세라  구석구석  박혀 있는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의 위엄을 보고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알테 마인교를 건너기 시작하는 사람들...왼쪽의 건물은  유명한 와인을 파는 곳이다. 左下  강변에 펼쳐진 포도밭     右 下 이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와인병


피곤한 줄도 몰랐지만 이미 피곤해 있었다.

다리 아픈 줄 모르고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벌써 다리는 부어 있었다.

제 때 먹지 못해 배는 주려 있었지만 그래도 보는 즐거움에 허기를 느끼는 것을 무시하기도 했었지.


너희들은 세상을 그렇게 신기하게 바라보았단다.

사심 없이

편견 없이

눈 앞에 펼쳐진 것에 마음을 빼앗겨 너희들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표현하지 못했었다.


어쩌면 그저 관광객 놀이를 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린 아직 서툰 것이 너무 많았으니까.


어느 날부터인가

너희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엄마 힘들어

아빠 피곤해

엄마 업어줘 안아줘

배고파 먹고 가요


이젠 너희들이 불편하고 힘든 것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구나


그렇게 너희들은 커가는데

왜 엄마는 썩 기쁘지 않지?

뭔가 아쉽고

뭔가 잘 못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벌써 불평하기 시작했다는 것인가?


너희들의 자람을

너희들 나름대로의 변화를 바라보아  주고받아 주어야 하는데...

엄마도 너희처럼 변해가고 있었나 보다.



많이 컸다.


첫째 네가 벌써  열한 살이다.

그렇다면

엄마 나이도  열한 살인 것이다.


엄마도 그 수준만큼 생각하고 행동한 것일 뿐이야.


선뜻 너희들이 엄마를 이해해 달라고는 안 할게


엄마도 너희들을 이해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벅찰 때가 많으니까


너희의 방식대로

엄마의 방식대로

우리는 조금씩 세월을 맞이하고 있었던 거야.


* 뷔르츠부르크의 명물 세계문화유산인 레지던츠궁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헤르만 헤세-


지나갔기에 아름다움으로 채색되는

너희들과 엄마의 기억과 추억을

그 언젠가 먼 후일에 들쳐보아도

입가에 풋풋한 미소를 머금을  그때를 위해


일찍이 너희들의 육아일기를 쓰지 못한 미안함을 안고 너희들과의 성장여행을 기록하련다.


큰 애부터 막내까지 껍질을 까는 몸부림들

엄마의 굳은 껍질까지 까는

그 일은 아마도 항상 진행형일 것이다.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기록도!



* 뷔르츠부르크 전경



사진 설명 * 표기 -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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