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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너머로 펼쳐지는 세상의 멋스러움에 취하고

앤티크 · 클래식카 속에 숨어있는 디자인과 색감과 이야기에 빠지다

by 네딸랜드

헤이그의 떠오르는 명소

라우만 박물관 전경 - Michael Graves 作 -(사진출처: 박물관 홈페이지)

네덜란드의 헤이그(덴 하그 Den Haag의 영어식 발음)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꼭 방문해야 할 곳이 생겼다.
네덜란드의 행정수도인 이곳은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뿐만 아니라 유명한 박물관 미술관들이 즐비하다. 최근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박물관이 있다면 아마도 라우만 박물관(Louwman Museum) 일 것이다.


- 左 박물관 메인홀에서 열린 horse power 특별전 右 박물관 입구 앞에 있는 조형물에 씌운 산타모자 -


라우만 박물관의 수상 실적만 봐도 왜 그런지 입증된다.

RAC(Royal Automobile Club),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Octane Magazine에서 선정한 세계적으로 우수한 자동차 박물관 수상.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서는 2013-2014년 헤이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이곳을 주목했다.

에셔 미술관과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과 국회의사당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했으니!


-박물관 로비와 관내 카페의 모습(사진출처: 박물관 홈페이지)-


실제로 이 박물관에 들어서면 사전에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관람 내내 놀라움 속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첫째, 박물관 외양에 감탄하고
둘째, 방대한 자동차 컬렉션에 놀라고
셋째, 전시 수준과 전시 내용에 감동하고
무엇보다 박물관 관람 마지막에 들르게 되는 카페에서 흥분하게 된다.

- 左 전시실 간 이동 통로, 창 밖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이 아름답다 右 2층 전시실에서 내려다본모습 -



앤티크· 클래식카의 아름다운 향연


미국인 건축가 Michael Graves이 설계한 박물관 앞에 서면 한동안 그 외양의 조화에 시선을 두게 된다. 건축가가 의도한 대로 주변과의 조화로움을 느끼게 되고 정돈된 아름다움을 표현한 정원 속에 우뚝 선 박물관의 자태에 절로 멋지다는 말을 내뱉는다.

이 자동차 박물관에는 자동차 수입상이었던 라우만 가(Louwman Family)가 두 세대에 걸쳐 수집한 1886년~1970년대의 앤티크· 클래식카 250여종이 원형(original) 그대로의 모습대로 전시되어 있다. 모든 자동차는 저마다의 사연(history)을 가지고 있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전시함이 특징이다. 전시된 자동차에 대한 역사적 의미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낱낱이 소개하고 있다. 마치 사람들을 소개하듯이.


박물관이 자랑하는 Top 5

左 JAGUAR-D-TYPE XKD 606 THE 1957 LE MAN WINNER 右 LA GONDA-M45R THE 1935 LE MANS WINNER


左 AC - RACING SPECIAL 右 SPYKER - C4 ALL-WEATHER COUPE

RENAULT - 40CV TYPE JP TOURING WINDERKEHR

박물관 입구 홀에 들어서자마자 전시되어 있는 시대를 풍미했던 자동차들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시실에 올라가면 18세기 귀족들이 탔던 마차와 가마를 시작으로 처음 보게 된다. 이 수많은 앤티크 클래식 카들을 보면 순식간에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때로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게 되는 향수를 느끼고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는 유사 경험도 하게 된다. 거대한 전시장에 마음을 빼앗겨 그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자동차가 이리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깨닫기까지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어쩌면 자동차 뒤에 함께 걸린 그림과 사진들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도 모르겠다. 자동차만 본 것이 아니었다. 자동차 뒤에 숨은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Veteran (1885 -1905) 시대


左 BENZ 3-HP No 1 IDEL VAN 右 PEUGEOT TYPE 9 3.75-HP VIS -A-VIS

左 BENZ - 5 HP PHAETON 右 PEUGEOT - TYPE 31 5-HP DUC


Edwardian (1906 - 1919) 시대

LACROIX & DELEAVILLE - LA NEF 바퀴가 3개인 것이 특이하다. 배경 그림이 인상적이다

左 아주 특별한 백조 차, 인도(당시 영국령)에 거주하던 영국인 갑부의 차 BROOKE-25/30-HP SWAN CAR 右 GREGOIRE - 12/14-HP COUPE DE VOYAGE

左 BIKKERS 증기차 中 PIERCE-ARROWMODEL 38 PARK PHAETON 차체가 우아하기로 유명하다 右 RHAMES - 48-HP MOTOR STAGE COACH


Vintage 시대 (1920 -1930)

左 STANDARD-ELEVEN SLO4 TOURER / 右 BUGATTI -TYPE 44 BERGEON & DESCOINS FAUX CABRIOLET

AHRENS-FOX MODEL N-S-2 1000 GPM FIRE ENGINE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네덜란드 로테르담 폭격 이후 화재 진압시에 사용되었다

右 AMERICAN LAFRANCE HOOK AND LADDER AERIAL TYPE 31-6 소방차

左 1900년대 초의 주유기 右 소방차 전시실 벽에 걸린 소방차 그림


Pre - War (1931 -1945) 시대

FORD V8 CABRIOLET
Humber pullman 원스턴 처칠이 애용하던 차


BUGATTI TYPE 57 ROADSTER GRAND RAID GANGLOFF 中 BUGATTI TYPE 54 BACHELIER ROADSTER 右 BUGATTI TYPE 50T COACH ROFILÉE 아방가르드한 모습과 클래식한 모습을 겸비한 특별한 부가티

BMW 328

Post - War (1946 -1980) 시대

左 FIAT 1100 BOAT-CAR CARROZZERIA CORIASCO 右 BAJA BUGGY 빠삐용으로 유명한 영화배우이자 레이싱 선수였던 Steve McQueen의 차

영화 '대부'에 출연한 Cadillac과 택시 DESOTO - CUSTOM SERIES S- 11C TAXICAB

CADILLAC FLEETWOOD 엘비스 프레슬리의 차

VOLKSWAGEN-'BEETLE' DE LUXE(1951) 이 차의 원형인 포르셰 박사가 만든 독일의 국민차 ' 폭스바겐'은 아우토반과 함께 히틀러에 의해 탄생했다. 히틀러의 프로파간다인 ' 1가구 1 자동차'를 실현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쟁의 흥망사와 히틀러의 야욕과 국민경제를 감당하며 이어져 온 독일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야말로 volkswagen 국민 자동차이다.

左 LAMBORGHINI -350 GT 右 FERRARI - 500 SUPERFAST SPEZIALE 네덜란드 Beatrix 여왕의 배우자인 Bernhard가 아끼고 애용하던 차

영화 007 골드핑거 -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숀 코네리가 몰던 차 Aston Martin DB 5

Modern (1981 - 2013) 시대

左 TOYOTA TF109 FORMULA 1 RACING CAR 右TOYOTA TS-010 LE MANS

左 ASTON MARTIN - NIMROD 右 CORBIN - SPARROW ELECTRIC SINGLE - SEATER


당시 유행했던 사람들의 의상, 그 시대 사람들의 일상과 로망,
그때를 아십니까를 떠올리게 되는 당시의 포스터들, 광고지들,
유명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한 사람들.
자동차를 주제로 한 다양한 수집품 - 도자기, 접시, 트로피, 장난감, 자동차 모형, 장식품, 조각상 등등-
여기가 미술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수많은 그림들.


左 1900년대 초 자동차를 타던 사람들의 복장. 일종의 오픈카였으니 이렇게 두터운 방한복을 입고 탑승해야 한다.

中 네덜란드 주재 외교관용 자동차의 국기들. 태극기가 보인다.

右 너무 앙증맞은 자동차 모양의 앤티크 유모차와 페달 자동차

박물관 전시실 하나를 통째로 차치하고 있는 당시의 생활 모습을 담은 그림과 포스터, 광고지들이 화랑을 연상시킨다.

전시실 내에 배치된 휴게 소파와 마차 모양의 전기 자동차. 터너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그림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자동차 미니어처. 대리석과 황동으로 만든 정말 다양하고 희귀한 장식물도 많았다.

-자동차 그림이 새겨진 접시, 도자기, 자동차 모양의 도자기, 장식장을 통째로 집안에 갖다 놓고 싶은 마음을 숨겨가며 관람했다.-



실로 자동차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했다.
자동차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매개로 한 당대 문화를 전시한 것이다.
신기하고 멋진 자동차나 보러 갈까 하며 처음 나섰던 마음이 부끄러울만치.


세계 최초 4륜 구동. 6기통 엔진 자동차 - 별도로 전시한 공간이 아름답다


左 1904년부터 운행된 런던의 대중 교통 버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층 버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右 1930년대 초기의 캠핑카, 너무 길어서 사진에 다 담지 못 했다.


페라리,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등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이탈리아 스포츠카,
각종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했던 전설적인 레이싱카,
가장 오래된 차, 인도의 왕족들 같은 어마어마한 갑부들이 탔던 희귀한 차,
유럽의 수도라고 불리던 파리의 눈부신 거리를 누빈 고급 리무진.
엘비스 프레슬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 타던 화려한 캐딜락,
제임스 본드와 모험을 같이 했던 비밀 장치로 가득한 스파이카,
2차 세계대전 중 윈스턴 처칠의 달리는 집무실이었던 전설적인 차들.
이런 것들만 상상했던 것이 딱 처음 전시장을 들어설 때의 모습이었으니까.

미국의 20세기 최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인 노먼 록웰(Norman Rockwell)이 그린 The Saturday Evening Post 1947년 8월호 표지 그림 " Going and Coming'. 자동차가 미국인들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일상적 요소로 깊숙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자동차로 여행 떠나는 길과 돌아오는 길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박물관 벽 한쪽에 걸려 있던 어여쁜 포스터.


자동차는 문화의 혁명이었다


左 -박물관 내 카페 - 192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마치 영화 세트장에 방문한 느낌을 준다.

右 - 당시의 주유소 및 자동차 정비소


1765년 증기기관차의 발명으로 인해 사회는 큰 변화를 겪었다. 18세기의 산업혁명으로까지 이어진 기차의 발명은 위대한 사건(event)이다. 기차를 타는 것은 사람들에게 거리의 속박에서 벗어날 자유를 보장한 기념비적인 일이다. 그러나 기차는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는 데에만 머무른다.
기차가 움직이는 곳, 즉 역이 있는 곳으로만 움직인다는 의미다.

자동차의 등장은 이동의 자유를 선사해주는 혁명과도 사건이었다. 사람들이 마음껏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에 무한대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이동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를 의미한다. 사상의 자유는 곧 표현의 자유로 이어진다.


인간사는 자유를 갈망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보아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억눌려 있는 감정과 생각과 사상을 표현하는데 표현의 매개체와도 씨름하고 표현의 시기와 방법에도 심각하게 고민한다.
아니 무엇에 억눌려 있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던 이들은 봇물 터지듯 터져버린 자유의 갈망이 터졌을 때
비로소 눌려있던 모든 것에서 해방감을 느끼며 서서히 자유에 중독되어 가는 것이지도 모른다.

자동차는 어쩌면 그 시대의 필수 불가결한 산물이었겠다.


갇힌 사회에서
갇힌 제도 속에서
또 다른 세상과 제도를 만난다는 것은 일대의 변화를 주게 되니까.

이곳에서 자동차만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은 그 자동차를 타던 사람들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림을 통해서

자료 사진을 보면서
그 당시에 사용했던 포스터들을 보면서
당시 차를 타던 사람들의 옷차림 속에서
그들이 집 안 구석에 장식하던 물품들을 통해서 그들의 생각과 갈망을 엿보았다.

가이드 설명에 집중하는 네덜란드 뭇남성들


박물관 로비에서 진행된 네덜란드 조각가 빌렘 렌싱크(Willem Lenssinck)의 Horse Power 특별전의 작품들. 달리는 말의 이미지와 바퀴, 완충기, 변속기, 속도계 등 자동차를 이루는 특징적 기계요소들과 결합시켜 산업혁명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계의 능력을 표시하는 데 사용하는 '마력(hp)'이라는 단위를 역동적 이미지로 형상화해 보여주고 있다.


左 2차 세계대전 전 가장 성공적인 공랭식 차였던 프랭클린 11-B Sedan. 딜러들의 압박 때문에 일부러 수랭식 냉각기가 달린 차처럼 보이게 설계했다고 한다.

中 1934년 박물관의 설립자 라우만(Louwman).

右 무려 1910년대의 전기자동차들. 전기가 인류의 삶에 미친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박물관 나들이를 마치며


사랑하는 네 딸들아
아주 오래간만에 아빠와 박물관 나들이를 함께 했던 날이었지? 아빠와 함께 했기에 자동차와 기계에 무지한 엄마가 아닌 아빠로부터 자세하고 정확한 설명도 듣게 되어 좋았지?

한 세대를 풍미하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단다. 그런 것들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것을 우리가 크게 생각하면 문화란다.

문화 속에 여러 가지 코드가 숨어있단다. 왜 사람들이 좋아할까? 왜 이것은 인기가 없을까? 이러한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질문들을 던져가며 그 시대의 문화를 되짚어보면 많은 것들을 배울 수가 있단다.

대중성이 반드시 예술성과 역사성과 가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란다. 그러나 대중적인 것에서 그 당시의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다. 무엇에 사람들이 매료되고 무엇을 사람들이 기피하는가?
이런 것들을 가늠해본다면 지금 너희들이 어디에 처해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해야 할지에 대한 이정표를 발견하게 된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서 가야 하는지 시대를 끌어안고 역행하며 가야 할 길을 가야 하는지.

자동차는 가고 싶은 곳을 가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핸들을 잡을 사람이 목적지를 정해야지 자동차가 운전자를 인도해서는 안된단다.


너희들은 자동차를 운전할 능력도 갖추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어디에 가고 싶은지 어느 곳에 가야 할지를 염두에 두면서 자동차를 움직이는 자들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 보았던 저 멋진 자동차들이 각각의 사연을 품고 훗날 역사에 남아 오래된 아름다움을 선사해주었듯이.



# 자동차 사진 일부 및 자동차 설명 출처 - 박물관 홈페이지

www.louwmanmuseum.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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