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Hal 도서관에서 역사와 문화와 삶을 떠올리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Yohannes Vermeer)의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그림.
"레이스 뜨는 여인"
1870년,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는 루브르 박물관에 이 그림이 처음 전시되었을 때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이 그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페르메이르는 "우유 따르는 여인"같이 가사 노동에 몰두하는 여자와 평범한 일상을 포착한 정적인 느낌을 넘어 경건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을 제법 많이 그렸다. 빛의 예술을 과감하게 과학적으로 잘 표현한
화가의 명성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의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괜히 숙연해지기도 한다.
당대 사람들은 바느질은 여자들의 일 중에 가치 있는 것이라 여겼고, 여성이 가사노동에 집중하며 집 안에 머무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레이스 뜨는 여인>을 여자들의 미덕을 표현한 교훈적인 작품으로 이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완전히 몰입한 상태로 일하고 있는 그림 속의 여인이 장식이나 물건이 없는 텅 빈 공간(또는 방)에 앉아 집중하기에 절로 우리의 시선도 빛을 받고 있는 여인의 얼굴과 여인의 시선이 향하는 손가락 끝에 따라가 머물게 된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에서 몰두하는 여인의 정적인 모습이 담긴 이 그림은 공예, 창의성, 소박한 재료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묵상이라고 해석되기도 했다.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자신의 저서 <총보다 강한 실; The Golden Thread)에서 가차 없이 이 명화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여인이 왜, 누구를 위해 레이스를 뜨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단지 그녀는 '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레이스는 그것을 두른 사람의 지위와 취향, 부를 과시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과 레이스가 가져온 역사적 파장과 사건들을 집요하게 파헤쳐가며,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목을 장식한 레이스에 대한 감추어진 진실을 요즘 세상에 툭 던져 놓는다.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목을 장식한, 지금까지도 수많은 미술관에 걸린 그들의 초상화에서 여전히 하얗게 빛나는 레이스. 그것들은 가장 가난한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촛불을 밝혀놓고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손으로 떠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이어서 그 비싼 레이스의 값이 고스란히 레이스를 뜨는 여인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실도 폭로한다.
실과 직물을 만든 사람들은 항상 숨어 있다.
그들은 페르메이르의 그림 속 여성처럼
그저 아무 말 없이 어떤 의견도 보태지 못한 채 남았다.
실과 직물의 역사를 찾는 것은
기록되지 않은 역사 뒤에서 역사를 움직인 진짜 주인공을 찾는 일이다.
-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총보다 강한 실> 中에서-
보다 더 대중적인 디자이너의 말을 새겨들어보자. 가브리엘 샤넬은 "나는 레이스야말로 환상적인 자연 세계를 모방해서 만든 것 중 가장 예쁜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영혼으로 만들어낸 어떤 발명품도 레이스보다 우아하고 정확한 기원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침 틸뷔르흐 섬유 박물관(Textile Museum)에서 대대적으로 레이스에 대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샤넬, 디올, 발렌시아가, 장 뽈 고티에, 루이뷔통, 칼 라거펠트, 아이리스 판 헤르펜, 매종 마르지엘라 등등 무려 4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전시기간은 2019년 11월 16일부터 2020년 5월 10일까지이나 현재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하여 한시적으로 박물관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하니 17세기 영국의 문인인 토마스 풀러가 작은 실 한 가닥에 예술과 산업이 얽혀 있다고 말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어쩌면 직물의 역사를 다시 헤집어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고맙게도 우리는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통해 네덜란드의 직조·직물 산업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재생 건축물 중의 하나인 드 퐁트 미술관(De Pont Museum)은 첨단의 현대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저명한 전시관이며 유서 깊은 방직공장을 개조하여 만든 업싸이클링 건물로도 유명하다.
남부에 위치한 틸뷔르흐(Tilburg)는 과거 방직산업의 주요 산업지였다.
변호사이자 사업가인 드 퐁트( J.H. de Pont; 1915-1987)는 틸뷔르흐(Tilburg) 시민으로서 1960년대에 이르러 점점 쇠락하는 섬유 산업의 운명에 염려가 많았다. 그는 토마스 드 비어(Thomas de Beer)가 운영하는 양모 방직 공장이 파산된 후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더 이상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없어 방직공장 문을 닫게 되었다. 한편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던 드 퐁트는 언제,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미술관을 만들까 고민하며 현대미술을 후원하기 위해 재단에 재산을 기부한다. 그러던 중 이 부동산을 인수하고 건물을 확장하여 미술관을 세우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드 퐁트 미술관(De Pont Museum)은 1992년에 틸뷔르흐(Tilburg)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기존 방직 공장의 모습을 최대한 활용한 전시공간으로 알려진 이 미술관에 들어가 보면 실험적인 현대 미술을 전시하기에 최적의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수년 전에 네 딸내미들과 정원이 인상적인 드 퐁트 미술관에 들어갔었다. 감옥처럼 보이는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며 제각각의 방에는 전시물이 있었고, 드넓은 중앙 공간에는 최첨단의 전시물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놓여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전시할 수 있는가라며 감탄하고 저들의 전시 방식과 규모를 신기하듯 관람했다. 공간 활용의 마법사 같은 네덜란드 큐레이터의 안목과 실력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자연채광 역시 미술 작품의 진가를 높이는데 주요 변인이다. 예술가들은 그렇게 운명해 가는 방직공장의 여운을 새로운 전시물을 전시하는 창조의 공간으로 소생시켜 놓았다.
1950년대까지 네덜란드의 섬유 산업은 국가 총인구 대비 취업 비율의 약 20%까지 차지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 4% 이하까지 지속적으로 하향하였다. 시대 흐름에 거세당할 산업 위기에서도 네덜란드는 오히려 섬유 박물관을 개설하고 관련 교육기관을 신설하며 문화 교육 방면으로 더욱 매진한다.
7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틸뷔르흐(Tilburg)의 섬유박물관(Textilemuseum).
과거 섬유 공장이었던 이 곳에 박물관을 짓고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섬유 디자인 연구소를 병설하였다. 예술과 패션 그리고 산업 유산의 혁신을 도모할 세계 유일의 장소를 만들고자 전문적인 섬유 연구소와 협업하고 섬유 디자인 전시회에 영감을 줄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였다. 끊임없이 섬유 산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예술가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하여 작품을 전시하는 거대한 전시장을 품은 박물관 사업에 매진한다. 이러한 노력은 2017년 네덜란드 최고의 박물관 수상과 2018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세계 문화유산 대회(Best in Heritage)"에서 경쟁자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덴마크 디자인 박물관,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을 제치고 기쁨의 대상을 받는 열매로 귀결되었다. 오늘날 사용되는 모든 직조, 편집, 레이저 가공, 터프팅 및 자수 기술을 보여주는 작지만 초현대적인 섬유공장을 품고 있는 곳,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디자이너와 건축가, 예술가들이 실험공간으로 선호하는 공간이 바로 이 섬유박물관(Textile Museum)이다.
과거 존폐의 위기 속에서 22,000여 명의 섬유 관련 노동자들과 39개의 섬유·방직 공장들이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정하게(Hete Harten, Koele Koppen)”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무너짐에 같이 쓰러지지 않고 되려 도약을 향한 꿈틀임을 시도했다. 임금을 못 받고 일자리를 잃어가면서도 섬유 산업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으로 노력한 결과 주변 산업의 협력의 손길이 이어졌고 틈새 산업을 향한 방향 전환을 이루어내었다. 더 나아가 네덜란드의 섬유산업은 미래를 바라본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Fashion for Good 박물관은 세계 최초로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방향성을 두고 섬유산업이 어떻게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를 되묻는 시도를 하는 데까지 이른다.
* Dezeen Awards 대상( 2019.10.30)
: 런던 기반의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 온라인 잡지에서 수여
* 재생 프로젝트(Rebirth project) 대상 : 재생건축 분야
* Dutch Design Awards 대상 : 더치 디자인 어워드 주거 부문 수상(2019)
* 세계 건축 축제(WAF; World Architecture Festival)에서 올해의 세계 빌딩(World Building of the Year)으로 선정 (2019. 12. 6)
* INSIDE World Festival of Interiors 2019에서 디자인 수상
* 네덜란드 올해의 최고 도서관 (2019)
* BNA 최고의 건물
* IFL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s and Institutions)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도서관협회 연맹 총회서 올해 최고의 공공도서관 최종 대상 후보 5에 선정 (2019. 8.27.)
도서관 현관을 밀고 들어오면 어디를 먼저 바라보아야 할지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와! 대단하다. 너무 근사해!'
"여기가 과연 도서관 맞아?"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기 힘들 정도의 높은 천정에서부터 내려오는 대형 패브릭 커튼, 창고를 개조한 흔적이 그럴듯한 디자인과 만나 새로운 세련됨을 자아내는 인테리어, 네덜란드 화훼 경매시장이 연상되는 행잉 플랜트, 아늑함과 거대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참나무 계단 그리고 독특한 카페.
로칼(LocHal)이라는 대형 레터링 아래 커다란 탁자를 떠받치고 있는 기관차 바퀴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왜 이 도서관 이름을 로칼이라고 지었는지 알게 된다. 역사는 193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32년은 우리 역사로 따지면 조선이 건국된 해이다. 당시 네덜란드의 기관차(증기기관차)를 보관하고 수리하는 창고지였으나 88년이 지난 지금 일상과 문화적 삶을 공유하고 향유할 새로운 창조적 공간으로 도시 시민들의 필수적인 장소로 쨘~하고 역사에 재등장한다.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세계 최고의 공공 도서관상을 네덜란드에서 수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작년에 수상했기에 연속적 수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답하던 인터뷰이의 아쉬워하는 표정이 기억난다. 이후 과연 그 인터뷰대로 최고상은 핀란드 헬싱키에 소재한 오디(Oodi) 도서관이 차지하였다. 하지만 로칼 도서관은 이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대상 후보였다. 건축과 디자인 부문에서 이미 각종 대상을 수상하였기에 사람들의 기대가 부풀 어오를 만큼 한껏 컸다.
그러나 로칼 도서관은 최고를 여유롭게 넘보는 막강한 이인자였다. 오디 도서관과는 차별적인 요소가 분명했다.
한 심사위원의 평가를 들어보자.
다중목적을 가지고 출발한 로칼(LocHal) 도서관은 도시 변화의 기관차 역할을 합니다. 도시의 거실에서 새로운 사업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대형 패브릭 커튼은 필요시 건물 내부의 유연한 벽으로 이용할 수 있고 오래된 풀리로 만든 거대한 커뮤니티 테이블 아래에는 과거 기관차 바퀴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추진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건축, 구조 시스템, 기후 제어, 에너지 사용 등 다양합니다. 로칼(LocHal)에는 특색 있는 6개의 테마 연구실(lab)은 지역사회 시민과 사업 파트너들이 함께 이용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 갑니다.
로칼 도서관 곳곳에 숨어있는 문화적 코드를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다.
로칼 도서관을 이해하기 위해서 왜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감상하고 드퐁트 미술관에 대해 알아보고 섬유박물관을 찾아갔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곧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상상력을 배우는 공간, 상상력을 체험하는 공간. 아마추어 예술가도 참여하여 실험적으로 전시할 수 있다
기존 기관차 공장의 철골 구조물을 살펴두고 현대 느낌이 조화롭게 놔두면서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와 상반되는 살아있는 행잉 플랜트를 적극 배치함으로 극과 극의 조화를 만들어 내었다. 동시에 화훼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은근 과시하게 되는 이중효과까지 노렸다. 옛것과 새것은 딱딱함과 살아있음의 대비를 통해 더 의미를 선명하게 만들어 내었다.
만남의 광장(seats2meet) 공간은 한자리에 모여 같은 것을 즐기고 경험하는 로칼 도서관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이미 네덜란드 도서관에 가장 중심 되는 곳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공간 시스템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지면 자유로이 운집할 수 있는 곳.
이 곳에서 문화공연이 이루어진다. 일종의 콘서트홀로 기능한다. 혹은 집회의 장소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마치 가정 내에서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담소를 즐기거나 TV 시청을 하든지 차를 마시든지 하는 공용의 오락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 도서관에서 도시의 거실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로칼의 홀은 국제적인 거실이 아닐까 싶다. 이미 명성이 놓아져서 도서관 나들이하러 오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입증된 기정사실이다.
Lab(연구실)이라는 이름을 달고 마련된 공간이 로칼 도서관에는 6곳이나 있으며 이 곳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험할 수 있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누구든 와서 자유롭게 읽고, 배우고, 공부하고, 만나고 모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혁신적이고 최신적인 구조 속에서 각종 모임이나 회의, 제작과 전시 및 발표까지 총망라하여 작업할 수 있는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최적의 공공장소이자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허브(Hub)이다. 문화 창조의 아지트이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미리 필요한 모임과 작업, 사업에 맞는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공간을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워드랩은 다양한 다양한 언어 자료가 가득한 곳으로 흡사 축소판 도서관 같기도 하다. 유럽의 각국이 서로 인접해 있고 무역업에 공을 기울이는 네덜란드인에게는 언어력이 막강한 국력을 쌓아가는 핵심 요건 중의 하나이다. 워드랩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네덜란드 음식문화는 이웃나라 프랑스처럼 유명하지 않다. 치즈, 하링, 감자튀김 같은 특정 음식이 나라를 대표하는 유명 아이템이 있기는 하나 네덜란드 음식 문화 자체가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음식 관련 캠페인, 음식물 전시회, 공정무역에서의 음식 같은 주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더 많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혹할 쿠킹 스튜디오 프로그램도 있지만.
미래연구실은 테마가 분명하다. 지금부터 10년 동안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지 정하고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설계하는 곳이다. 또한 환경문제 같은 주요 도시 현안에 대한 연구를 모색할 수 있는 아이디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방문 당시 환경문제를 다루는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도시 개발에 대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환경 문제에 아주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관련 에너지 개발이나 대체 수단 마련에 적극적이다. 그래서 미래 연구실은 도서관에서 네덜란드의 관심사를 상기시켜 주는 의미 있는 곳이다.
높은 유리창과 콘크리트 바닥과 벽, 건물의 골조를 살린 인테리어가 그대로 노출된다. 천정레일에는 패브릭 커튼 달려 있어 마음대로 열고 닫아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네덜란드 건물에서 종종 보이는 인테리어이다.
배움 연구실이 가장 열린 공간이다. 결국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배우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것이 유치원 학교 같은 교육기관이 아닌 시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이 공공 교육의 일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에프텔링(Efteling)은 네덜란드 최초의 테마파크이다. 이 곳은 안톤 픽(Anton Pieck)의 그림과 아이들이 사랑하는 명작동화를 모티브로 하여 꾸며진 동화의 숲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어린이들의 책 공간이다. 화려한 색감의 대형 책 구조물을 통과하면서 놀이를 할 수 있고 동화의 숲에 나오는 책 제목을 보면서 상상놀이를 할 수 있는 도서관 내 책 놀이터이다(에프 텔링 참고 https://brunch.co.kr/@neddaland/34).
로칼 도서관에서 중요한 장치(device)는 단연코 시티 카페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한 카페 테이블의 밑에 부착한 기관차 바퀴이다. 이는 틸뷔르흐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장치인 것이다. 그렇기에 도서관 정중앙에 가장 아름답게 잘 보이도록 카페를 위치했다.
이는 미래의 도서관이 지향해야 할 바를 묵직하게 제시한다. 사라짐과 나타남의 절묘한 중첩점이다.
도시의 거실(Urban Living). 로칼(Lochal) 도서관이 슬로건처럼 내세우는 것이다. 가족(시민)들이 편하게 모여서 일상을 공유하는 공적인 공간이자 사적으로 경험을 내재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책만 책이 아닌 것이다. 사람이 책이 될 수 있는 함의를 정면으로 내세우는 신묘한 장치인 것이다.
로칼 도서관은 기존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에서 진일보하여 사회적 자본의 기능까지 충실하게 해낸다. 직장인들의 모임을 주재하고 상호 간 지식을 공유하며 필요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적 토대를 마련해준다.
디자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의 다수의 참여와 그 결과를 적용하는 노력, 클라이언트와의 통합 가능성,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접근 가능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재료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사실들은 로칼 도서관의 특장점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틸뷔르흐 주의 새로운 심장부로 거듭나고 있고 이미 수많은 방문자와 이용자들이 그 상징성을 입증했다.
도서관은 도시의 중심이자 그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혹은 그 도시를 경유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공의 안락한 거실(Urban Livingroom) 같은 역할을 한다.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를 조화롭게 형성하도록 만드는 메가(mega) 매개공간이다. 여느 집에서 볼 수 있는 거실 풍경이 크게 몇 배로 확대된 것 같은 고급스러운 대형 인테리어는 그들만의 문화 양식과 산업 양식을 뽐내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한 가족의 역사를 드러내듯 도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는 마치 가족 구성원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추억과 역사를 도시 차원에서 자료들을 수합하여 줄줄이 전시하고 있는 공공 전시회가 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대여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우리 삶의 여러 측면에 맞닿아 있는 다양한 문화를 교류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어 가는 것이다. 개인적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삶(routine)을 공공연하게 전체적으로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공간에서 향유할 수 있는 공동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공간 디자을 도서관에 설계한 것을 보면 네덜란드에서 가지고 있는 도서관에 대한 철학을 알 수 있다.
역사는 과거 현상 속에서 현재를 해석하는 것이다. - 전우용-
네덜란드에서 도서관은 이미 새로운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과거 건물의 양식에서 새로움을 뽑아내는 기가 막힌 접목은 벌써부터 그들의 건축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어떤 문화 코드로 어떤 취향을 담아낼까에 주력하는 것 같다. 도시의 랜드마크를 넘어서서 국가적인 지식문화공간으로 도약하고 있다. 과거로부터의 현재까지 이르는 시류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시류까지 이끌고 가는 주체로서의 공간이다. 이미 국제적으로 최고의 공공도서관 선정하는 기준이 앞으로 도서관이 지향해야 할 바를 넌지시 알려준다.
단지 화려한 도서관 건물과 인테리어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도서관이 갖추고 있는 시대를 대변한 혹은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적 요소에만 흥분해서도 안된다. 부러울 만큼 대단한 수상실적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서도 안된다.
로칼 도서관은 네덜란드의 화훼 문화, 틸뷔르흐의 섬유방직산업의 역사, 기관차 창고에 서려 있는 역사, 인근 에프텔링의 여가문화에 최신 문화적 코드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종합예술이다.
도서관이 향후 지역사회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는 이미 슈투트가르트 도서관 설계 공모에서 드러난 도서관에 대한 지향점이었다. 이미 도시의 중심, 문화의 중심 코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라지는 것,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리움이나 보존하고 싶은 마음으로 발전될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존재감부터 시작한다. 대중의 인기에 좌지우지되기 쉬운 연예인들도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자신들도 점점 기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다. 어쩌면 물건 버리기와 정리를 못하는 것도 물건에 담긴 추억을 쉽게 잊고 싶지 않은 이유와 같다.
그렇기게 재생 건축물은 단지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효과적인 건축양식을 넘어서서 사람들 마음을 붙잡아 더욱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발전과 보존의 심리를 잘 활용한 건축 시스템인 것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실존하는 그 기쁨을 다방면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로칼 도서관은 그러한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을 세련되게 도출하여 의미 있는 실체로 이루어진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특별히 틸뷔르흐의 역사와 문화와 자긍심을 잘 표방할 수 있는 실체들을 잘 이끌어내어 도서관 곳곳에 공간을 배치하고 인테리어로 완성하며 이용 방법으로 구체적으로 실현한 그 시도가 대단하다. 네덜란드의 섬유 역사와 기관차 역사, 여가 문화, 화훼 문화의 면모뿐 아니라 틸뷔르흐(Tuilburg)의 자부심과 역사를 도서관 곳곳에 아름답게 심어 놓았다. 틸뷔르흐 (Tuilburg) 시민의 지역 감수성, 사회문화적 감수성과 역사적 감수성을 녹여낸 수작 중의 수작이다.
이 모든 업적을 이루어 낸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때가 되어 세상에 드러나 빛을 발하는 페르메이르의 작품처럼 도서관을 일구어 낸 이들의 노고가 세계적인 공공장소에서 빛을 발하도록 일구어 낸 주인공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