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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Mar 30. 2016

어린이들의 첫 그림책 친구 미피를 찾아서

어느덧 환갑을 넘긴 미피와 함께 우리는 어떻게 자라야할까를  배워간다

딕 브루너 하위스(Dick Bruna Huis)에서 나인쪄뮤제움(Nijntje Museum)으로  


미~피 ~ 귀여운 내 친구 ~~

미피 만화영화나 미피 뮤지컬을 보면 어김없이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아이들은 주저함 하나 없이 이 노래를 따라 한다. 그 귀여운 꼬마 친구 미피가 태어난지 벌써 60년이 지났다. 작년이 미피 탄생 60주년이어서 암스테르담 박물관 광장에는 세계 여러 나라 의상을 입은 대형 미피 캐릭터 전시가 이루어졌었다.

우트레흐트(Utrecht)에 있는 딕 브루너 하위스(한국에는 미피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는 작년 7월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여 새단장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아이들을 맞이했다.


                                                  (中 지금과는 좀 다른 탄생 직후의 미피의 모습)

                                         미피 60주년 기념 아트 퍼레이드 ( 일부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미피는 꼬마 토끼 인형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미피라고 말하면 못 알아듣고 나인쪄(nijntje)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어린아이들이 토끼(konijn)를 애칭으로 나인쪄(nijntje)라고 부르지만 세계적으로는 미피로 알려졌다.


                           (左 재개관 이전의 미피 박물관 모습     右 새단장 한 미피 박물관)


미피는 1955년에 네덜란드의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며 그림책 작가인 딕 브루너에 의해 태어났다. 딕 브루너 할아버지의 고향이 네덜란드 우트레흐트(Utrecht)이어서 미피의 고향은 이 곳인 셈이다. 우트레흐트의 중앙박물관(centraal museum) 맞은편에 위치한 자그마한 박물관이었던 딕 브루너 하위스는 미피 박물관이라는 새 이름으로 확장되어 재개관하였다.



미피와 함께 하는 영유아들의 책놀이터에서 다중지능을 키워가다

             (左 이전 박물관의 입구에 있던 황금 미피   右 새로 개관한 박물관에서 환영해주는 미피)


사오 년 전쯤에 처음 갔을 때와 다시 재개관하여 방문한 미피 박물관에서의 느낌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명칭도 딕 브루너 하위스였기에 이전 박물관에서는 작가인 딕 브루너에 대한 설명과 전시물이 있고 그의 그림책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림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좋도록 입체적인 무대를 마련하여 꾸며 놓은 작은 박물관이었다. 미피가 살고 있는 집을 앙증맞게 만들어 놓았고 그림을 그리거나 미피 인형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있었다. 또한 벽면에는 모니터를 통해 미피 만화영화가 상영되고 군데군데 미피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던 아기자기한 박물관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 동화책 같은 아담하고 앙증맞은 곳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한국에서 미피 뮤지컬과 미피 체험관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모아 놓은듯한 전시장이었었다. 그런데 몇 년 후 새로 탄생한 미피 박물관은 전혀 느낌이 달랐다. 미피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하는 거대한 실내놀이터로 변신하여 영유아들의 최적의 교육공간으로 성장하여 아이들에게 더욱 깊숙이 다가선 것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면적으로 확장되어 다양하게 마련한 아이들의 체험 공간은 이 동네 꼬마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으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박물관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떠올리는 박물관의 이미지에 역동성을 심어놓은 것이다. 보고 듣는 전시 성격의 박물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인 자료 전시부터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딕 브루너가 그림책에 담은 철학을 고스란히 책 놀이터에 스며들게 하였다. 아이들에게 감각적인 놀이 경험을 하게 하고 단순한 패턴을 통해 기본적 개념을 학습하게 한다. 선명하고 따뜻한 색감과 친숙한 사물과 자연의 이미지로 꾸며진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사회와 그리고 세상에 대해 탐색할 수 있게 된다.



첫 눈에 이 박물관은 예사롭지 않게 만들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아이들에게 너무 신나는 곳이다.


게다가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Gardner)의 다중지능 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에 기반을 두고 영유아들에게 최적의 교육과 놀이 경험을 할 수 있는 꿈의 놀이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 입구에 마련된 사물함에 다양한 미피 캐릭터를 그려놓은 것을 보는 순간부터 이 곳을 방문한 부모와 아이들에게 설렘을 안겨준다. 옆에 마련된 놀이터에서는 소꿉놀이, 정원놀이, 책 읽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해서 노는지 모른다. 부모들은 함께 책을 읽어주거나 노는 것을 지켜보거나 사진 찍어주기에 바쁘다. 이전 박물관 입구에 있었던 황금 미피 대신에 파란 옷을 입은 미피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그 안에 들어서면 딕 브루너 할아버지의 모습과 천장에 매달린 미피 그림책. 세계 각국의 언어로 발간된 미피 그림책들이 머리 위에서 춤을 추면 아이들도 덩달아 신난다. 우리 아이들도 한글로 된 미피 그림책을 찾느라 신나해했다.


미피와 친구들 캐릭터가 사방에서 웃고 있고 다양한 직업을 상징하는 옷을 입은 미피들이 그림으로 때로는 입체적인 인형으로 존재한다. 아이들은 여기서 역할 놀이를 할 수 있고, 정적인 공간에서는 퍼즐을 즐기거나 색깔 대응이나 대칭 놀이를 할 수 있다. 유치원의 구조화된 학습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놀이를 통하여 감각 수업과 인지 수업을 하던 교육을 박물관에서 신나는 놀이로 재경험하는 것이다.  


한 층을 올라가면 손인형(hand puppet)을 가지고 인형극장 무대에서 마음껏 상상이야기를 꾸며내어 공연할 수 있다. 그 옆에는 레일 위를 달리는 꼬마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교통규칙들을 배울 수 있다. 한쪽 구석에서는 아이 스스로 혹은 부모와 함께 이미지와 글자카드를 가지고 놀면서 문자를 익힌다. 기차가 다니는 기찻길과 건널목이 설치된 공간에서는 작은 자동차로 신나게 붕붕거리며 다닌다. 아니면 옆에 마련된 옷을 입고 교통경찰 역할을 하면 된다.  온몸을 불사르도록 움직여서 땀이 나면 그 옆 방으로 가서 미피가 즐겨 찾던 나무 아래서 쉬면 될 것이다. 다시 재충전을 한 후 옆 방에 가면 미피와 동물들이 반겨주는 숲 속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 수 있다. 작은 미끄럼틀과 동물들이 숨어있는 터널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아이들은 그림책 속에서 보던 숲 속 친구들과 친구가 되어 논다.  옆 방에는 영유아들을 위한 아뜰리에가 있다. 거기서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해서 벽에 혹은 창가에 자기가 완성한 미술공작품을 전시하며 뿌듯해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미술활동이 싫은 아이들은 한쪽 끝에 마련된 무대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림책을 보면서 혹은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시는 그림책을 보며 아이들은 언어지능(linguistic  intelligence)을,
여러 가지 탈 것들과 실내놀이기구를 통해 움직이며 신체운동 지능(bodily-kinesthetic intelligence)을,
소꼽놀이와 역할놀이나 인형극장 놀이를 통해 대인관계 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을,
거울보기나 그림 그리기와 공작활동을 통해 자기이해 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을,
퍼즐과 도형 맞추기와 이야기 순서 맞추기 활동을 통해 논리수학 지능(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을 ,
여러 가지 상황을 세팅해 놓은 공간과 무대에서 공간지능(spatial intelligence)을,
일상생활과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자연을 형상화한 공간에서 자연탐구 지능(natural intelligence)을
아주 자연스럽게 습득해가거나 체득할 수 있게 된다.


어려운 교육학 이론을 이렇게 친숙하고 친근한 미피와 그림책을 매개로 박물관에서는 자연스럽게 놀이와 학습을 결합시켜 놓았다. 아주 어린아이부터 박물관은 즐거운 곳, 또 가고 싶은 곳이라는 것을 저절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교육적 배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Smpp4wUAUs


새단장을 한 미피박물관에서 아이들이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





딕 브루너 할아버지에게서 듣는 이야기

미피를 세상에 등장시켜주신 딕 브루너 할아버지의 영상물을 보기도 하고 미피의 성장 앨범도 구경하고 어떻게 미피가 태어났나를 알 수 있는 탄생 스토리도 살펴보고 자그마한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었다.

미피가 사는 종이 집도 만들면서 정말 아늑한 동화 같은 공간을 발견한 후에는 너희들이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나는구나. 엄마도 어쩜 이렇게 동화 속 풍경이 그대로 펼쳐질까 하고 내심 놀랐었어. 벽지마저도 그림책 같았었지. 아마도 네덜란드 와서 처음 맛본 신선한 충격이 아니었나 싶다(물론 이후로는 이렇게 아담하고 예쁘고 환상적인 동화적 풍경을 많이 보게 되어 좀 무디어졌지만).


적절한 조명. 단순함이 선사해주는 무한 상상 공간.

여기서 미피 그림책의 비밀을 엿볼 수 있었단다.

딕 브루너 할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많은 명화를 보며 성장하셨대. 특히 마티즈, 레제, 몬드리안의 영향을 많이 받아 미피가 탄생된거라는구나.

적어도 너희들은 몬드리안 작품에서 미피를 연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색사용, 기하학적인 선을 사용하여 그린 그림들 여기에 마티즈의 꼴라쥬 기법과 레제의 선과 색을 분리하는 기법을 응용하여 미피가 태어난 것이란다.

단순함. 분명한 선. 최소한의 글. 이야기의 흐름과 장면에서 의도적으로 사용된 색깔들.

예를 들어 미피가 친구들과 있을 때 미피가 돋보이게 빨간 옷을 입고 있다든지, 미피가 집에 있거나 친구들에게 다가갈 때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해주는 노란 옷을 입고 있다든지 말이야.


딕 브루너 할아버지는 단순하고 반복되는 형태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집중하게 하고 충분한 배경을 남겨두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어린이 눈 맞춤 그림책을 많이 그려주셨어.  아이들이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친숙한 색깔들 -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갈색 검정 회색- 이렇게만 사용하여 절제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셨지.

정말 할아버지의 손자 손녀 사랑의 눈길이 듬뿍 담긴 사랑의 그림책 같지? 그래서 미피는 세계 여러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었나 봐. 너희들도 미피 공책, 그림책, 책상, 연필, 가방, 컵 , 간식 접시, 옷, 신발 등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지? 이 나라엔 미피 그림이 그려진 과자, 나막신, 실내화까지 있더라.


50개 이상의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책이 출간되고 미피 영화와 만화가 세계 공영방송에 방송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공로가 인정되어 딕 브루너 할아버지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오랑주나소 기사단' 작위를 받는 영광도 얻게 되었단다.


 처음 시도는 참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되었지. 원래 하고 있던 일,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포스터나 책 표지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이 그림들을 가지고 책 한 권을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대. 그 단순하고 명쾌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열광한 수많은 어린아이들의 이야기꾼 할아버지로 등극된 배경에는 바로 그런 작은 시작에서였단다.


세계사엔 이런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의 연장에서 시작된 위대한 이야기들이 많아.


그래서 일상이 너무 소중한 거란다. 일상이 모여 위대한 역사가 이루어지거든.

날마다 소소하게 마주하는 사건과 사람들이 얼마나 보배스러운 비밀을 감추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지.

그 비밀을 굳이 미처 깨닫지 못했더라도 하루하루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관심사를 성실하게 펼쳐가면 너희도 모르는 사이에 큰 일을 이루어가는 것이란다.

지루하지만 평범하고 무심한 일상은 특별함을 속에 꼭꼭 감추고 있는 봉인된 보석상자란다.


사랑하는 네 딸들아! 오늘은 어떤 일상을 그려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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