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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Mar 31. 2016

학문하는 자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대학도서관

Utrecht 대학도서관에서 몰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네덜란드  우트레흐트(Utrecht)에는 훌륭한 대학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대학 중의 하나이며 통계와 수치로 표현한다면 세계 명문대학 랭킹 100위권에 랭크되고 있고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도 무려 10여 명이 되는 명문대학이다. 

건축미가 빼어난 건물들이 많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의 건축 성지이기도 한 이 대학교에 아름답기로 소문난 도서관이 있다. 마크 어빙의 책 '죽기 전에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가지'와  제임스 W.P. 켐벨의 책 '세계의 도서관'에 소개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된 도서관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비엘 아레츠(Wiel Arets)가 설계한 이 도서관은 2004년에 완공되었고 2005년에 리트펠트 상(Rietveld prize)과 미스 판 데 로흐 상(Mies van der Rohe award for European Architecture)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화려한 이력을 모르더라도 일단 이 도서관 건물을 보면 빼어난 용모를 가진 사람 앞에 선 사람처럼 넋을 잃어버리게 된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검은색 건물 같지만 유리창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무늬, 어쩐지 익숙해 보이는 무늬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처음에는 대나무 무늬인 줄 알았다. 이 유럽 땅에서 대나무 무늬가 이토록 아름답게 보이다니... 하지만 이것은 대나무 무늬가 아니라 버드나무 잎이다. 설계 초기부터 미리 고안된 무늬로 풀잎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기 위해서이다. 실제 이 대학 주변의 산책로와 이어지는 정원과 숲길로 이어지는 풀밭 길을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주변의 목가적 풍경과 전원적인 모습을 연상케 하고 종이의 재료로 버드나무가 쓰인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파피루스의 인상을 건축 안에 심어 놓은 것이다.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이나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는 이 건물의 모습은 안과 밖이 독특한 미감을 갖게 하지만 통일된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은 저 버드나무 잎 무늬와 전반적으로 사용되어진 검은색과 흰색 때문이다.




이 도서관에 소장된 도서는 420만 권. 1000석의 열람실, 카페와 상점과 강당과 건너편 건물로 이어지는 브릿지와 주차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도서관에 들어서면 일단 현대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마음을 쏟아놓게 된다. 그리고 차분하지만 중후하고도 절제미가 두드러진 직선과 사선의 내부 구조에서 고혹적으로 보이는  빨간색 포인트 색상의 안내데스크와  버드나무 잎이 새겨진 유리창에서 쏟아지는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 자연채광의 멋스러움이 두드러진다. 


곳곳에 빨간 의자들이 흑백의 단조로움 속에 강렬한 인상을 던져준다. 중앙 입구에서 5층까지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개방된 내부 설계! 2층 출입구에서 옆 건물로 이어지는 브릿지에는 흡사 미술관 내지 전시회장을 거니는 기분도 갖게 한다. 



휴게실이면서 카페, 전시관, 미니 도서관의 역할을 하는 브리지. 

여백과 꽉 참의 어우러짐 속에 자기 자리를 확보한 책들, 개방적인 열람실과 도서실을 넘나드는 공간.

구석구석 보물을 간직한 도서 보관실, 자료실. 밀실처럼 보이는 열람실에서 책을 열독 하는 학생들.

컴퓨터실과 각종 모임 목적에 맞는 다용도실 등. 쉼터로 활용할 수 있는 작은 카페들



Sol Iustitiae Illustra Nos

 
정의의 태양이여 우리 위에 비춰라 



우트레흐트 대학의 학문은 태양빛 같은 대학로고 안에 라틴어로 위와 같이 쓰여 있다. 


학문하는 이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참 와 닿는다. 

진리를 좇고 탐구하는데 정의의 태양 앞에 비추임을 받는다는 것이. 


대학 캠퍼스 내내 돌아다니며 저 학훈을 마음에 품고 공부하는 이들이 진실로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니 이 나라에서는 가능할 것 같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기독교적 전통과 가치관이 많이 살아있는 곳이다. 공평과 정의를 외치고 사회에 실현하려고 하는 지성인들이 많다. 유독 건물에 큰 유리창이 많은 나라이다. 창은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단절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 창을 유리창을 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투명함을 강조하는 의식이 기반되어진 것이다. 개신교의 영향을 받은 건축문화인데 유리창을 통해 안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것처럼 자신들의 삶이 정직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그들의 정직함과 떳떳함과 당당한 태도가 내심 부러워진다.






몰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때마침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라는 책을 접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자기중심성과 과도한 자극으로부터 벗어나야 몰입에 가까워지는데, 이 도서관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몰입하는 모습을 얼핏 보았다.  도서관 건물에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단연 최고의 배경이었다. 무채색의 주변 환경은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행복한 삼매경을 취하려는 나름대로의 자구책이 절실해지는 나날들 속에 너희들과 함께 도서관 여행을 간 것은 엄마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단다.

함께 도서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며 나지막하게 속삭인 말이 기억나니?


너희들은 나중에 좋은 도서관이 있는 대학에 가서 공부하면 좋겠구나.

너희들은 도서관에서 꿈을 꾸면 좋겠다.
수천 년, 수백 년을 이어 온 유서 깊은 곳이라면 더더욱 좋고.

축적된 지식을 엿볼 수 있다는 것으로도 얼마나 황홀한지.
거기에 지적 탐구심을 가지고 한 자 한 자 탐독하며 진리를 깨우쳐 가는 너희들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다른 이들을 지식으로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고 서로가 더 나은 삶을 향유하기 위해 자신을 보듬는 그런 공부, 그러한 독서 말이다.
너희들이 대학에 가면 그러한 지식과 지혜를 쌓았으면 좋겠구나


중세 후반기에 발달이 되었던 유수한 대학도서관들. 기존의 왕족이나 성직자층에서만 독점했다시피 한 지식과 정보들은 대학과 대학도서관을 통해 차츰 좀 더 일반인들에게 흘러가게 된다.
물론 초기에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이들 - 유능한 학자층-이 대학도서관을 이용했겠지.
프랑스혁명을 통해 자유와 인권이 신장된 이후 사람들은 정보와 지식 공유를 활발하게 하게 되었단다.
거기에는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컸겠지.


지금은 너무 쉽게 드나드는 도서관. 대학만 가면 드나들 수 있는 대학도서관.
문턱이 낮아진 만큼 지식의 기준점은 더 높아졌을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높은 곳에 도달하려고 하지 말거라. 내려다보기 위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니.
올라가서 보는 또 다른 세상을 제대로 보고 아래에서 잘 섬기며 살아야 한단다.


도서관에서의 산책. 도서관 밖 풍경 또한 일품이었지? 인근 숲으로 이어지는 숲 속 도서관같이.

천천히 보아야 작고 의미 있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니 도서관에서도 산책하듯 공부하렴

몰입(flow)은 삶을 더욱 윤택하고 열정적이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만 좋은 것이다. 즉 플로우 경험이 자아의 힘과 복합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너희들과 엄마의 삶이 더 열정적이고 의미 있게 이루어지기 위해 우리는 몰입의 즐거움부터 누려야겠다.


도서관에서 숲속 산책로 가는 길목

* 도서관 일부 사진 출처 wielaretsarchitec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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