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찾기하며 산책하는 미술관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물이 예술이 되고 그림이 쉼이 되는 보물섬 미술관

by 네딸랜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라인강(Rhein River) 건너편에 있는 노이스(Neuss)에 위치한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Museum Insel Hombroich)은 인근의 라인-루르 공업지대에서 주변의 넓은 초원 속에 '섬'처럼 독립된 문화공간으로 위치해 있어 이러한 명칭을 사용한다. 원래 이 미술관이 있던 곳은 이전엔 나토(NATO)의 미사일 발사기지가 있던 자리이다.

(Twelve-rooms house - 건축가 Heerich 作)

2004년 미국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가 세계의 숨겨진 미술관 top 10을 발표하면서 이 미술관은 알려지기 시작했고, 유럽의 숨은 진주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뒤셀도르프의 칼 하인리히 뮐러가 열정적으로 수집한 미술품을 기존의 미술관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 속에 쉼이 있는 미술관에 전시하고자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Snail - 건축가 Heerich 作 - 이 곳에 램브란트, 클림프, 세잔, 마티스, 이브클랭, 엘스워스 켈리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우린 미처 가보지 못했다)


한적한 곳에 숨어있는 이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들은 보물섬 지도를 달랑 한 장 받았다. 이 지도를 받자마자 본격적으로 이 날의 신기한 미술관 여행을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네 딸내미 들아
너희들이 했던 해적선 놀이처럼 지도 한 장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놀기도 하고 쉬기도 했다. 배고프면 카페테리아에서 먹고 그러다 지도에 나온 건물 찾아가는 이런 공원 같은 미술관에서의 시간이 너희에겐 보물섬 여행과 같았지?


얘들아 기억나니? 우리의 애마인 20세기 중고 푸조차가 하두 고장이 잘 나서 집에서 얌전히 지내다가..
어느 가을날, 너무 날씨가 좋아 수리를 막 끝낸 차를 타고 온가족이 단풍놀이 겸 미술관 나들이를 떠났지.
물론 가는 동안 또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또 길거리에서 고장 나는구나 싶었고... 그 힘들었던 마음을 모두 확 날려버릴 만큼 이 곳에서 거닐던 시간들이 힐링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지 모르겠다.



미술관에 작품 감상하러 온 것이라기보다는 산책하러 와서 그림도 보고 조각품도 보았던 것이지.
때마침 가을색도 창연했기에 단풍놀이까지 한 기분이 들었지?



이 미술관엔 색다른 점이 많았지?
유명 미술관의 명화 앞에 언제나 그림자처럼 있는 미술관 안내요원이나 관리하는 이도 없고,
'난 이런 작품이에요'라고 뽐내는 이름표도 없었고,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도 없었다(엄마도 나중에 홈페이지에서 건물과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보았다).


일본작가 타도이츠의 대형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내부

때론 텅 빈 공간 같은 건물에 들어가면 문밖에 펼쳐지는 바깥 풍경이 작품이 되기도 하였다.
유리창에 반사된 너희들의 모습이 작품이 되고, 사방 둥근 유리벽 안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너희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하나의 행위예술이 되어버리는 이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이 너희에게는 장난감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곳이었단다.

Graubner pavilion - 건축가 Heerich 作이 곳에서 밖을 바라보며 노래하면 그 울림이 아주 멋지다)
Orangerie 건축가 Heerich 作

이름표를 없앰으로 자유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누리며 호흡할 수 있는 곳, 하나하나 지도를 보며 찾아가면서 '발견'의 기쁨을 선사해 주는 곳. 숨겨진 진주를 발견한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는 기쁨을 수고로이 캐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즐거운 미술관이었단다.


이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에 저 시가 적혀있는 시비 하나 떡하니 있으면 참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니?

광화문에 전시되었던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미술관 건물 하나하나가 건축가들의 작품이었고, 심지어 미술관 안내소와 책상도 모두 건축가 및 디자이너의 작품이었단다.

Abraham Bau 건축가 Raimund Abraham 作

(左 올리버 크루제가 디자인했다는 책상은 매표소 및 기념품 가게에 있다)


익숙함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
익숙함은 모르는 것도 아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우리가 보아야 할 것
들어야 할 것
느껴야 할
모든 것을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도록 마비시킨다.

때로는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본래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기도 하단다.


무슨 의미인지 쉽게 말할게.

집에서 너희들과 부대끼며 날마다 보는 모습과 밖에서 마주하며 다가오는 너희들의 모습은 사뭇 다른단다.


우리 인간사도 그렇단다.
사물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은 나 자신과 나를 포함한 이웃과 사회를 다르게 봄으로 더 나아가 본연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비밀스러운 방법이란다.

엄마랑 아빠랑 언니랑 동생이랑 이렇게 손잡고 미술관 나들이하면서 너희들이 이런 지혜를 얻는다면
좋겠구나. 물론 엄마도 너희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해.


순간순간 너희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여

엄마의 생각 속에

엄마의 감정 속에
너희들을 가두고 죄어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하거든.

사람은 쉽게 생각을 바꾸지 못해. 매번 다짐을 한다 해도 불필요한 기억이나 불쾌한 기억은 저 멀리 망각의 강 레테에 버리고 말거든. 심지어 기억하고 있어야 할 태도까지도 정작 바꾸어야 할 것은 지니면서 말이야.


익숙함과 습관의 이름으로 말이다. 그것은 나중에 고정관념이라는 괴물로 변하기도 하단다.

그때는 우회를 할 필요도 있어.


이렇게 찬찬히 걸어가면서 놀면서 눈부신 푸른 하늘과 그 하늘을 비추는 연못과 친구하면서
떨어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낙엽을 밟기도 하고 뿌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우리의 옹졸한 마음을 추스르고 사려야 하는 것이란다.


미술관에 관한 일반적인 접근과 생각을 뒤집게 만드는 곳(사실 우리에겐 이런 미술관이 익숙하다.
아마도 네덜란드 환경에서 미술관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당연 있을 것이 없지만 있는 것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효과를 선사해준다.

르네 마그리트의 명작
'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의 그림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이 미술관 전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준다.

잘 짜여인 각본. 편집된 이야기와 같은 주제를 과감히 포기함으로 오히려 이 미술관의 의도를 더 부각시키는
역설적인 접근이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큰 울림이 되어가고 있는 듯 싶구나.

그림과 조각이, 동서양 미술이, 고대와 현대 미술이 동시에 전시되어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네 딸들아
이것을 기억할 수 있겠니?


당연함과 익숙함은 자세히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단다. 얄팍한 지식은 오래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단다. 그러면 아름다움을 놓칠 수도 있단다.


아름다움!

이 단어의 어원이 두세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 하마
아름답다는 알음(知) + 답다로 이루어졌단다.즉 아는 것이 아름다움의 근원이고, 아름답다는 것은 아는 사람답다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안다는 것이 무엇이겠니? 진정으로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이겠니?

미술관 관람료에는 유기농 카페테리아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카페테리아에서 유기농빵, 곡물, 삶은 계란, 치즈, 잼 , 과일 , 커피와 쥬스 등을 먹을 수 있다.


카페티리아 찾아가는 길도 멋있고, 카페테리아 앞에서의 전경은 근사한 산책로이다.


그 아름다움에 도달하려는 길.

우린 오늘
이 아름다운 미술관에서의 산책을 통해 너희들을 새롭게 알아가고 너희들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자 한단다.

오늘 그리고 내일.
매 순간 엄마는 '엄마가 아니다'라고 외친단다.
엄마의 자리에서 비껴 날 때 너희들에게 진정 아름다운 엄마로 거듭날 수 있기에.


*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에서 가까운 랑엔재단(안도 타다오 설계) 미술관도 콤비 티켓으로 함께 관람할 수 있다


- 2013년 10월을 추억하며 -

일부 사진 출처 - 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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